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소서 강해 43)

제목 : 분노의 이유를 살피는 시간을 확보하라.   
성경 : 에베소서 4장 25-27절

그런즉 거짓을 버리고 각각 그 이웃으로 더불어 참된 것을 말하라 이는 우리가 서로 지체가 됨이니라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마귀로 틈을 타지 못하게 하라 (에베소서 4장 25-27절)


1.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은 공동체를 이루는 삶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그리스도인들은 십자가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과의 수직적인 관계와 이웃과의 수평적인 관계가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우리가 방금 읽은 에베소서 4장 25-27절은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사도 바울의 조언입니다. 사도 바울의 조언은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 거짓을 버리라. 둘째 참된 것을 말하라. 셋째 분노를 바르게 처리하라.

이 3가지 조언 중에 거짓을 버리라와 참된 것을 말하라는 지난 시간에 함께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분노를 바르게 처리하는 원리에 대해서 함께 말씀을 나누겠습니다.

분노에 관한 말씀을 묵상하다보니, 내용이 상당히 길어졌습니다. 그래서 한번에 분노에 대한 말씀을 전부 나누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3주에 걸쳐서 분노에 대해서 함께 말씀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2.
우선 에베소서 4장 23절을 말씀을 다시 한 번 읽겠습니다.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엡 4:23)

사도 바울은 분을 내지 말라고 말씀하지 않았습니다. 분노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분노 자체는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인간의 연약함을 겸손히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분노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입니다. 그러므로 분노 자체는 약한 것도 선한 것도 아닙니다. 분노하는 것 자체를 놓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왜 분노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분노의 동기에 따라 선한 것이 될 수도 있고 악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의 분노가 선한 것인지 아니면 악한 것인지는 분노의 동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분노가 일어날 때에는 잠시 분노의 동기를 살피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3.
그럼 선한 동기에 의한 분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예수님의 분노입니다. 마태복음 21장 12-13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가사 성전 안에서 매매하는 모든 자를 내어 쫓으시며 돈 바꾸는 자들의 상과 비둘기 파는 자들의 의자를 둘러 엎으시고 저희에게 이르시되 기록된바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굴혈을 만드는도다 하시니라 (마 21:12-13)

예수님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이 광경을 본다면, 예수님의 모습은 분노에 사로잡힌 사람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예수님은 분노하셔서 사람을 내쫓으셨고, 상을 둘러 엎으셨습니다. 더  나아가 의자마저 둘러 엎으셨습니다. 이 광경만 본다면 예수님은 분노를 통제할 수 없는 미성숙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 우리는 왜 예수님께서 분노하셨는지를 그 이유를 파악한 후에 선한 분노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분노하신 이유는 하나님의 성전이 더럽혀졌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님의 성전이 제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또 거룩해야할 곳이 인간의 탐욕으로 타락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예수님의 분노는 거룩한 분노입니다. 또 하나님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이고, 하나님의 거룩함이 더럽혀진 것에 대한 분노입니다. 예수님의 분노는 자신에 대한 분노가 아닙니다. 예수님의 분노는 철저히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의 분노는 그 동기에 있어서 선한 분노입니다.

동기가 선한 분노의 또다른 모습은 다윗에게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무엘상 17장 26절을 찾아서 읽겠습니다.

다윗이 곁에 섰는 사람들에게 말하여 가로되 이 블레셋 사람을 죽여 이스라엘의 치욕을 제하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대우를 하겠느냐 이 할례 없는 블레셋 사람이 누구관대 사시는 하나님의 군대를 모욕하겠느냐 (상상 17:26)

다윗은 블레셋과의 전쟁터에서 하나님을 모욕하는 골리앗에 대해 분노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골리앗을 보고 두려워 떨고 있으면서, 골리앗이 하나님을 모욕해도 잠잠히 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골리앗이 하나님을 욕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분노를 품고 골리앗과 싸우는 일에 자원합니다.

다윗은 분노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이름이 존중받지 못하고 모욕을 당한 것에 대한 분노입니다. 그리고 다윗의 분노는 골리앗과 맞서 싸우는 용기로 나타납니다.

예수님도 산상수훈에서 제자들은 거룩한 분노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마태복음 5장 4절입니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마 5:4)

제자는 애통하는 사람입니다. 무엇에 대한 애통입니까? 이 땅에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 않는 것에 대한 애통입니다. 제자는 세상이 하나님의 뜻대로 통치되지 않는 것을 보고 애통하는 사람입니다. 애통은 분명 분노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제자는 거룩한 분노를 가진 사람입니다.

또 예수님은 마태복음 5장 6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배부를 것임이요 (마 5:6)

의는 하나님의 뜻이고 계획입니다.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늘 사모하고 갈급해 하는 것이 제자입니다. 제자는 항상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간절히 소망해야 합니다. 이런 소망은 그것이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을 때 마음에 분노와 고통을 갖게 됩니다. 이런 분노를 가진 사람이 바로 제자입니다.

우리가 살펴본 대로 분노의 동기에는 선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에 대해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분노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하는 사람이 마음에 품게 되는 분노가 바로 선한 분노입니다.


4.
그럼 악한 동기에 의한 분노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악한 분노의 동기도 여러 가지입니다. 그런데 악한 분노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 자신 때문에 분노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아담의 아들인 가인을 들 수 있습니다. 창세기 4장 3-5절을 찾아서 함께 읽겠습니다.

