누가복음 6:46~49 46 너희는 나를 불러 주여 주여 하면서도 어찌하여 내가 말하는 것을 행하지 아니하느냐 47 내게 나아와 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마다 누구와 같은 것을 너희에게 보이리라 48 집을 짓되 깊이 파고 주추를 반석 위에 놓은 사람과 같으니 큰 물이 나서 탁류가 그 집에 부딪치되 잘 지었기 때문에 능히 요동하지 못하게 하였거니와 49 듣고 행하지 아니하는 자는 주추 없이 흙 위에 집 지은 사람과 같으니 탁류가 부딪치매 집이 곧 무너져 파괴됨이 심하니라 하시니라

1.

‘샘 슈메이커’라고 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하나님께 10퍼센트 순종하면 10퍼센트의 행복을, 50퍼센트 순종하면 50퍼센트의 행복을, 100퍼센트 순종하면 100퍼센트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아주 지혜롭고도 확실한 선언입니다.

우리는 불리하거나 손해가 될 성 싶으면 순종하지 않고 유리하면 순종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진정한 순종이 아닙니다. 이런 변명, 저런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자꾸 순종하기를 지체하면 그것은 순종이 아닙니다. “지연된 순종은 불순종의 동생이다.”란 말도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온전한 순종은 그야말로 절대적입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예수님이 우리를 당신의 피 값으로, 당신의 생명으로 우리를 사셨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부릅니다. ‘주님’이란 ‘주인님’이란 뜻입니다. 우린 예수님의 종입니다. 그러기에 우린 예수님께 절대 순종해야 하고, 그렇게 순종하는 이가 가장 행복합니다.

‘헨리 보쉬’는, “소크라테스는 40년 동안, 플라톤은 50년 동안, 아리스토텔레스는 40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단 3년간 가르치셨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의 3년간의 사역은 고대의 위대한 철학자들이 130년간 가르친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영향이 크다.”고 했습니다. (물론 이건 학문적인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그럽니까? 성령의 사역이 예수님을 뒤따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만큼 예수님의 가르침은 강렬했고, 그 제자들은 그런 예수님을 흉내라도 내기 위해 목숨을 다해 충성하고 순종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정말 예수의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2.

나는 얼마 전부터 계속 이런 고민을 해 봅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의 사회 지명도, 영향력은 땅 바닥에, 아니 아예 저 지하실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교회는 커졌는데 영향력은 왜 감소됐을까요?

많은 이들이 교회의 사회봉사가 약하다고, 사회로 향하는 게 부족하다고 비판합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십시오. 교회가 구제하는 곳입니까? 구제는 정부가, 사회단체가 하는 곳이지 왜 종교단체가 구제하는 곳의 원천인 것 같이 말합니까? (제 말에 오해가 없기 바랍니다.) 교회에서 구제가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구제가 교회의 생명, 교회의 본질은 아닙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종교단체보고 구제를 안 한다고 비판한 시대는 별로 없습니다. 설령 부정부패가 있다 하더라도 교회를 보고 왜 구제 안하느냐고 비판한 사람들은 없습니다. 교회를 보고 구제하지 않기에 비판 받아야 한다는 것은 사회주의 논리, 교회의 적인 좌파 공산주의 논리입니다. 본질적으로 교회는 구제하기 위해 모이고 존재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예수님을 향하여 “당신은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라고 고백하는 이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구제를 위해 모이는 곳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200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복지시설의 61.7%가 기독교였으며, 천주교가 19.8%, 불교가 8.6%로 뒤를 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복지사업의 절반 이상을 교회가 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교회가 개혁을 하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교회란, 아니 종교란 끊임없이 하나님의 말씀, 자기들이 섬기는 신의 가르침에 의하여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며, 수양을 하는 곳인데, 세상이 교회보고 개혁을 하지 않는다고 손가락질 하는 것은 뭔가 이상한 것입니다. 그래도 세상 보다는 교회가, 종교가 더 옳습니다. 더 고민합니다.

