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1인가구는 2000년 226만가구로 전체의 15.6%였으나 2009년에는 20.2% 수준으로 늘었다. 5%나 증가한 것이다. 이 1인 가구는, 자기 집일까, 전월세일까. 2005년 조사를 기준으로 서울만 봤을 때, 자가는 44.6, 전월세는 53.8%였다. 자가가 좀 약하지? 하지만 전국 기준으로 보면 자가가 55.6%라고 한다. 아무래도 서울의 집값이 비쌈 때문일 것이다.

우아한 1인 가구도 있겠지만, 우울한 1인 가구도 적잖다. CF에서나 볼 법한 억대 연봉의 전문 프리랜서도 1인 가구에 속한다. 하지만 고시원 신세를 지며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는 고시족들도 1인 가구이다. 어디 이뿐인가. 자식들을 위해 올인하는 기러기 아빠, 기러기 엄마도 한 부류이다. 신림동과 강남구 역삼동 등은 1인 가구의 천국이다. 신림동 고시원은 월 20만~35만원, 원룸은 30만~50만원에 얻을 수 있어 고시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들까지 대거 몰려 들고 있다. 신림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신림동에만 3만~5만여명이 머물고 있고, 원룸과 고시원 건물은 600개를 넘는다”고 소개했다.

1인 가구의 증가, 아무래도 이른 새벽에 나와서 늦은 밤에 들어가느라 여가라는 것이 없는 현대인의 일상과 무관하지 않다. 산업에 영향을 받아 1인 가구가 늘어났는데, 이 1인 가구가 산업에 또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림동과 동작구 노량진동 등 고시생이 많은 곳에는 수년 전부터 1인 식당이 인기를 얻고 있다. 다른 사람과 어색하게 시선을 교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각종 잡지와 신문이 3부씩 마련돼 있다. 강남의 오피스텔 밀집가에는 코인(동전) 세탁소가 등장한지 꽤 됐다. 유통업체들도 ‘나홀로 족’ 모시기에 혈안이다. 대형마트에는 반인분 분량의 1회용 식품이 즐비하다. 한 인터넷 쇼핑몰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알맞은 소형 전기밥솥이나 미니세탁기, 쌀 씻는 기구, 호신용 호각 등만을 취급하면서도 매달 수 백 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국 사람들처럼 공동체 문화에 젖어있는 사람들이 ‘싱글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싱글족들 얘기를 들어보면, “외로움이 가장 큰 적”이라고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기러기 아빠의 자살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지만, 요즘에는 너무 흔해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는 것 같다”며 한숨지었다. 40~50대 1인 가구는 기러기 부모의 증가가 인구 1,000명 당 1.5명이던 이혼율이 2005년 2.6으로 증가한 것과 맞물리면서 폭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1인 가구의 급증이 정신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잖다고 한다. 나홀로 청년층의 증가는 두드러진 사회 현상의 하나임에 틀림없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1인 가구를 겨냥한 새로운 산업구조 유발 등 긍정적인 측면 뒤에는 성범죄 그리고 청년 자살의 증가 같은 어두운 그늘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얼마전 자살한 연쇄살인범 정남규.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하지 않으면서 저속한 음란영상물에 심취한 그 아닌가? 그러다보니 그릇된 성의식이 자리잡았고, 결과적으로 끔찍한 범죄를 유발한 것이다.

경찰도 비슷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가해자는 정상적인 가족을 이루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자살도 늘고 있다. "한국 사회가 급격히 개인화 하면서 사회 초년병이거나 조직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한 30대가 느끼는 고독감은 더욱 커진 반면 사회적 지지는 약해진 게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1인가구의 소득이 여러 사람이 사는 가구보다 훨씬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1인가구 특히 젊은층의 1인가구 증가는 독신풍조가 확산된 영향도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결혼시기를 늦추거나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인가구의 가계비는 개인평균 지출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광열비, 생필품비, 식료품비 지출에 있어 다인가구와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노인 1인가구일 경우는 의료비 지출 부담까지 뒤따른다.

결국 1인가구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사실 1인가구를 위한 정부의 정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미혼모, 이혼가정 등 한부모가정을 지원하는 ‘건강가족지원센터’가 있다. 비슷한 공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미혼모와 이혼가정 말고는 돌볼 여력이 없다. 불우한 1인가구에까지 눈길을 주기에는 현실이 뒷받침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경제적 고통도 그렇거니와 외로움도 무서운 적이다. 이들의 삶을 안정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개발과 적극적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