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인 당신에 따라 목사관의 품위는 달라질 것이다. 당신의 품위가 싱싱한 백합을 닮을 때, 목사관을 방문하는 교우들은 거기에서 드높은 향취와 하얀 정결을 발견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어느 늦은 여름, 아침의 꽃밭에서 발견되어진 싯누렇게 시든 백합처럼 당신이 되어 있을 때 온 목사관은 정결감을 잃고 초라한 냄새가 풍기고 쇠락하는 기운으로 덮이게 될 것이다.

1. 초막이나 궁궐이나

우리는 이제 매일 다르게 주택가마다 신흥 주택과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음을 보게 된다. 실내 구조도 날로 여성의 취향에 맞게 개량되어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사관만은 세속에 물들지 않은 채 구태의연하게 보존되고 있다. 아마 교우들의 입장에서는 목회자들은 청빈하게 살아야 한다는 어떤 묵계(黙契) 비슷한 생각에 젖어서 목사관은 수도원처럼 낡고 구식적이어야 그 가치가 있는 양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자기들은 날로 시류(時流)에 따라 물들어감에도 목사관과 그의 식구들만은 시류에 무관하게 경건한 법의(法衣)를 입은 수도승처럼 보존되어지기를 원하는지 모른다.

여하튼 이유야 어떻든지 대부분의 교회는 목사관의 개조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성급한 목회자들은 부흥회를 통해서이든, 교회를 강요해서이든 목사관을 현대식 구조로 개량하기도 한다. 그 결과 상당한 저항을 교회 측으로부터 받아 부득불 떠나는 목회자를 보게 된다. 그런 심한 경우는 아니더라도 오래된 어두침침한 목사관에 사는 목회자보다는 현대식 구조에 화려한 가구를 꾸미고 사는 목회자들에 대해 교우들은 은혜와 경건이 없는 양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역설적인 것은 제법 부유하게 사는 교우들은 낡은 목사관에 사는 목회자 가족에 대해 어떤 하시(下視)하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낡은 목사관에 대해 늘 불만을 가지고 있던 목회자의 아내는 그런 하시(下視)에 즉시 반응되어 노골적으로 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할 것이다. 목사관의 품위는 오직 낡은 가옥을 헐고 최신 주택으로 개량하는 데만 있는 듯 발언하기 시작할 것이며, 그런 개량이 있을 때까지는 오직 목사관의 낡음을 방치하고 생활마저 쓰레기더미처럼 내던져 두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그것은 옳은 것이 아니다. 우리 목회자는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모신 곳은 천국이라는 것을, 최고급 맨손 아프트나 화려한 주택에 사는 교우들에게나 단칸 셋방에서 매일 고난을 겪는 교우들에게까지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당신이 살고 있는 목사관을 천국으로 만들기 위해 당신의 신앙과 교양의 향기로 가득 채우라. 때로 당신의 식탁의 초라한 반찬이 거나 당신의 의상이 유행에는 낡은 것이라도 누구에게나 의연한 자세로 대하라. 언제나 당신의 부지런함으로 초막 같은 목사관일지라도 평안을 느끼게 하라.

아무리 산간의 초옥(草屋)이라도 마당의 초라한 화단에 핀 백합 한 송이가 얼마나 그 집을 찾아온 손님에게 깊은 신선감을 주는 것이 아닌가? 사택의 낡음도 당신의 향기에 따라 품위가 달라질 것이다. 벽에 걸린 그림의 하나, 문득 들리어지는 한 가락의 콧노래, 당신이 걸친 평복의 색깔 하나까지, 아이들에게 던지는 따스한 말 한 마디에서, 손님에게 내어 놓은 차 한 잔의 분위기에서까지 당신의 품위가 나타나게 하라. 그것이 곧 목사관의 품위가 될 것이다.

그런데 깊은 교양을 지니고 있는 목사의 아내들 중 자기들이 희구하는 목사관에 조금도 미치지 못하는 낡고 초라하다는 이유만으로 조금도 창조성을 발휘하지 않고 방치함으로 목사관의 품위는 저해되고 짜증과 불평으로 얼룩져 있을 때 그 목회자는 기력을 잃고 우울한 목회를 계속하는 것을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니 된다. 그것은 일종의 직무유기이다. 초막이나 궁궐이나 우리는 천국을 만들 책임이 있다. 목회자 부인인 드로시 펜트코스트는 그의 저서 「성공적인 목회자의 아내」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아무리 목사관이 형편없이 나쁘더라도 그것이 주님께서 원하셨기 때문에 당신이 거기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주님께서는 당신을 바로 그 자리에 있게 하신 특별한 목적을 갖고 계신다. 유쾌하고 용감하게 생활할 수 있는 힘을 주실 것을 항상 갈구하라. 목사관을 매력 있는 곳으로 만들도록 도움을 요청하고 교회 신자에게 불평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시기를 기도하라.” 그렇다. 당신들 부부가 개척 교회를 하고 있는 2층 건물의 한 귀퉁이를 베니어판으로 겨우 방을 꾸민 형편없는 처소에서라도 그곳에 당신의 향기로 페인트칠을 하라. 창조성을 발휘하라. 그때 당신의 남편은 향기 높은 목회를 할 것이며, 그 향기는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교회로 만들 것이다.

