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월간목회'에 2007년도 5월호에 게재할 글입니다. 목회자 자녀교육에 대해서 써달라는 청탁 때문에 자녀 개인사 이야기가 많이 나오게 되었음을 양해 바랍니다. 아울러 영국 다벨 브루더호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소개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너의 내외와 아이들이 너무나 보고 싶구나. 지난 1월 22일부터 2월 3일까지 12박 13일 동안 우리 교회 분들 21명과 함께 성지순례를 다녀오면서 너희가 살고 있는 영국에서 가까운 곳까지 갔다 왔기 때문에 그 아쉬움과 그리움이 더 큰 것 같다. 아빠와 엄마에게는 두 번째 성지순례였는데 그 코스와 일정이 너무나 빡빡했으나 1차 여행 때는 가보지 못한 곳이 포함되어서 나름대로 보람이 있었다.

모세가 성장한 궁중과 왕가(王家)를 가름해 볼 수 있는 이집트 룩소르로 직접 비행기를 타고 가서 그 지역을 돌아본 후 밤새도록 침대 열차를 타고 카이로에 온 다음, 이어서 시내광야를 거쳐 시내산을 등정하고 다시 누에바라는 항구에서 페리호를 타고 아카바항을 통해 요르단에 입국한 후, 페트라와 암만, 시리아의 다마스커스를 거쳐서 느보산을 넘어 이스라엘을 돌아보는 코스여서 힘은 들었으나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집트 카이로에 갔을 때 아빠에게 “지중해만 건너면 이태리요. 거기서 프랑스로 해서 도버해협을 건너면 영국, 런던 챠링크로스역에서 로버트 브리지 역에 가면 애들이 사는 다벨(Darvell)일 텐데요”라면서 아이들에게 가고 싶다고 하자, “여기에서 영국 런던까지 4-5시간이 걸릴 것이고 런던에서 아이들이 있는 다벨(Darvell)까지 열차로 가려면 아마 적게 잡아도 하루 왼 종일 걸릴지 모르는데 어떻게 철없는 소리를 하느냐?”시며 야단만 들었다. 네가 사는 영국이 지중해만 건너면 마음 같아선 한달음에 갈 수 있는 곳이라 생각되었다.

