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그건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었습니다. 교회 정치보다는 목회에 전념하는 것이 교회를 맡은 목사의 정도(正道)라고 생각했고 내 코가 석자나 되는데 어떻게 남을 돌보고 이끌 수 있겠는가고 생각하며 오직 신양교회를 섬기는 일에만 전념하던 제가 우리 장로님들의 강권과 노회의 여러 상황에 이끌리어 노회를 섬기게 된 것이 지난 3년이었습니다. 임원을 거처 회장단이 되는 것이 상례임에도 불구하고 임원에 입문하지도 않고 월반(越班)을 하여 회장단에 들어가면서 우리 교단에서도 거대노회에 속하는 노회를 이끄는 일에 발을 들여 놓은 것입니다.

저의 가장 큰 어려움은 노회 산하의 목사님과 장로님들, 곧 노회원들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이나 목사 안수 순(按手 順)이나 노회 전입 순(轉入 順)으로 봐서 노회 안에서 고참(古參) 그룹에 속하기는 하지만 얼굴과 이름 정도는 알지만 사람을 알지는 못했고 더욱 내 성격상 정치성이 있는 분들을 조금은 경원 시 하는 경향이 있었고 노회를 실제로 움직이는 정치 세력들에 대하여 거의 문외(門外)였기 때문에 노회 안에서 정치적 우군이 별로 없었습니다. 당시 우리 노회는 장신대 출신들에 대하여 거부감을 갖고 있는 특정 지방 신학교 출신들이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있었고 또 순수한 목회자의 노회 정치 개입에 대하여 거부감을 갖는 세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의 노회 회장단 입성은 많은 우려를 갖는 분위기이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주 부산에서 열린 제 187회 노회에서 목사임직(안수)식 설교를 끝으로 저의 3년간의 노회 섬김을 잘 끝내며 노회장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았던 집을 내려놓고 부담으로부터 자유함을 얻었습니다.

그동안 부노회장으로 시작하여 노회장의 직임을 마치기까지의 저의 노회 섬김의 3년간은 저 개인적으로 참으로 큰 행운의 기회였고 감사의 시간들이었습니다. 제가 노회를 섬길 기회를 만들기 위하여 애쓰시고 노회를 마음껏 섬길 수 있도록 시간과 물질에 있어서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으신 장로님들의 도움으로 그 어떤 때 보다 평안히 노회장 직임을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는 없지만 그래도 노회가 더 이상 정치 집단이 아닌 또 하나의 목회 현장의 확대라는 노회 섬김의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 노회를 정치집회가 아니라 목회 축제로 만드는 노회 문화 재정립에 단초는 제공했다고는 자부합니다.

 “목사님이 노회를 섬기면서 우리 노회를 이렇게 좋은 분위기로 만들었습니다”라고 칭찬해 준 어느 회원의 칭찬은 물론 임기를 마치는 전임 노회장을 향한 듣기 좋은 인사이겠지만 사실 제가 노회를 섬기면서 줄곧 염두에 두었던 것이 노회 문화를 바꾸는 것이었기에 단순한 인사라도 저에게는 큰 기쁨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노회 산하 여러 교회를 돌보고 행사를 주관하고 말씀을 증거하느라고 거의 모든 주일찬양예배를 우리 교회에서 우리 성도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평일에도 본 교회 사역보다 외부 사역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함으로 우리 성도들을 돌보기에 소홀했음에도 불구하고 참아주고 이해해준 성도들과 무슨 일이든 노회를 섬기는 일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주신 장로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교회를 비우는 동안 저의 빈자리를 채우고 더 큰 열성으로 교회를 섬긴 부교역자들의 수고도 감사로 기억합니다.

물론 앞으로도 교단 정책과 전국 목회자를 돕기 위한 목회전략 개발을 위한 봉사나 대사회적인 여러 사역들을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이 할애되어야 하지만, 가능하면 신양교회와 이 지역 봉사를 위해 시간을 쓸 예정입니다. 교단 안에서의 우리 교회의 위상이 우리 자체 일에만 우리를 붙잡아 둘 수 없게 하고 우리 교회의 노회와 교단,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방기(放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저는 이 모든 일을 목회의 확대로 생각하고 여러분을 섬기는 마음으로 교단과 사회를 섬길 것입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드릴 감사의 인사를 칼럼으로 대신하오니 받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