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목사님이 설교를 하는 중에
이런 실수를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수제자 바울은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라고
고백하고 주님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목사님 스스로도
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설교 후 사모님이 지적해 드렸습니다.
“목사님, 예수님의 수제자는 베드로이고,
그 고백을 한 이도 베드로입니다.
왜 바울이라고 하셨어요?”
다음 주일 목사님은 교우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러자 장로님 한 분이 그러시더랍니다.
“목사님, 우리는 이미 다 베드로라고 이해했습니다.”

나는 교만한 생각까지는 아니지만
설교를 제법 한다고 스스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설교를 잘 한다는 게 뭔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소리가 성우이고,
스피치가 웅변가요 시인 같고,
제스처는 감동적인 배우 같고
내용은 한 편의 논문이나
감상적인 희곡과 같으면
설교를 잘 하는 것으로 여겼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세월이 가면서
그게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옵니다.

목사가 설교를 잘한다는 것은
그 교회 교인들이 그를 신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무슨 설교를 하든,
어떤 내용으로 하든,
심지어 좀 유치한 것을 설교하더라도
교인들이 그대로 믿고 따르고, 즐거워하는 것,
우리 목사님은 틀린 소리는 안 하시지,
다 뭔가 이유가 있어서 그러실 거야 하며
절대 신뢰하며 경청하고 순종해 주는
그런 교인들이 있을 때
그 목사는 설교를 잘한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교인 중에 따지는 자세로 듣거나
평가하는 자세로 듣는 이들이 있는 교회치고
설교 잘 하는 목사가 없습니다.
그전 어린아이 같은 순박하고도 순진한 믿음으로
설교를 듣고 감동 받고 즐거워하는 교인들이
많은 교회일수록 그 교회 목사는 설교를 잘한다는
소문이 나는 법입니다.
아니 그러한 교인들의 긍정적 자세의 기운으로
못하던 설교도 잘 하게 되는 법이지요.
모두들 감동받는 표정이고,
아멘 아멘하며 설교자를 격려하는 분위기라면,
예배당 하나 가득히 차서
기대하는 눈망울로 설교자를 바라보고 있는 교회라면
그 누가 가서 설교해도
감동이 있고,
설교 잘하는 목사라고 인정받을 겁니다.

나는 부목 시절부터
설교에 있어서는 뒤지지 않는 설교가라고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습니다.
내가 설교를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교우들이 나를 신뢰하고 있었다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지요.
요즘 그것을 절실히 깨닫습니다.
그리곤 순전한 심령으로 기대하며 경청하는
교우들이 무척 고맙게 여겨집니다.
특별히 주일 오후 그 피곤한 시간에
금요일 밤 기도회 시간에
그리고 세이레 동안 그 힘든 새벽 시간에
진지하게 경청하는 교우들이 고맙고 감사할 뿐입니다.

이제 목사로서 철이 나나 봅니다.

/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