너도 네 자녀를 두었으니 자식 보고 싶은 불타는 마음을 이해하리라 여긴다. 며칠이 걸린들 무슨 상관이냐? 그것이 어미의 마음이 아니겠느냐? 무엇보다도 성지순례를 하면서 너희들이 너무나 보고 싶었던 것은, 돌아보는 지역 환경이 기독교적으로는 너무나 열악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반면, 너희들이 살고 있는 ‘브루더호프(Bruderhof)'라는 신앙공동체의 복음적인 순수한 삶이 너무 귀해 보여서였기 때문이었다. 이는 동시에 그 공동체에서 정식 패밀리로 살고 있는 너희들에게 대한 소중한 자부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3년 전 1차 성지순례 때 돌아보았던 터키 지역이나 이번에 돌아보았던 요르단과 시리아 지역은 바울이 순교적인 각오로 선교함으로 기독교가 왕성했던 지역들이 지금은 전부 회교들에 의해 강점(强占)되어 십자가 탑은 보이지 않고 회교 회당의 뾰족탑만 하늘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듯 비웃듯이 서있는 모습이었다. 특히나 이스라엘 지역은 예수님이 사역한 장소마다 너무나 화려한 교회당을 세우고 온갖 화려한 성화와 성상(聖像)들, 그리고 온갖 형형색색 등잔과 향불로 장식하고 의식과 계율로 가득한 종교의식을 거행하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예수님은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당시 세계를 지배하던 로마제국의 왕족으로 오시지 않고, 피압박 민족이요, 가장 침략을 많이 당해온 약소민족인 유대 땅에 오셨다. 그는 석가모니처럼 왕궁에서 태어나지 않으시고 목수의 자녀로서 가장 천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으며, 세계에서 가장 낮은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시고 일생 가난한 자와 병든 자, 나그네 된 자들과 소외된 자들을 위해 갖은 고난을 당하시다가 마침내 비참한 십자가의 죽음을 당하셨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가장 하나님을 잘 섬긴다고 자부심으로 가득한 종교 지도자들의 손에 그들의 종교계율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처형당하신 것이다. 그럼에도 예수님을 따른다는 기독교 지도자들이 또 하나의 외식적인 의식과 계율로 예수님을 괴롭히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나 장식이나 색깔이 요란하여 우리 일행 중에는 무당집 같아서 역겨웠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우리가 분명히 알 것은 예수님도 그런 종교의식과 계율로 가득한 그 교회당을 견디지 못하시고 지금도 낮고 천하고 소외된 백성들 사이에서 성령을 통해서 역사하시고 계실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너의 공동체는 오직 산상수훈과 복음적인 교훈대로 살려고 힘쓰는 모습은 너무나 비교가 되어 보인다. 그곳은 높은 자가 섬기고 낮은 자가 오히려 섬김을 받는 것을 체험하는 곳이 아닌가? 세라가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너희 부부가 대학생선교회 간사로 일하다가 서로 만나서 결혼한 후 그 공동체에 정착하게 되고 첫 딸 사라가 태어나면서 발달장애가 있다는 판명을 받게 되고,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보조기 없이는 걸을 수 없던 아이에게 그 공동체에서 물리치료사를 모셔오고, 간호사를 한집에 상주시킴으로써 계속 치료를 한 결과 작년 3월엔 혼자서 200 발자국을 걷는 기적이 일어 나게 되고 공동체 모두의 경사로 여기어 기쁨의 축하 잔치를 벌이고 학교 학급 전원이 밖에 나가 외식을 하는 등 이런 모습은 그 공동체 아니고는 볼 수 없는 미덕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처음에는 사위가 감신대(監神大)까지 졸업했음으로 목회의 길을 가기를 원했던 내가 너희들이 그 공동체의 정식 멤버가 될 때는 수도원에서 서품을 받는 사제(司祭)의 부모처럼 서운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으나, 이제는 한국에서 찾아오는 수많은 손님들을 너희 부부가 친히 통역하고 접대하는 역할을 맡아 한다니, 사회사업학과를 전공한 보람은 어느 정도 찾게 되었을 뿐 아니라 사위는 고등학교 수학, 너는 체육을 가르치므로 청소년 교육을 맡아 보는 것, 그것도 보람된 일이라 본다.

낮은 자들이 섬김을 받는 곳, 아마, 예수님도 그 공동체의 모습이 너무 좋으셔서 자주 그 곳을 방문하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별히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기내(機內)에서 엄마는 ‘섬기는 자가 섬김을 받고 주는 자가 받는다’는 교훈을 또 한 번 배울 수 있었다. 귀국하는 공항에서 어쩌다 보니 일행 중에 제일 나중에 티켓을 끊은 탓인지, 비행기에 제일 뒷좌석에 앉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앞좌석에 이집트 여인이 1살과 2살짜리 연년생 남매를 안고 탔는데, 기압 탓인지 교대로 계속 우는 것이었다.

우는 아이들을 보고만 있을 수도 없고, 아예 한 아이를 맡아서 안고 업어 주다보니 언제 13시간이 지났는지 내릴 때는 이집션 승무원들이나 나이가 든 기장에 이르기까지 날 ‘코리안 맘’이라 하더라. 이상하게 한국에서 떠날 때부터 심장이 갑갑하고 비행기 내에서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더욱 갑갑함을 금할 수 없었는데 귀국할 때도 그런 현상이 나타날까 적지 않은 염려를 했는데, 우는 아이를 돌보노라 애쓰다 보니 아플 시간이 없이 지난 것이다. 이집션 여인을 내 앞에 두시사 나의 고통을 돌아보신 것이다. 하나님의 세심한 돌보심이였다.

