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포함한 우리팀 5명이 태풍피해를 입은 필리핀에서 긴급재난구호를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하기 조금 전 성백철 목사님을 팀장으로 한 인도네시아 지진피해 긴 급구호팀은 파당시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지진구호현장에서 국민일보 지호일 기자가 우리 팀의 상황을 두 번에 걸쳐 보도해 주었습니다. 다음은 그 기사를 중심으로 구성한 현지 구호일지입니다. (서울광염교회 조현삼 목사)

10월 6일 수마트라섬 파리아만 지역을 찾았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단장 조현삼 목사)이 지난3일부터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봉사단은 지진 소식을 들은 직후 이곳으로 날아 왔다. 인도네시아 발리와 반둥 지역의 한인선교사 2명도 합류했다. 이들은 외부 관심과 구호 활동이 집중되고 있는 서부 수마트라섬의 주도(州都)인 파당시가 아닌 파리아만 지역，그 중에서도 외딴곳을 선택했다. 구호에서마저 소외된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위해서다.

파리아만 재난대책본부에서 얻은 자료에는 이날까지 이 지역에서만 사망 317명，중상 413명이 나왔다. 전파된 주택은 4만8000여채다. 파당시에서 북서쪽으로 50km 정도 떨어 진 파리아만은 한국의 군청 소재지 정도에 해당한다. 차를 타고 열대 야자 숲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1시간쯤 달렸다. 길가를 따라 속절없이 무너진 집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구호물품으로 받은 천막 속에，혹은 땡볕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봉사단은 이날 쌀 5t과 천막 1100개를 준비했다. 한국 여러 교회들이 기금을 지원했다. 쌀도 귀하지만，아예 집이 내려앉았거나，형체는 남아 있어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이곳 사람들에게 천막은 가장 인기 있는 구호품이다. 아쉽게도 봉사단은 한국교회의 이름을 내걸지 못했다. 이 지역은 상주 선교사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강경 무슬럼 지역이기 때문이다. 봉사단현지 구호팀장 성백철목사는 “너무나 아쉽고 답답하지만 지금은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며 “교회가 전한 구호품들은 언젠가 열매를 맺지 않겠느냐”고 했다.

인도네시아 파당시 경찰이 운영하는 공동 숙소는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의 본부 이자 숙소다. 지진 피해 구호를 위해 현지에 온 봉사단이 모이다보니 수십 명이 함께 머무른다. 그나마 안전하다지만 지진 여파로 벽면 곳곳에 금이 가고 시멘트 덩이가 나뒹군다. 봉사단원들은 대부분 식당 바닥이나 큰 테이블 위에 매트리스를 깔고 잠을 해결한다. 세면은화장실에 달랑하나 있는 수도꼭지에 의존한다. 물은 하루 몇 번씩만 나오는데 그나마 누런 흙탕물이다.

그러나 봉사단원들은 “이 정도면 재난 현장에서 호텔급 시설”이라곤 만족해한다. 이들은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는 재난구호 베테랑들이다. 한국 기독교연합봉사단 현지 구호팀장을 맡고 있는 성백철(35 . 서울광염교회) 목사는 사역 9년째에 재해 구호 경력도 9년째다. 봉사단은 처음 서울 광염교회 조현삼 목사가 1995년 6월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만든 단체다. 성 목사 역시 조 목사에 이끌려 사역을 시작했다.
성 목사는 그간 국내외 대형 재난 현장은 대부분 달려갔다. 쓰나미에 휩쓸린 스리링카，사이클론으로 최악의 수해를 입었던 빙글라데시，중국 쓰환성 대지진 현장 등에는 그가 있었다. 배에 차량과 구호품을 싣고 섬을 오갔고 수십kg짜리 등짐을 지고 몇 시간씩 산길을 오르기도 했다. 성 목사는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 때 그 지역 슈퍼마켓 주인 할머니가 한 말을 잊지 못한다. “자원봉사는 ‘기독교’ 처럼 해야돼"

이번에는 든든한 동지 2명이 동행했다. 같은 교회 서정훈(43) 전도사와 창성정보 기술 대표인 전종건(51) 집사다. 서 전도사는 7년째，전 집사는 4년째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이제 어느 때라도 재해 소식을 접하면 ‘저기가 우리가 있을 자리다’는 생각에 자동으로 채비를 차린다. 이들을 돕기 위해 자바섬 반둥시에서 온 나만진 선교사와 발리의 임병진 선교사는 현지 통역 및 물품 구입 등을 담당하는 믿음직한 지원군이다. 봉사단은 7일 파당시 남부 재해 지역인 폰독을 찾았다. 현지 경찰서 옆 작은 공터에 포장을 깔고 쌀을 쌓자 수백 명의 사람들 이 몰려들었다.

일행은 ‘힘 내세요 한국교회가 함께 합니다’라고 한국어로 쓴 비닐봉지에 쌀 5kg씩을 담아 배급했다. 인도네시아 경찰도 노란 봉사단 조끼를 입고 거들었다. 준비한 쌀 5t이 금세 동났다. 쌀을 받은 사람들은 “코리아 굿”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서 전도사는 방역기를 들고 주택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진 골목을 돌며 방제 작업을 벌였다. 요란한 소리와 허연 연기를 쫓아 다니며 아이들이 좋아했다. 서 전도사는 “우리의 작은 도움에 즐거워하는 이들을 보면 구호활동을 그만 둘 수 없다”며 “이들이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기를 매일 기도한다” 고 말했다.

파당=지호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