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성 씨의 네 모녀 살해 사건, 두 명의 초등학생이 살해된 안양 미성년자 살해 사건의 충격 여파가 채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흉악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 안전망 확충은 물론, 가해자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형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형 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모처럼 고양된 사형 폐지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법무부는 3월 21일 사형제를 유지하고 더 나아가 집행까지 하겠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같은 언론 보도에 대해 "사형제도의 존폐문제는 사형의 형사정책적 기능, 사회 현실, 국민 여론 등 여러 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법무부 입장"이라며 "해당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집행한다손 치더라도 느끼게 될 '여론의 부담'은 거의 적은 편이어서 법무부의 운신의 폭은 넓은 편이다.

그러나 만약 10년 만에 집행이 재개된다면 지난 2007년 12월 30일 134번째 '사실상 사형폐지국' 선정이 무색케 된다.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국가 중에서 사형을 집행한 첫 국가가 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사형을 규정한 범죄는 외환유치·살인죄 등 16종과 특별형법인 국가보안법 45개, 특정범죄 가중처벌 법 378개, 균형법 70개 항목. 법무부는 정치사법 등 사형 항목을 줄이는 대신 미성년자 납치 살인과 연쇄살인 등에 대해서 사형제를 존치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시민단체와 종교단체는 이같은 사형제 존치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3월 2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형사정책이 하나의 사건만으로 바뀌는 것은 단세포적 시각"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사형제도를 존치한다고 해서 흉악범죄가 안 생기는 것이 아니다"며 "지난해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선정된 것이 인권 분야의 가장 큰 성과인데 그 성과를 무너뜨리려는 법무부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사형제의 역사 사형은 과연 살인일까요? 형벌일까요? 오늘날 사형 문제에 대한 논란은 바로 여기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형방법하면 바로 십자가형일 것입니다. 예수가 당했고, 그의 사도 베드로와 바울도 같은 형에 처해져 순교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 사형의 방식은 이렇습니다. 사형수가 자기가 매달릴 십자가를 지고 교도소에서 형장으로 갑니다. 도착해서는 그 십자가에 묶입니다. 그런 다음 손과 발에 못을 박히지요. 그렇게 수 시간 되면 질식사합니다. 숨지면 그 시신은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들판에 버립니다. 짐승들이 와서 시신을 모독하라고 만드는 것이죠. 너무나 엽기적입니다. 엽기적인 처형 방식, 어디 한 두 가집니까? 잔다르크가 당했던 화형이 있었고요. 사람을 묶어두고 뼈가 으스러지도록 때려서 죽이는 형벌, 사람을 물레방아 같은 데 묶어두고 회전시켜서 수시로 얼굴을 물속에 빠뜨리는 형벌, 얼음에 가두고 얼리는 형벌, 그냥 솥에 넣고 삶아버리는 아열형도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말로 묘사하는 것뿐인데도 너무 잔혹합니다. 이런 사형제도는 최근 들어 폐지하는 나라도 많을뿐더러, 형의 방법도 ‘고통 없이 빨리 집행되는’ 형태로 바뀌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교수형, 총살, 독극물주입형, 전기충격형 이런 것들이라고 합니다. 그 보다 더 진보한 나라는 사형 제도를 아예 없애버립니다. 유럽의 나라 대부분이 그렇고요. 주요 선진국들 역시 그 방향을 따르고 있습니다. 흉악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일벌백계! 그리고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의 제고! 이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사형제를 그대로 둬야 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죄도 없는데 있다며 사형을 집행했을 경우 그 경우를 상정한 대책을 분명히 세워둬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그렇죠. 이미 피고는 사망한 상태 아닙니까? 어떻게 번복하겠습니까? 한 번 따져봤습니다. 어느 범죄든 결코 사형 판결을 내리지 않는 나라는 몇일까. 76개 나라였다고 합니다. 나머지 전쟁범죄를 제외한 모든 범죄에 대해 폐지한 나라는 15개 나라, 과거 10년 동안 단 한 건도 집행하지 않았고 이름뿐인 사형제도 존치 국가는 21개 나라, 여전히 사형을 그대로 두고 있는 나라는 83개 나라였다고 합니다. 이 83개 나라 중에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도 들어 있었습니다. 특히 미국 최고 지도자인 조지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 주지사로 일하던 6년 동안 역사상 가장 많은 사형 집행 기록을 남겼습니다. 152명이라는 기록입니다. 사형 폐지를 논의하는 국가에서 가장 많은 논란이 되는 부분은 역시 ‘이러다가 범죄가 흉악해지고 수치도 늘어나는 것 아닌가’하는 점입니다. 하지만 캐나다의 예를 보면 이런 우려는 기우에 그친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사형을 폐지하기 직전인 1975년을 기점으로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01년도와 비교해보면 범죄비율은 무려 42%나 줄었다고 합니다. 사형제를 없애서 범죄율이 줄어들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지 그것은 의문입니다. 그러나 사형제를 없애서 범죄가 늘었다는 가설만은 틀린 것이 분명합니다.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게 사형이 선고됐습니다. 외신은 집행이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반인권적 학살이나 고문은 처벌 받아 마땅합니다. 후세인이 예외일 까닭,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급한 것은 무엇일까요? 서둘러 사형시켜서 정치적 성과물을 만드는 것일까요? 아니면 후세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해 참회하며 죄를 달게 받도록 도하는 것일까요? 이것은 사형제도를 그대로 유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도 던지고 싶은 질문이기도 합니다. / 김용민(시사평론가), 2006년 EBS TV <월드리포트> '또 하나의 시선' 코너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