2. 서재는 목사관의 핵(核)

목사관의 품위를 높여주는 곳은 역시 서재이다. 제 아무리 기품 있는 그림이나 가구로 장식되어지고 현대식 가내 구조를 가진 목사관이라도 서재가 없거나 빈약할 때, 알맹이를 잃은 허전감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러나 아무리 가구는 초라하고 건물은 낡았을지라도 서재가 아늑하게 꾸미어지고 사방 벽 서가에 깊이 있는 장서로 가득 차 있을 때, 어느 누구도 목사관을 하시(下視) 하지는 못할 것이며, 오히려 어떤 경건함마저 느끼게 될 것이 분명하다. 당신은 소유하고 싶은 온갖 가구에 대한 애착을 억제해서라도 그의 서재를 풍부히 꾸미어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로 하여금 서재에 오랜 시간을 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그의 서재 주변이 될수록 조용함을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목회자 간에 부러운 대상은 많은 장서를 소유한 목회자요, 또한 그 많은 장서를 대부분 탐독한 이라면, 경멸의 대상은 많은 장서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서가에 꽂힌 그 모든 것이 오직 장식용에 불과한 목회자인 것이다. 특별히 지성인에 속한 교우들이 서재에 많은 장서를 소유한 자기 목회자에 대해 뜨거운 존경을 지니고 내방(來訪) 했다가 그 모든 장서가 다만 한낱 장식에 불과할 뿐임을 알게 될 때 기만당한 사실에 큰 충격을 받고 그 서재를 떠나게 될 것이다.

당신의 남편을 위해 아늑하고 풍부함으로 가득한 서재를 제공하도록 하라. 그리고 그로 하여금 그곳에 오랜 시간 거하도록 하게 하라. 그는 그곳에서 역사 속에 활약했던 위대한 혼 (魂)들을 만나서 깊은 대화를 하게 될 것이며, 인류와 교회를 위해 경건하고 헌신적으로 봉사했던 하나님의 종들의 모습을 뵈오며 뜨거워질 것이며, 말씀을 깊이 연구하기 위해 온갖 주석(註釋) 을 뒤적이는 동안, 오늘 이 시대를 향해 전파하시려는 하나님의 전언(傳言)을 듣고 이사야처럼 고꾸라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서재는 낡고 초라한 몇 권의 책과 주석과 설교집으로만 장식되어질 뿐이고 하등 필요치도 않은 회합에 분주히 참석함으로 그의 서재가 늘 잠기어 있게 될 때, 그의 설교는 기름이 없는 삐거덕거리는 소리로 교인들은 듣게 될 것이다. 대 설교가 스펄전 목사의 서재는 12000여 권의 장서로 채워져 있었고, 그는 설교 한편을 준비하기 위해 수많은 책을 참조하고는 했다고 하는데 그의 독서열을 능히 짐작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는 그런 속에서 230여 종의 저서와 출판물을 발간할 수 있었고, 위대한 설교가 그의 강단에서 흘러나오게 한 것이다. 리치 (W. H. Leach) 박사는 말하기를 “목사는 매일 진지한 독서에 종사할 몇 시간씩을 할애해 둠으로써 자기의 정신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재는 목사관의 핵이다. 서재는 목사관의 품위를 좌우하는 바로 미터가 된다. 더욱이나 서재 속에 깊이 파묻힌 목사가 있는 목사관은 교우들에게 큰 경외감마저 느끼게 품위를 더할 것이다 .

3. 기도실이 있는 목사관이라면

풍부한 서재에다 은밀한 기도실이 있는 목사관이라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랴. 육체의 건강에는 취미생활이, 정신 건강에는 독서생활이 필요하다면, 영적 건강에는 무엇보다도 기도 생활이 절대 필요하다. 기도는 남이 의식되어질 때 집중력이 무너지거나 외식화 되기가 쉽다. 특별히 목회자인 경우는 더하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철저히 하나님과 면대(面對)할 수 있는 사설(私設) 기도실을 가지고 싶어 한다. 비록 협소하더라도 은밀히 보장된 기도실이든, 다락이 있는 목사관이 가장 이상적이다.

때때로 견딜 수 없는 영적인 아픔과 피곤을 느낄 때, 은밀히 기도실의 문을 안으로 걸어 닫고 하나님 앞에 울부짖기도 하고, 눈물을 뿌리기도 하며, 온 밤을 새워가며 뒹굴고 싶은 곳, 거기에서 목회자는 성장되어지고 능력의 종이 되어 진다. 능력의 종 저드슨 박사는 말하기를 “할 수만 있으면 하루에 두세 시간을 하나님과의 영교와 은밀한 기도와 말씀을 보는 일로 자유롭게 보낼 수 있도록 하루의 일정을 짜십시오. 일주일 가운데 하루는 사업과 사람들로부터 떠나 한적한 곳에서 하나님과 당시의 영혼이 만나는 시간은 갖도록 하십시오.”라고 권면했다.

목사관의 주인인 당신은 그가 진정 능력의 사역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그에게 은밀한 기도실을 줍시사고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여 그로 하여금 영적 건강이 날로 넘치도록 도우라.

다시 권면하노니 목사관의 품위를 높이기 위해 당신의 신앙의 향기와 교양의 노래로 따뜻하게 페인트칠을 하라. 그리고 깊은 독서를 할 수 있는 서재와 영의 성장을 더할 수 있는 기도실이 있는 목사관만큼 품위 있는 곳이 더 어디 있으랴! 그러한 목사관을 하나님과 온 교우는 진심으로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 목사관의 주인은 분명 당신임을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