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설교를 하고는
꼭 그것을 우리 홈페이지에 올린다.
이현옥 집사가 늘 수고해 주어
언제나 올린다.
그렇게 올리는 이유는
출타 중인 우리 교우를 위해서이다.
멀리서라도
이번 주일에
자기 목사가 무슨 설교를 했는지
함께 은혜를 나누라고 그리 한다.

그러나 솔직히
그것을 다시 뒤적여보지 않는다.
그냥 꾸준히 그것이 올릴 뿐이다.

그런데 지난 추석 절기에
출강하는 성서신학원 한 학생으로부터
메일을 하나 받았다.

“어제는 동생네 가족이 놀러왔다가 자고 갔어요.
동생은 저만 만나면 목사님 이야기를 한답니다.
얼마 전에는 <하프타임 그 후>라는 설교말씀을 읽었는데
너무나 큰 은혜를 받았다고,
목사님 말씀 읽으면서 힘을 얻어 힘든 일들을 잘 헤쳐 나가고 있다고
답글이라도 달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었는데
답글 달기가 안되더라나...컴퓨터 다루는 게 미숙하거든요 동생은,
목사님 왕팬이라고^^; 꼭 전해 달라고 하네요 ^^
아침 마다 몇 년씩 지난 설교말씀 하나씩 클릭해서 읽는데
매일 매일 클릭한 말씀이
자기 형편과 상황과 심정에 너무나 알맞는 말씀이라고..
간증하는 그 얼굴표정을 목사님이 보셨어야 하는데..ㅎ
그냥 목사님 이메일 주소를 알려줘야 겠어요
전하는 말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 ”

마음속에서 괜히 신바람이 난다.
아니 지나간 옛 설교를 오늘날도 찾아 읽는 이들이,
그것도 타 교회 교인이 읽고 은혜 받는다니 ...
이리 좋을 수가 ...

그래서 지난 설교 조회 수를 찾아보았더니
대부분 500의 조회 수를 넘어간다.
가장 조회 수가 많은 게 어떤 걸까 해서
찾아보았더니
08년 6월 8일 설교 “등 떼미실 때에”가
3134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햐~~ 이렇게 많은 이들이 이 설교를 봤다니 ...

참 신나면서도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문득 두려운 생각도 든다.
이제 꼼짝 못하겠구나
옛 설교를 이렇게 뒤적여 은혜 받는 이들이 있으니
설교 소홀히 하거나 재탕했다가는,
아니 이미 한 설교의 내용을 책임지지 못하면
가장 무책임한 목사가 되고 마는 것이다.

뭔가 무거운 것이 어깨를 누른다.
그래, 그래서 나는 이제 안식년에 들어간다.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쏟아냈는데
이제는 침묵하며 내 안을 채워야겠다.
그래야 계속 신선한 말씀을 쏟아낼 수 있지 않겠는가.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