그러니까 교회가 뭘 안 해서, 베풀지 않아서, 개혁하지 않아서, 귀담아 듣지 않아서. 뭐 이래서 교회가 비판을 받는다고요? 나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가 사회의 비판을 받으니까, 교회가 폐쇄적이다, 이기적이다 하며 문을 열고 구제를 하고. 뭐 이런 것에 치중하면 될 것 같이 말하지만, 사실 종교란 그 자체가 폐쇄적입니다. 누가 그 종교를 이해할 것입니까? 그 종교인들밖에는 이해 못합니다. 종교인들의 집회를 TV.에서 흥밋거리로 중계하다시피 하고, 심지어 자기들 주장에 맞게, 입맛에 맞게 앞뒤를 잘라 그 부분만 방영하는 경우들이 있던데 그건 종교의 본질을 모르는 무식한 행태입니다.

종교는, 그걸 믿는 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몸짓으로, 가치로 모이고, 행하는 곳입니다. 그 종교의 신앙심이 없는 이는 그 종교를 이해 못합니다. 난 불교의 예불, 출가, 고행 이해 못합니다. 왜? 난 그들이 말하는 불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 역시 우리의 성찬식, 열성 이해 못합니다. 왜? 그들에게는 성령이 없습니다. 예수의 영성이 없습니다. 그 종교는 그 종교의 영성을 가진 자만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교회가 오늘날 사회의 비판을 받는 이유가 뭡니까? 보다 근본적인, 근원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3.

오늘 본문 말씀에 그 대답이 들어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를 불러 주여 주여 하면서도 어찌하여 내가 말하는 것을 행하지 아니하느냐?”

예수님을 향하여 ‘주님’ 곧 ‘주인님’이라고 부르면서도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순종하는 이가 예수님의 제자, 예수님의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참고하는 이는 예수님의 사람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은 참고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순종하라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너희는 나를 불러 주여 주여 하면서도 어찌하여 내가 말하는 것을 행하지 아니하느냐’하십니다.

특별히 47절을 보십시오. “내게 나아와 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마다 누구와 같은 것을 너희에게 보이리라.”하십니다. 여기서 예수님의 사람이 되는 길, 그 초보적 길이 보입니다. 내게 나아와, 내 말을 듣고, 행하는 자!

동사 3개가 삼중적으로 이어져있습니다. 우리가 진정 예수님의 사람이 되려면,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면 무엇보다 우리에게 3가지가 있어야 합니다.

첫째, 예수님께 나와야 합니다. 예수님께 나온다는 게 뭘까요? 단순히 말해서 교회에 나오십시오. 교회에 나아와 예수님을 뵈어야 합니다. 교회를 경시하는 이가 신앙이 성숙한 경우는 무척 드뭅니다. 본래 신학적으로 무교회주의자라면 모르겠는데, 그렇지도 않은데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교회에 나오지 않는 것은 예수님의 사람으론 제대로 된 출발선에 서 있지 못하는 겁니다.

그런데 예수님께 나온다는 것은 주일날 교회에 나온다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언제나 예수님 앞에 자신의 삶을, 자신의 생활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고민을, 자기 내면의 세계를, 자기의 현실 모습을 예수님께 들고 나가십시오. 그리고 예수님의 점검을 받으십시오. ‘이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저렇게 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주님께 점검을 받으십시오. 주님 앞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늘 상상하십시오.

예수님을 잊고 살다가 주일날에만 주님을 찾을 게 아닙니다. 삶의 현장에서 자신의 모습을 예수님 앞에 언제나 세워야 합니다. ‘안광성’이란 시인의 ‘주님의 독백’이란 시가 있습니다.

“오늘은 / 내가 / 이 도시에 하늘에 / 만월로 / 떠 / 환한 얼굴을 / 내밀고 / 환한 얼굴을 / 내밀고 // 누가 나를 / 맞아주나 / 눈 비비고 / 보아도 / 눈 비비고 / 보아도 // 사람들은 / 저마다 / 땅만 보고 / 걸어갈 뿐 / 땅만 보고 / 걸어갈 뿐 // 아무도 / 나를 / 쳐다보지도 않는다 / 나를 / 쳐다보지도 않는다”

둘째로, 주님의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자기 혼자 떠들지 말고, 자기 혼자 중얼거리지 말고, 주님께서 자신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으십시오.

