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는 인류 역사를 언제나 하나님이 위임한 사람들을 통하여 만들어 가십니다. 그것을 ‘하나님의 위임통치’라고 합니다. 그래서 구약 성경을 보면 국가 운영과 백성들을 보살피는 일은 왕에게 위임하셨고, 하나님의 말씀을 인간들에게 전하는 일은 예언자들에게 위임 하셨고, 하나님과 인간의 중보역할은 제사장에게 위임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특별히 기름을 부어서 구별하였고 그 권위 역시 신적권위를 가졌습니다. 사실 하나님은 지금도 그의 역사를 인간들을 통하여 이루어 가십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하나님으로부터 혹은 사람들로부터 그 직임과 권한을 위임받아 살고 있습니다. 신앙적으로 보면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으로부터 작은 단체나 모임의 책임자까지, 한 사회의 지도자로부터 한 가정의 아버지의 역할까지 하나님께로부터 혹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고 직임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이 주신 권한이든지 사람들이 맡긴 권한이든지 그것의 사용은 위임권자의 뜻에 따라야 합니다. 그래서 어떤 공동체나 그룹의 지도자로 부름받은 사람들은 겸손히 이 일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의 행태를 보면 위임한 하나님에 대하여도, 맡긴 사람들에게 대하여도 너무 방자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권한과 직분이나 직임이 자신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생각하는 무서운 착각에 빠진듯 합니다. 자신의 손에 쥐어준 권한이나 직분을 국가의 장래보다는 자신들의 일시적인 이익이나 권력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그 소용돌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심각한 분열과 갈등에 휩싸여서 앞을 볼 수 없는 안개정국이 계속 됩니다. 이미 권력에 취하고 표에 눈이 어두워서 판단의 능력도 역사를 보는 안목도 상실하고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도 맡겨준 국민도 안중에 없는 오만방자한 행태를 겁도 없이 행합니다.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계절입니다. 주님의 성탄절을 기다리는 계절입니다. 성탄절은 2천여 년 전 예수님께서 “근본 하나님의 본체이시면서도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셔서 십자가까지 내려가시기 위하여”(빌2:6-8) 자기를 비우신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성탄절은 우리가 서야할 자리가 어디인지를 너무도 분명히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사람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 첫번 성탄의 주님은 말구유를 선택하셨습니다. 그래서 첫번 성탄절에는 구유를 찾은 사람들만이 주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 높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진정으로 저 낮은 곳으로 내려갈 줄 아는 사람임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리, 지금 저 높은 곳을 향하는 성도들은 먼저 저 낮은 곳으로 자신의 설 자리를 정해야 합니다. 진정으로 낮아질 수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대림절에는 낮아지는 훈련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 자신의 자리보다 한 계단 밑에 내려섭시다. 내가 받을 대접 보다 한 계단 더 낮은 대접을 선택하고, 내가 칠 큰소리도, 내가 사용할 권한도, 내가 가질 당연한 몫도 한 계단 아래의 것을 선택합시다. 천만원을 가질 수 있어도 구백만원을 가지면서 나머지는 다른 사람에게 돌리고, 좋은 음식을 먹을 권한이 있어도 조금은 낮은 음식을 먹고, 너무 많이 가지지 말고 조금은 양보하고 1등보다는 2등을 선택합시다. 역사는 1등만 기억할지 몰라도 하나님은 스스로 낮아진 2등을 더 귀히 여길 것입니다.

자신의 이익과 권한과 명예를 위해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못하는 각박함보다는 ‘형님 먼저, 아우 먼저’의 푸근한 미덕을 훈련합시다. 2천년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주님은 더 낮아지는 현장에 계십니다.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것이 그리스도의 마음이고 우리는 그 마음을 품어야 합니다(빌 2:5). 더 낮은 자리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은혜의 대림절이기를 바랍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