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청년의 밤 행사가 있었습니다.
지난 여름 수련회를 마치고
자기들끼리 의기투합하여
뭔가를 해 보자고 하더니
오늘 밤 행사를 갖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나는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몇 해 전까지 매번 기대를 하고 참여했다가
그 기대가 실망감으로 추락하는 것이
괴로웠기 때문입니다.
청년에 대한 애착이 크기 때문이겠죠.

최근 몇 해 동안은
아예 청년의 밤을 하자는 소리조차 없었습니다.
그만큼 청년들이 무엇 때문인지 의기소침해 있었습니다.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었습니다.
내가 많이 사랑했던 이들이기에 내 아픔은 더 컸습니다.

그런데 오늘 밤,
이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보며
오랜 만에 내 눈이 뜨뜻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용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순서가 그리 복잡하지도 않았습니다.

찬양, 앙상블, 연극, 솔로, 아카펠라, 그리고 뮤지컬.
큰 기대도 안 하고 참여했던 내가
시간이 갈수록 깊이 빠져듭니다.
전에는 시작할 때와 마칠 때 찾아왔었는데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뜰 수 없었습니다.

모든 순서에
정성 들여 연습한 모습들이 엿보입니다.
앙상블, 멋졌습니다.
아카펠라, 솔로, 중창, 연극, ... 크으~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뮤지컬,
감동적이었습니다.
글구 무엇보다 감동이었던 것은
뮤지컬을 끝낸 청년들이 무대 뒤로 가서는
모두들 눈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전도사님도 눈이 뻘게져있고,
청년들 모두도 눈가의 눈물을 훔치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 눈물은 뭔가를 해 냈다는 만족의 눈물은 아니었습니다.
그건 신앙의 눈물이었습니다.

자기들이 뮤지컬을 하며
거기에서 주님의 터치를 느낀 겁니다.
은혜를 많이 받은 거지요.
그런 저들을 바라보며 나 역시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축도 겸 인사를 하라는데, 눈물을 보이기 싫어서 대충(?) 했습니다.

조금 더 환경이 좋다면
저들은 더 멋진 역사를 이룰 것이고,
주님께서 기뻐하실 새벽이슬같은 청년들로
우리 교회를 채워갈 것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빨랑 교회를 지어야겠습니다.

청년들,
당신들은 오늘 정말 멋졌습니다.
세속적인 멋이 아니라
창조적이며, 젊은 문화로 주님을 노래한
그런 당신네 신앙적 몸짓이 너무 훌륭했습니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