한번은 어느 집사님이 전화를 하셨는데, 얼마나 말씀을 빨리 하고, 많이 하시는 지, 당신 혼자 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러더니 ‘목사님, 아셨죠?’하십니다. 그래서 “아, 예” 그랬더니 더도 들어보지 않고 탁 끊습니다.

기도도 그렇게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나님께 나아와 얼마나 많은 사연을 얼마나 빠르게 쏟아대는지 모릅니다. 그것도 은사이다 싶을 정도로 다다다 쏟아 붓습니다. 그리곤 ‘믿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하더니 바로 일어나 휭 하니 나가 버립니다.

도무지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좀 들으십시오. 새벽 기도에 나와서 그 조용한 시간에 주님의 세밀한 음성을 좀 들으십시오. 한 밤중 그 고요한 시간에 주의 성전에 나와서, 아니 자기 집의 은밀한 곳에서 주님의 음성을 들으십시오. 성경을 통하여 주님의 말씀을 들으십시오.

세상 말로 뭘 들어야 가르칠 것 아닙니까? 설교를 통해서도 들으십시오. 난 설교를 준비하며 늘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 나는 ‘아!’하고 말씀 준비하고 전합니다. 그러나 성령님은 각 사람의 처지와 형편에 따라 ‘아, 어, 이, 오, 우’로 말씀하여 주옵소서.” 여러분의 처지와 형편에 맞게 하나님의 말씀의 사자를 통해 설교 때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셋째로, 그리곤 그것을 행하십시오. 행하는 자가 복이 있습니다. 야고보서 1장에 있는 말씀입니다. “너희는 말씀을 행하는 자가 되고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자가 되지 말라. 누구든지 말씀을 듣고 행하지 아니하면 그는 거울로 자기의 생긴 얼굴을 보는 사람과 같아서 제 자신을 보고 가서 그 모습이 어떠한 것을 곧 잊어버리거니와 자유롭게 하는 온전한 율법을 들여다보고 있는 자는 듣고 잊어버리는 자가 아니요 실천하는 자니 이 사람은 그 행하는 일에 복을 받으리라.”(1:22-25)

말씀을 듣고 행하지 않는 자는 거울로 자기 얼굴을 보고 가서는 자기가 어떻게 생겼었는지를 잊는 사람이랍니다. 그러니까 그 얼굴을 갖고 후안무치(厚顔無恥), 부끄러운 일을 태연히 합니다. 주의 말씀을 듣고 순종하여 그렇게 행하는 자가 복이 있답니다. 실제 순종하는 복된 성도가 되기 바랍니다.

4.

그런데 이제부터 여기에 우리 한국 교회가, 한국 교회 교인들이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내게 나아와, 내 말을 듣고, 행하는 자가 주님의 참된 제자, 주님의 사람들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 그러십니다. ‘그들이 누구와 같은 것을 너희에게 보이리라’ 하시곤 이어서 “집을 짓되 깊이 파고 주추를 반석 위에 놓은 사람과 같으니 큰물이 나서 탁류가 그 집에 부딪치되 잘 지었기 때문에 능히 요동하지 못하게 하였거니와”