너무 보고 싶은 딸 지연아, 예부터 ‘품안에 자식’이란 말이 있다. 지금 그 말이 내게는 너무나 절실하게 다가오는구나. 너희들이 어렸을 때는 엄마의 당당함이 횡포가 되었는지도 모르고 자신만만한 긍지로 무리한 길들이기를 했는지는 모르나, 연말이면 너희들을 데리고 금식기도원에 가서 3일 동안 금식을 시키고는 했었지, 그 때 너는 곧잘 참아냈으나 동생들은 먹는 타령만 하면서 얼마나 불평을 해대던지, 그럼에도 엄마는 꼬박 3일 금식을 시킨 후에야 음식을 허락했다. 그만큼 너희들을 신앙으로 강하게 키우겠다는 신념이 내게는 있었다. 다행인 것은 너희들이 끝까지 순종했다는 것이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이제는 너희들은 품기에는 너무나 성인들이 다 되었구나. 네가 대학을 다닐 때부터 둥지에서 날갯짓들을 하는가 싶더니 어느 날 갑자기 떠나 버린 느낌이다. 너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고, 네 두 남동생들도 모두 이미 어미 품을 떠난 지 오래다. 네 두 동생들은 여전히 방송 일에 너무나 바쁘게 지내고 있다. 용민이는 ‘시사평론가’라는 직명으로 프리랜서인 가운데 SBS와 KBS 라디오에서 활동하고 있고, 지난 학기에는 모 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강의를 맡았고, 새 학기에는 다른 대학교도 출강할 예정이란다. 아마 대학 때부터 활동한 극동방송국, 그리고 나중에 근무했던 기독교TV의 경력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바쁜 틈에도 5년 동안 아버지의 설교를 도와 매주 영상설교를 제작하고 방영하는 것을 보면 신앙의 기초만은 든든한 것 같아 안심이다. 요즈음은 용민이 부부는 결혼한 지 4년 만에 아기를 잉태하고 너무나 희희낙락하는 모습을 보면 이제 엄마의 나이도 꽤나 깊어진 것 같다. 음악방송인 M-net에서 PD로 근무하고 있는 용범은 자기가 맡은 프로그램에 전력하는지 어느 때는 며칠을 회사에서 지내기도 하고 그런 탓인지, 방송국 자체 프로그램에서 인기순위를 여러 번 갱신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의 소원은 두 형제가 세상적인 방송에 종사하기보다 복음을 위한 방송 사역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성지순례 때 우리 일행들이 통곡의 벽 앞에서 각자 기도할 때 나는 기도하기를 큰 아들이 기독교 계통의 방송사 사장 되게 해 달라는 것과 막내가 3시간짜리 잠실체육관 쇼를 3억 가지고 연출한 실력으로 크리스천 문화 창달을 위해 쓰임 받게 해 달라고 했다. 나의 어여쁜 딸 지연아. 어느새 오 서방은 38세, 넌 36세가 되었구나.

좋은 친구와 아름답고 따뜻한 사람을 많이 만나 함께 더 아름답고 귀한 삶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학창시절에 못다 읽은 역사나 철학책을 틈틈이 읽을 수 있고 언제나 너그러운 마음, “허허”하는 마음 따스한 마음으로 넓은 세상을 껴안고 기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건강들 해라. 세라의 수영 솜씨는 물개를 방불케 한다 했지? 나무에 다람쥐처럼 잘 오르는 세준, 검은 머리를 휘 날리는 멋진 세린의 미소, 장난감 바이올린을 메고 집집이 다니며 노래를 부른다는 세루,

4남매가 너무너무 보고 싶다. 그럼 하나님의 가호가 늘 함께 하기를. 2007. 5. 엄마가.

/ 홍익교회 김태복 원로목사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