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란을 통해 블로그 이야기를 참 많이 했다. ‘블로그 열풍’에 대해서도 언급했고, ‘마이크로 블로그’ 즉 트위터에 관해서도 살펴봤다. 오늘은 ‘블로그로 돈 버는 사람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국내 블로그는 지난 2003년 네이버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후로 급속도로 늘고 있는데. 현재 네이버에 개설된 블로그만도 1600만 개에 달하고 매일 1만3000개가 새로 개설되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활동성이 좋고 인기가 높은 이른바 ‘파워 블로그’는 1200개 정도다. 전체에서 0.0075%만이 파워 블로그의 영예를 안은 셈이다.

취미 생활의 일종으로 생각했는데, 블로그 운영으로도 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월간지에는 몇 명의 파워블로거가 소개됐다. 이 가운데 박낙호 씨가 있는데, 2008년 1월 처음 블로그를 개설한 뒤 현재까지 694만이 방문했다고 한다. 이 분은 블로그로 한 달에 150만~200만 원을 벌기도 했다고 하는데. 블로그에 띄운 구글애즈 광고, 누구나 배너같이 태그언어만 갖다 붙이면 발생하는 수익모델로 그렇게 벌었다고 한다. 구글애즈 광고가 웬만큼 접속 많이 하지 않으면 광고비 얻어내기 힘든데 말이지. 200만 원까지 벌었다면, 책으로 말하자면 밀리언셀러가 된 셈이다. 이분은 자동차 관련한 글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통상 광고주들이 뉴미디어의 광고 효과에 대해 의심이 많다. 그래서 접속수를 토대로 광고 마케팅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 블로거도 있다. 여러명이 하나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팀블로그인 블로터닷넷이 그렇다. 이 블로그는 IT전문잡지나 인터넷 신문에서 IT 관련 분야를 취재하던 기자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경우인데. 이들은 기업들이 블로그를 통해 어떻게 홍보할 수 있는지 컨설팅해주는 것으로 수익을 낸다고 한다. 또 양질의 콘텐츠를 토대로 네이버, 네이트와 콘텐츠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그리고 광고가 그 다음 수익 모델이라고 한다.

수많은 언론인 또 언론 출신 인사들이 블로그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결국 이런 장래성에 주목한 셈이다. 블로그의 장래를 밝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기업들이 ‘파워 블로거를 통해 퍼지는 입소문’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과속스캔들’. 이 작품은 83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올 상반기 최대 흥행영화로 떠올랐다. ‘과속스캔들’은 사실 흥행배우 없이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흥행에 성공한 사례다. 어떤 식으로 마케팅했느냐. 개봉 전 파워블로거들을 초청해 시사회를 개최했다. 영화를 본 다음, 자신의 블로그에 영화평을 올리도록 한 것이지. 결국 이 영화는 순식간에 인터넷 소문을 타고 흥행신화를 썼다.

이러다보니 요즘엔 가전회사들이 주부 블로거, 즉 와이프로거들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기업의 온라인 브랜드 커뮤니티 활용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파워블로거를 활용하면 제품을 내놓은 시점부터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한 조사기관이 전국 인터넷 사용자 1650명을 대상으로 블로그 마케팅 경험률에 대해 조사했다. 그랬더니 응답자의 48.5%가 “파워블로그의 추천 또는 소개를 보고 물건 샀어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걸 이미 간파한 미국 기업에선 입소문 마케팅 비용이 전체 광고예산의 20%에 이른다고 한다. 가전업체 관계자 김동현 씨 이야기를 들어보자.

주부들 중에 억대 연봉 부럽지 않은 수익도 거두고 있다고 한다. 원고료 형태로 지급하고 있다. 명망 있는 블로거가 자사의 제품을 홍보해주면 거기에 합당한 원고료를 지불하는 거다. 그렇다면 ‘좋은 평가만 써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혹이 일겠지. 그래서 아예 전문가용 디지털 카메라와 컴퓨터 전문 파워블로거들 같은 경우, 블로그를 경유해 구매가 이뤄질 경우 일정 개런티를 받기도 한다.

이러다 온라인 투잡족이 뜰 것 같다. 파워블로거가 되면 블로그 광고 수익 외에도 출판, 강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러브콜'이 이어져 부가수익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과연 전업 블로거가 가능한지를 두고 여전히 논란은 많다. 기본적으로 전업이 가능한 사회적 환경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려면 누구나 디지털 콘텐츠를 팔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드라마 비평이 담긴 글 밑에 그 드라마를 다운받을 수 있도록 유통의 문호가 개방된다면 미래가 있다는 것이다.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파워블로거는 소비자로서의 파워블로거이기에 파워가 있다. 만약 파워블로거가 소비자의 신뢰로 결정된 영향력을 오용한다면, 그러니까 소비자의 권익 대신 광고 수익에 집착해서 바른 정보 대신 홍보 일변도로 나오게 된다면, 인터넷 세계에서 자주 쓰는 시쳇말로 ‘매장’을 당할 수 있다. 따라서 상업성과 공정성의 틈바구니에서 소신, 개념, 철학,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