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지침서’를 쓴 크리스웰(W.A.Criswell) 목사에게는 이런 일이 있었다.

그는 사냥을 좋아하였다. 어느 날 그가 사냥을 나갔다. 멀리서 노루 한 마리를 발견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보니 노루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사람을 죽인 것이다. 앞이 캄캄하였다. "아, 이제 내 목회는 끝났다!"고 생각한 그는 교회에 돌아와 그 사실을 알렸다. 교회와 언론이 들끓었다. 그는 죄책감과 좌절감을 못 이겨 35세에 부임한 달라스 제일침례교회 담임목사직 사표를 결심하고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사람들은 목사의 사표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달라스 제일침례교회의 전 교인들 사이에 이런 얘기들이 오고 갔다.

"사람을 죽인 목사님을 어느 교회가 받아주겠는가?

우리교회가 용서하지 않으면 목사님은 평생 갈 곳이 없다.

지금 우리는 최고의 결정을 해야 할 기회를 만났는데, 이 기회에 목사님을 한번 용서하자."



교인들의 용서로 그는 계속하여 목회할 수 있었다. 그 후 부터 그가 가진 목회 철학은 '용서'였다. 그가 처음 부임할 때 불과 2,000명의 교인들이 15,000명의 교회로 성장하는, 미국에서 대형교회를 목회하게 된 것이다.

43년 동안을 한 곳에서 목회하게 된 배경에는 교인들로부터 받은 용서의 은혜가 있었다. 그는 이 은혜를 2002년 93세 죽을 때까지 평생 잊지 못하였다. 그가 특별히 예수그리스도의 보혈과 용서에 관해 설교할 때에는 매번 눈물을 펑펑 쏟았고, 끊임없는 용서의 삶을 실천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는 말하였다.

"우리는 먼저 용서 받았기에 평생 용서하며 살아야 합니다.

이제 그만 미워하시고 용서하십시오."



어느 날, 크리스웰 목사가 집회를 끝내고 돌아가는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던 중 한 젊은 설교자의 손목을 붙잡고 이렇게 축복하며 말하였다.

"하나님, 이 젊은 설교자에게 당신의 영감을 갑절이나 부어주소서!"

그 젊은 설교자가 오늘날 미국 기독교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목적이 이끄는 삶'의 저자인 릭 워렌(Rick Warren)목사이다.



용서를 받은 자가 용서할 줄 알고, 사랑을 입은 자가 사랑을 나타낼 줄 안다.

목사가 목회를 하다가 자랑스럽게 청빙을 받을 때도 있지만 부끄럽게 사임을 할 때도 있다. 목회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지거나 당회원들이 협조하지 않는다고 마음 아파할 일이 아니다. 목회자 된 자신이 스스로를 예수님인양 착각해서는 안 된다. 목사는 예수님의 머슴이다. 머슴도 상머슴이다. 바울선생도 ‘성도 중 지극히 작은 자 보다도 더 작은 나’라고 고백하였다. 그렇게 말하고 가르치는 나 자신은 과연 종노릇을 하고 있는가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교인들에게는 섬겨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정작 자신은 섬김을 받으려고만 하지 않았는가? 헐벗고, 굶주리고, 옥에 갇힌 자들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는 주님의 교훈을 생각하자. 겉 사람을 보고 섬기지 말자. 슈바이처, 장기려, 마더 테레사를 말하면서도 그렇게 살지 못함을 회개하여야 하리라. 마실 것, 먹을 것이 없는 굶주림과 기근이 아니다. 입을 것, 누울 곳이 없는 서러움도 서러움이 아니다. 사랑을 잃어버린 아픔을 깨달아야 하리라.

사랑을 가장 많이 말하는 교회가 사랑이 없다. 용서를 가장 많이 강조하는 교회가 용서할 줄 모르고 사랑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왜 모두들 서로 골치 아픈 사람들로만 바라보고 있을까? 회개가 없으니 용서도 없고, 눈물이 없으니 사랑도 메마른 것이 아닌가? 나 자신이 먼저 하나님 앞에서 용서받은 죄인임을 기억하자. 그리고 용서를 바라며 기도한 일이 얼마나 되며 가슴을 열어 사랑을 내어 보인 일이 언제였는가 생각해 보자.

/덕수리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