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찬송가 620장이 너무 좋습니다. “여기에 있는 우리 주의 축복 받은 자여라” 라는 설정이 너무 좋고 “언제나 주님만을 찬양하며 따라 가리니”라는 결단이 좋습니다.”시험을 당할 때도 함께 계심을 믿노라”라는 확신도 너무 좋고, “주님이 뜻하신 일을 헤아리기 어렵더라도 언제나 주님 안에 내가 있음을 아노라”라는 고백이 너무 좋습니다. 한 절 한 절 모든 가사가 다 좋습니다.

그 중에도 저는 3절의 “주께서 뜻하신바 우리 통해 펼치신다”는 고백을 노래할 때면 정말 황홀합니다. 주님이 뜻하신 바가 우리를 통해 이루어진다니, 우리를 통해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진다니, 하나님께서 당신의 거룩한 뜻을 우리를 통해 이루어 가신다니, 나를 통해서. 하나님의 완전하고도 의로운 뜻이 세상에 펼쳐진다니 얼마나 황홀하고 감격스러운 일입니까? 하나의 티끌에 지나지 않는 내가, 세상 사람들과 함께 망해갈 내가 하나님의 뜻을 펼치는데 쓰여지고,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당신의 뜻을 이루어 가신다니, 말할 수 없이 부족한 나를 하나님의 일을 하는 수준까지 올려 주신다니 얼마나 감격스러운 찬송입니까?

찬송은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이지만 저는 이 찬송을 부를 때 저 자신 힘이 솟고 말씀에 순종할 의욕으로 충만하고 그리고 세상을 이길 수 있는 자신감으로 더욱 더 당당해 집니다. 우리 인간의 마음에 뭔가 채워져야할 빈 공간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공간을 세상 욕심으로, 돈으로 명예로 권력으로 채우려하지만 우리는 거룩한 하나님의 뜻으로 채우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부름 받은 사람들이고 그렇게 사는 사람이고 그러므로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그릇의 가치는 그 그릇에 무엇이 담겨있는가로 평가됩니다. 우리는 보석이 담겨있는 그릇을 보석함이라고 하고 쓰레기가 담겨있는 그릇을 쓰레기통이라고 합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사람의 가치는 그의 신장이나 체중, 얼굴 모양이나 생김세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는 그 사람의 마음에 담겨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평가됩니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라는 평가도 그렇고 위대한 사람인가 천한 사람인가의 평가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의 평가도 그렇지만 하나님이 보시는 평가는 더욱 그렇습니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존재이기에 소중하지만 그러나 그 소중한 사람이 보석처럼 살아가느냐 쓰레기처럼 살아가느냐는 전적으로 그의 인격이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가에 따라 결정 됩니다. 실제로 사람의 마음의 빈공간은 세상의 그 무엇으로는 채워지지 않습니다. 채우면 채울수록 그 공허함이 더 커질 뿐입니다. 바닷물로 갈증을 해결 할 수 없듯이 세상 욕망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마음입니다.

겨울이 다가 옵니다. 가슴 두근거리며 맞이했던 2009년이 저물어 갑니다. 혈기 방장한 젊음도 가고 의욕으로 넘쳤던 야망도 시들어 갑니다. 해가 저물듯이 인생의 종착이 다가옵니다. 나의 이 소중한 인생이 무엇을 위하여 쓰임 받고 있는가를 생각하는 계절입니다. 한해를 정리하고 평가 받는 계절입니다. 이제 우리 불나비처럼 욕망을 쫓아 죽음으로 달려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하나님이 뜻하신 일을 나 자신을 통해 이루어 가시도록 겸손히 자신을 드려야 할 때입니다. 겨울을 눈앞에 다가왔는데 아직도 잎만 청청한 나무는 얼어 죽습니다. 이제 그만 무성한 잎을 곱게 물든 단풍으로 떨어뜨리고 겨울 준비를 해야 합니다. 겨울이 죽는 계절이 아니라 겨울이 새봄을 준비하는 계절로 맞기 위하여 철을 알아야 합니다. 철이 들어야 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