세월이 지난 후에 가인은 땅의 소산으로 제물을 삼아 여호와께 드렸고 아벨은 자기도 양의 첫 새끼와 그 기름으로 드렸더니 여호와께서 아벨과 그 제물은 열납하셨으나 가인과 그 제물은 열납하지 아니하신지라 가인이 심히 분하여 안색이 변하니 (창 4:3-5)

가인이 분노한 이유는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는 하나님께 차별대우를 받았다고 느꼈고, 그 이유가 동생인 아벨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동생에게 적대감을 느끼게 되었고, 결국 살인을 저지르게 됩니다.

자신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낄 때, 누군가에게 분노와 적개심을 품게 됩니다. 이런 분노는 동기가 철저히 자기 자신입니다. 자기 자신 때문에 분노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기 자신에게로 비롯된 분노는 그 동기가 악한 것입니다.

모세의 경우도 악한 분노가 있습니다. 민수기 20장 10절입니다.  

모세와 아론이 총회를 그 반석 앞에 모으고 모세가 그들에게 이르되 패역한 너희여 들으라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 하고 그 손을 들어 그 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 치매 물이 많이 솟아나오므로 회중과 그들의 짐승이 마시니라 (민 20:10)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분노를 품고 자기 자신의 능력을 사람들에게 과시하게 됩니다. 그는 하나님이 하신 일을 마치 자신의 능력으로 행하는 것처럼 연극을 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더 이상 무시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여 사람들에게 인정과 존경을 받고 싶었습니다. 그 결과 그는 하나님께 불순종하게 되었고,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분노가 교만과 자기 과시로 이어질 때, 그것은 엄청난 영적 손해입니다.  

다윗도 악한 분노가 있었습니다. 사무엘상 25장 9-13절입니다.  

다윗의 소년들이 가서 다윗의 이름으로 이 모든 말을 나발에게 고하기를 마치매 나발이 다윗의 사환들에게 대답하여 가로되 다윗은 누구며 이새의 아들은 누구뇨 근일에 각기 주인에게서 억지로 떠나는 종이 많도다 내가 어찌 내 떡과 물과 내 양털 깎는 자를 위하여 잡은 고기를 가져 어디로서인지 알지도 못하는 자들에게 주겠느냐 한지라 이에 다윗의 소년들이 돌이켜 자기 길로 행하여 돌아와서 이 모든 말로 그에게 고하매 다윗이 자기 사람들에게 이르되 너희는 각기 칼을 차라 각기 칼을 차매 다윗도 자기 칼을 차고 사백명 가량은 데리고 올라가고 이백명은 소유물 곁에 있게 하니라 (삼상 25:9-13)

다윗은 사울왕에게 쫓겨 다니며 연단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당시 다윗은 매우 비참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발의 집에 가서 먹을 것을 구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발이 다윗을 무시하고 업신여깁니다. 그러자 다윗은 나발이 자신을 비웃는 것을 참지 못하고 보복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합니다.

지금 다윗의 분노는 자기 자신에 대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칫 나발과 그의 가정에 큰 상처와 고통을 줄 뻔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지혜로운 바발의 부인인 아비가일을 통해 다윗이 실수하지 않도록 위로와 지혜를 주셨습니다. 그 결과 다윗은 분노했지만 분노로 인해 죄를 저지르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악한 분노의 특징은 자기 자신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스스로 무시를 당하거나 차별을 받았다고 느낄 때 나타나는 분노가 바로 동기가 악한 것입니다.


5.
우리 인간은 예수님처럼 항상 선한 동기를 가지고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분노가 생길 때마다 잠시 분노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럴 때에 우리가 분노로 인해 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야고보 사도는 이 부분에 대해서 야고보서 1장 19절에서 다음과 같이 조언했습니다.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너희가 알거니와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 (약 1:19)

야고보 사도의 권면은 즉시 반응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잠시 시간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분노가 생긴다고 바로 분노를 쏟아내지 말고 분노의 원인을 잠시 정직하게 살피는 시간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노하기를 더디하라는 말의 뜻입니다.

분노가 생길 때,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분노의 동기를 살피기 위해 잠시 조용한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악한 분노가 얼마나 나쁜지 잘 알아도, 분노를 제어할 수 없게 됩니다.

존 헌터라는 유명한 의사가 분노와 수명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분노는 독과 같습니다. 그래서 분노는 독약을 먹는 것과 같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그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가 일어난 장소는 논문을 발표하는 곳이었습니다. 한 의사가 그가 연구한 논문을 집요하게 반박하며 계속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처음에는 차분하게 대응하던 존 헌터는 결국 분노를 제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분노에 사로잡혀 논쟁을 벌이다가 그 자리에서 그만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몇 분 후에 그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사망 원인이 나중에 밝혀졌는데, 그 원인은 분노에 의한 심장혈관 순환장애였습니다. 그는 열심히 연구했고, 새로운 지식도 얻었지만, 실제로 분노가 일어나는 현장에서 잠시 조용한 시간을 갖는 법을 훈련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그가 좋은 지식을 갖고도 분노를 제어하지 못한 이유입니다.


6.
이제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분노는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닙니다. 분노 자체는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나의 분노가 선한 것이냐 아니냐는 분노의 동기를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분노의 동기가 하나님을 높이고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면 그런 분노는 선한 것입니다. 그러나 분노의 동기가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끼거나 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면 그 분노는 동기가 악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분노가 생길 때에는 잠시 조용한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용히 내 분노의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살피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분노에 대해 자기 통제력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분노에 대해 자기 통제력을 갖게 된다면, 분노로 인하여 공동체를 파괴하거나 깨뜨리는 실수는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분노가 생길 때, 분노의 원인을 정직하게 살피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그것이 분노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