집을 짓되 어떻게 지어야 하느냐 하면, 깊이 파야 합니다. ‘깊이 파되’라는 헬라어 원어의 뜻은 ‘파고 또 깊게 하고’라는 뜻입니다. 즉 파고 또 파서 반석이 나올 때까지 파서 그 반석 위에 집의 기초, 주추를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큰물이 나서 탁류가 그 집에 부딪쳐도 집이 요동하지 않는답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같은 땅에 집을 짓긴 짓되, 깊이 파지 않고 대충 땅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짓는답니다. 왜 그럴까요? 이스라엘엔 홍수가 별로 없습니다. 거긴 메마른 대지입니다. 그러니 뭐 위험성도 그리 크지 않은데 굳이 힘들게 땅을 깊이 파고 반석위에 지을 필요가 있는가 싶어서 대충 땅 위에 짓는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건조한 지역이지만 때로는 비가 오면 산에서 거센 탁류가 흘러내려와 집들을 덮친답니다. 그러면 그 때, 대충 땅 위에 지은 집들은 모두 흔들리거나 무너져 내리고, 깊이 파고 반석 위에 지은 집들은 끄덕도 없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땅을 깊이 파고 반석 위에 주추를 놓는 것을, 예수님께 나아오는 것과 말씀을 듣고, 행하는 것과 이으셨습니다. 예수님께, 교회에 나아오고, 주님의 말씀을 듣고, 행하는, 즉 신앙생활을 가볍게 행하는 자는 대충 땅 위에 집을 짓는 거고, 깊이 파고 주추를 놓는 이는 힘들지만 그만큼 성실하게 순종과 실천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습니까? 그렇다면 순종하십시오. 실천하십시오. 행하십시오. 하되 대충하지 말고, 깊이 파십시오. 인내하십시오. 수고하십시오. 교회는 왜 흔들립니까? 우리들의 신앙은 왜 흔들립니까?

대충 지었습니다. 대충, 부담가지 않을 정도로만 순종하였습니다. 벅차지 않을 정도로만 행하였습니다. 정말 주님의 말씀대로 살기 위해 땅을 파는 고통과 인내, 수고와 땀을 흘린 게 아니라 대충 하다가 손을 툭툭 털고 일어납니다.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자기도 안 합니다.

모든 게 대충입니다. 회개도 대충입니다. 결단도 대충입니다. 헌신도 대충입니다. 봉사도 대충입니다. 눈물도 대충입니다. 성경공부도 대충입니다. 자기가 장로교인이면서도 장로교회가 뭔지도 모릅니다. 자기가 성도이면서도 기도가 뭔지, 섬김이 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합니다. 왜? 대충 신앙생활 해 왔기에.

‘신동집’ 이라는 시인의 ‘너무나 쉬이’라고 하는 시의 한 부분입니다.

“사람들은 너무나 쉬이 떠나고 / 또한 너무나 / 쉬이 떠나온다 / 조금은 어렵게 떠나라 / 조금은 어렵게 돌아오라 …….”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고, 그것에 순종하여 실천으로 옮길 때에는 땅을 깊이 파는 수고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 노력과 땀방울이 있어야 합니다.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은 우리의 생명이요 목숨입니다. 그건 하루 이틀에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평생 주님의 뜻대로 살기 위해 힘써야 합니다. 평생 주님이 주신 십자가 지고 그 길을 가야 합니다.

그럼에도 너무나 쉬이 사람들은 떠나고 너무나 쉬이 사람들은 돌아옵니다. 너무나 쉬이 결단하고 너무나 쉬이 손을 내려놓습니다. 우리가 행해야 할 신앙적 과제는 한 주간의 과제가 아닙니다. 그건 평생 짊어지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할 내용입니다.

그러니 언제나 우리의 마음엔 주님의 말씀이 있어야 하고, 그 말씀으로 자신의 삶을 비추어보고, 그 말씀이 내 삶을 주장하도록 각고의 노력에 노력을 해야 합니다. 성령의 도우심을 간구하며 우리는 깊이 땅을 파고 또 파서 반석이 나올 때까지, 그 위에 우리의 주추를 놓을 때까지 그렇게 노력해 가야합니다. 그게 도 닦는 것이고 평생 수양을 하는 것입니다.

5.

교회 역사를 돌아보십시오. 교회를 향한 비방과 음해, 핍박과 박해의 역사가 그 얼마나 많았던가요. 그럼에도 교회는 무너졌던가요? 아닙니다. 교회는 그럴수록 든든해졌습니다. 왜?

주님의 말씀대로 살고, 주님의 말씀대로 순종하고, 주님의 말씀대로 행하기 위해 얼마나 큰 수고를 해 왔는지 모릅니다. 교회의 주추를 든든히 반석 위에 세우기 위해 얼마나 깊이깊이 땅을 팠는지 모릅니다. 그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언제나 교우들은 만날 때마다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신앙의 기초를 든든히 놓기 위해 수고하였습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살다가 당하는 어려움, 억울함, 불이익 등을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그래도 우리는 주님의 말씀대로 살아야 해요’라고 서로를 붙들어주곤 했습니다.

