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의 사무실에 들어갈 때마다 마음이 아주 평안해진다. 조명이나 음향이야 다른 사무실과 다를 바 없다. 왜 이럴까. 비결이 있었다. 이곳에는 늘 커피향이 진동한다. 커피 향은 뇌에 릴렉스 즉 평온케 하는 기능을 준다고 한다. 길가에서 커피 향을 맡으면 자연스럽게 커피전문점을 발길을 잇는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오늘은 그래서 ‘후각 마케팅’ 얘기를 해 보려 한다.

‘냄새’가 필요한 영역이 화장품 분야에만 국한할 줄 알았더니 이제는 점점 더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다. 뇌가 냄새를 기억하고 있다는 원리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낙엽을 태우는 냄새, 짚불에 구워먹던 고구마 냄새, 가마솥 뚜껑을 열었을 때 그곳에서 나오던 기름진 밥 냄새. 다 그 냄새, 기억하실 거다. 그러면서 낙엽 옆에 아버지, 짚불 옆에 할머니, 가마솥 옆에 어머니도 떠올린다. 과학자들은 뇌에 향기의 추억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어느 겨울날 홍차에 마들렌 과자를 적셔 한입 베어 문 순간, 어릴 적 고향에서 숙모가 내어주곤 했던 마들렌의 향기를 떠올렸다.

원래 마르셀 프루스트는 기억력이 뛰어난 문학가로 알려져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놀랠 만큼 생생하게 구현해내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될 정도였다. 사실 시간과 기억의 능력에 수리적인 상관관계는 없다고 한다. 10년이나 30년 전의 일들은 기억할 수 있으나 한 달이나 1년 전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는 흔하디흔하다. 새 기억이 형성되기 이전에 옛 기억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지만 사실 기억은 그 순간의 흥미 신념 열중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는 게 통설이다. 냄새는 그런 의미에서 기억력을 가장 높이는 힘이 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냄새로 과거의 한 부분을 기억하는 현상으로 과학자들은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이름 붙였다.

실험도 있었다.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가 그렇지 않아도 향기와 기억 간의 연관관계를 추적한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16명의 성인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달콤한 배나 눅눅한 곰팡내를 맡게 했다. 90분 뒤엔 같은 사진에 다른 냄새를 맡게 했다. 1주일 뒤 여러 가지 냄새를 맡게 하면서 뇌를 촬영했다. 뇌의 특정 부위가 작동하면 그쪽으로 피가 몰리는데, 실험 때 보여줬던 사진, 특히 나쁜 냄새에 보다 더 자극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이 연구소 관계자는 "나쁜 냄새에 대한 기억이 강한 것은 진화과정에서 독초나 썩은 음식물, 천적의 나쁜 냄새를 빨리 알아채야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향기에 민감한 사람의 속성을 이용해 마케팅 기법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향기와 감정의 연결은 마케팅에도 활용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다. 아이스크림용 향료는 수십 가지가 있지만, 바닐라향 아이스크림이 매출의 절반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바닐라 향은 엄마의 모유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소비자가 무의식적으로 바닐라향 아이스크림에 친근함을 느끼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브랜드 마케팅에도 향기가 필수적이다. 인간은 정보의 80~90%를 시각과 청각을 통해 얻는다지만 후각은 비율은 낮아도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다. 장수 제품을 만들려면 일단 후각에서 큰 인상을 줘야 하는 것이다.

사례를 또 들어볼까. 전자매장에서 빵, 쿠키 냄새를 피우는 경우가 많다. 오븐을 팔기 때문이다. 이 오븐에서 빵과 쿠키를 만들지 않나? 매장에서 이 향기를 피우는 것은, 이 제품을 쓰면 맛있는 빵, 쿠키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특히 배가 출출해지는 오후 4시에 매상이 좋다고 한다. 한 가구회사는 꽃향기를 피운다. 소비자에게 가슴 설레던 신혼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이를 자기 회사 가구 이미지와 연결해, 기분 좋은 브랜드로 각인시키는 전략이라 하겠다.

후각은 실제 공기 중에 향기를 내는 성분이 있다기 보다는 뇌에서 작용하는 지각이라는 분석도 있다. 에이버리 길버트가 쓴 ‘왜 그녀는 그의 스킨 냄새에 끌릴까’라는 책에는 “냄새의 실체는 공기 속에 존재하는 성분이 아니라 머릿속의 지각”이라는 평가가 있다. 심리학자이자 과학자인 저자는 “음식은 냄새가 맛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이런 말을 했는데, 혀는 5가지 맛을 구별할 수 있을 뿐이지만 향기 전문가는 3만 가지 이상 냄새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심리적 충격을 받으면 갑작스럽게 후각을 잃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먹고 마시는 쾌락은 크게 줄어든다”고 말한다.

후각의 힘, 여성이 좀 더 강하다. 여성이 남성보다 냄새에 민감한 이유도 코의 차이가 아니라 뇌의 차이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여성은 후각과 관련된 뇌세포가 발달했기 때문에 향기에 더 끌린다는 것이다. ‘어머 향기 좋다. 자기도 맡아봐’ 이런 아내의 말 접해보신 분들 많으실 거다. 이유가 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