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를 하면서 속상하는 것 중의 하나는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설교하고 가르쳐도 도대체 변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낙심될 때가 많습니다. 누구를 만나 대화를 하거나 회의를 하고나서 상대방의 마음 속에 들어 있는 비뚤어진 생각이나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잘못된 윤리의식이나 행동양식, 그리고 사고방식을 보면 내가 하는 목회가 헛수고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왜 그렇게 변하지 않는지, 내 목회가 그렇게도 영향력이 없는지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목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예수님을 잘 믿게 하고 예수님을 닮은 인간으로 살도록 하는 것인데 그것이 잘 안된다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일입니다.

그래서 목회를 계획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성도들을 예수 잘 믿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입니다. ‘영적으로 충만하여 깊은 믿음을 가지고 자기 삶을 충실히 살면서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세우는 방법이 무엇일까?’하는 것입니다. 언제나 결론은 같습니다. 성도들로 하여금 하나님 말씀을 깊이 묵상하게 가르치고 또 신실한 기도의 사람으로 세우면 된다는 것입니다. 말씀을 좀 더 잘 전하고 좀 더 심도 있는 교육과 훈련으로 성도들을 세워가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걱정은 ‘아무리 잘 전하고 아무리 잘 가르쳐도 도대체 배우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는가?’하는 것입니다. 배워야 가르칠 수 있고 받아들여야 훈련을 시킬 수 있는데 배우려하지 않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서양에 “한 사람이 말을 물 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백 사람이라도 그 말에 물을 먹일 수는 없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안 배우고 안 들으려는 사람에게는 어떤 계획이나 방법도 소용이 없습니다. 사실은 배우려 노력하고 좋은 훈련을 받으려고 열심을 내는 사람보다는 안 배우고 안 받아들이려는 사람이 가장 교육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늘 잘하는 사람이 더 잘하고 못하는 사람은 더욱 더 못하게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우리 교회도 모든 교우들이 거처야 할 과정으로 MS 4steps라는 사역 시스템이 있고 이젠 교단 내외적으로 제법 검증이 된 프로그램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과정을 통하여 세워졌고 교회 출석이 오래되지 않은 분들도 이 과정을 통하여 좋은 봉사자가 되었지만 아직도 성도들 중에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교회의 비전과 목적, 그리고 목회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교회 사역의 변두리를 서성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환경적 불가피함 때문에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안 배워도 된다, 내가 이 교회 얼마나 봉사를 많이 했는데 나를 새 신자 취급하느냐?’라는 부정적 정서를 가진 분들도 있을 것이고, 시간을 드려 참여하는 것의 이해득실을 저울질 하며 주저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또 ‘나는 바보처럼 목사가 하자는 대로 따라가지 않겠다’라는 나름대로의 소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그래서는 좋은 성도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무슨 수가 있을까? 궁구(窮究)하지만 결론은 늘 간단합니다. 푸른 초장과 잔잔한 시내는 순종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목자는 양을 푸른 초장과 쉴만한 물가로 인도해야 하고 양은 목자의 음성을 알아듣고 들어오고 나가야한다(요한복음 10:9)는 이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만 좋은 성도로 세우고 좋은 성도로 설 수 있습니다. 잘 따라오게 하는 것이 목자의 지도력(Readership)이기도 하지만 가룟유다처럼 곁길로 가는 불순종도 문제는 문제입니다. 사도바울 조차도 사탄에게 내어 줄 수밖에 없었던 자가 있었음을 고백한 것(고전 5:5, 딤전 1:20)을 보면 나 같은 목회자야 그러려니 하고 묵묵히 목회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2010년에는 어떤 목회를 해야 할지를 생각하며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한 가지 “오직 주만 바라보나이다”(대하 20:12) 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