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행동의 표준은 죄냐 아니냐가 아니라 남에게 유익하냐 해로우냐 하는 남을 향한 배려입니다. 죄가 아니고 자신에게 이로운 일이라도 남에게 폐가 되고 남을 실족시키는 일이라면 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도바울은 고린도전서 10장 23절에서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은 아니니”라고 했습니다. 그는 당시 시장에서 판매되는 우상에게 제물로 드렸던 고기를 그리스도인이 사 먹어도 되느냐는 논쟁에서 거리낌이 없다면 먹어도 되지만 그러나 그것 때문에 믿음 약한 사람이 실족될 위험이 있다면 안 먹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고린도전서 9장 19절에서“내가 모든 사람에게서 자유로우나 스스로 모든 사람에게 종이 된 것은 더 많은 사람을 얻고자 함이라”라고 하면서 자신의 행동표준은 남에게 덕을 끼치는 “배려”라고 했습니다. 할 수 있고, 해도 괜찮고, 잘못이나 죄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을 위하여 삼간다고 합니다.

요즘 새벽기도와 저녁기도를 열심히 하면서 기도하는 방식에 대하여 서로 다른 의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기도할 때 큰 소리로 해도 괜찮고 작은 소리로 해도 괜찮습니다.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작은 소리로 기도한다고 믿음 없는 것이 아니고 큰 소리로 한다고 해서 믿음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방언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습니다. 일어서서 기도하나 앉아서 기도하나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다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느냐 덕이 되느냐는 고려해야 합니다. 자기만 좋으면 되는 것이 아니고 죄만 아니면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아무리 자신에게 좋아도 남에게 폐가 된다면 삼가야 하고 자기가 좀 힘들어도 남에게 유익을 끼치는 배려하는 마음이 신앙인의 판단기준입니다. 무엇이든지 남에게 폐를 끼친다면 주의해야 하고 남에게 덕이 된다면 자기가 희생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흔히들 크게 기도하는 분들은 기도의 불을 붙이겠다는 사명감을 가집니다. 옳은 일이고 감사한 일입니다. 또 작은 소리로 기도하는 사람은 그런 기도가 더 진지하고 깊이 있는 기도라고 말합니다. 옳은 말입니다. 그러나 크게 기도한다고 성령의 역사가 더 있고 작게 기도한다고 더 깊은 기도를 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자기 방법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은 독선이고, 영적교만이고, 자기습관을 절대화하는 아집입니다. 중요한 것은 남을 위한 배려입니다.

그것은 기도도, 예배도, 성경공부도, 기타 언어행습 사고방식까지도 다 그렇습니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무례함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 되지 않습니다. 남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 좋을 대로만 하는 태도는 결코 기독교 영성이 아닙니다. 기독교 영성은 자기 유익 보다 남의 유익을 구하고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것입니다. 남을 대하는 마음의 정중함과 남에 대한 배려가 신앙인의 영성이요 신앙인의 행동기준입니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빌 2:3-4)라고 성경은 교훈 합니다. 기독교인의 행동의 표준은 배려입니다.

감사의 계절입니다. 이렇게 풍성한 수확과 탐스럽게 익어가는 가을열매들을 보면서 우리는 더욱 더 겸허한 마음이 됩니다. 찬바람이 불던 이른 봄에 안간힘을 다해 싹을 틔우고 시새움 하든 꽃샘바람에도 주저 없이 잎을 피워 무성하게 자란 나무, 폭풍우가 몰아치던 여름에도, 숨 막히는 여름의 열사(熱射)에도, 진드기와 벌레들이 기승을 부려 온 몸에 피멍이 들어도 항복하지 않던 그 나무가 열매를 키워 익히고는 아무 미련없이 잎을 떨어뜨리고 나목(裸木)으로 남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사명에 최선을 다하고 조용히 물러날 줄 아는 겸허한 마음을 배웁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역사 섭리에 감사를 가집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향한 감사와 남을 위한 배려, 자기 스스로의 삶에 대한 겸허함으로 오늘 추수감사 주일을 하나님께 드리면 좋겠습니다. 어느 것 하나도 하나님의 은총 아니면 가능할 수 없는 우리 삶을 겸허히 받아드리고 반 푼어치도 안 되는 자신의 자존심과 추한 이기심, 그리고 어쭙잖은 자신의 주장을 겸손히 내려놓고 하나님에 대한 경외와 이웃에 대한 배려와 삶에 대한 겸허로 하나님을 향한 감사의 예물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인의 행동의 표준은 하나님께는 감사, 사람들에게는 배려임을 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