우리 한국 교회가 그러해야 합니다. 우리는 너무 세상 칭찬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교회의 급성장을 이루었다고, 선교사가 들어오기도 전에 교회가 먼저 세워지고, 성경이 먼저 보급되었다고, 특별히 하나님께서 쓰시려고 택한 동방의 빛, 선민, 동방의 예루살렘이라고 얼마나 흐뭇해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칭찬에 우리가 해야 할 일, 땅 파는 일을 너무 게을리 했습니다. 이젠 그렇게 수고스럽게 땅을 파지 않아도 사람들이 다 우리를 알아주고, 한국 교회가 크다는 것을 다 알아주고, 교인들이 정계, 재계에 다 진출하여 우리나라 발전의 현장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아. 이 모든 게 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축복이라고 얼마나 뿌듯해 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고생스러운, 답답한, 수고스러운 땅을 깊이 파는, 주초를 든든히 내리기 위한 작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충 땅 위에 집을 지었습니다. 바람도 없는데, 태풍도 없는데, 홍수도 없는데 뭘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하며 대충 대충 신앙의 집, 교회의 집을 그렇게 지어갔습니다.

그리곤, 오늘날 거센 세파에 한국 교회는 휘청거리고, 교인들도 휘청거리며 자기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서는, 은혜를 받았다고 한다면 그 말씀을 실천하기 위한 도를 닦으십시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주일날 받은 영의 양식을 한 주간 생활의 에너지로 삼고, 그렇게 살아가십시오. 그리 쉽게 되지 않아도, 그리 쉽게 동해지지 않아도 그렇게 살기 위해,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의 뒤를 쫓기 위한 몸부림을 치십시오. 그게 자신의 신앙의 터전을 깊이 파고 주초(柱礎)를 놓는 것입니다. 주의 말씀이 내 삶에 녹아지도록 힘들지만 계속 노력합시다.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게 아닙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외형적인 것에 힘쓰지 말고, 정말 수박이 되기 위해 진실의 세월을 보내십시오.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진정 주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 각고의 세월, 인내의 세월을 보냅시다.

6.

하나님의 자녀라고 하면서 하나님을 닮지 않은 이들이 많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라고 하면서 예수님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이들이 많습니다. 우리 예수님, 오늘의 우리를 보고 얼마나 답답하신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를 불러 주여 주여 하면서도 어찌하여 내가 말하는 것을 행하지 아니하느냐?”

한 주간,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들은 우리에게 말씀하신 주님의 말씀을 행하는 장소로 삼읍시다. 그것도 쉽게 되지 않겠지만, 깊이 땅을 파는 심정으로, 정말 속 깊이 주님의 몸으로 변하듯이 그런 수고와 노력을 함께 해 갑시다.

예수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너희는 날 주인이라고 하면서 왜 나에게 순종하지 않느냐? 너희는 날 주인이라고 하면서 왜 내 말을 지켜 행하지 않느냐? 너희는 날 주인이라고 하면서 왜 내 모습이 없느냐?’ 사도바울처럼 우리 삶에, 우리 몸에 예수님의 흔적이 새겨지도록 많은 수고와 노력으로 우리 예수님을 닮아갑시다. 그러면 나도 살고, 교회도 살고, 민족도 삽니다.

특별히 이번 한 주간도 새벽에 일어나 새벽길을 달려 나와 예수님을 닮아가는 노력과 수고로 예수의 향이 진하게 여러분의 삶을 통해 이 사회에 퍼져 나가기를 소망합니다.

주님을 닮아가게 하소서. 비록 쉽지 않아도, 번번이 넘어져도, 벅차고 힘들어도, 그래도 내 소망, 예수님을 닮아가게 하옵소서. 내게서 예수님의 향기가, 예수님의 사랑과 정신이 흘러나게 하옵소서. 너무 대충 살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하시고, 어렵고 힘들더라도 신앙의 주초를 제대로 내리게 하옵소서.

/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