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의 어느 매우 추운 날 아침이었습니다. 어떤 모임에 설교를 하기 위하여 선교위원장님과 시내 모 교회로 갔습니다. 초행길인데다 위치를 정확히 잘 모르는 곳이고 지난밤에 눈까지 와서 길이 미끄러워 시간이 늦지 않게 가려고 비교적 넉넉히 여유를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거리가 멀지 않고 또 차량정체도 없어서 예배 시작 예정시간보다 40여분이나 먼저 갔습니다. 거추장스러울 것 같아서 우리는 외투를 벗어 차에 두고 교회당으로 들어가서 이미 먼저 와서 기다리던 다른 몇 분과 같이 직원의 안내를 받아 그 교회 당회장실로 안내되었습니다.

잘 정돈되지는 않았지만 제법 넓고 또 커다란 회의용 탁자가 놓여 있어서 여러 명이 기다리기에는 적당한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에너지 절약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출근해서 난방기를 가동해도 집무에 별 지장이 없을 만큼 난방시설이 잘 된 방이어서 그런지 아직 난방기가 가동되지 않아서 방은 매우 추웠습니다. 우린 외투까지 벗어놓고 들어갔으니 추운 겨울아침 난방이 전혀 안된 냉방에서 기다린다는 것이 너무나 고역이었습니다. 참다못한 일행들은 뭔가 난방을 해 볼 요량으로 난방기 비슷한 기계를 여기 저기 만졌는데 아뿔싸 그것은 난방기가 아니라 공기청정기였고 잘못 가동되어 찬바람만 쏟아져 나왔습니다.

겨우 구석에서 작은 전기난로 하나를 찾아서 그 작은 전기난로라도 가동하려고 전기 콘센트를 찾았지만 콘센트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한참이나 후에 교회 직원이 들어와서 난방기를 가동해 주었습니다. 알고 보니 난방기는 천정에 달린 최신식 강력난방기였고 스위치를 돌려 손으로 켜는 기계식이 아니라 리모컨으로 원격 가동하는 전자식 난방기였습니다. 삽시간에 방안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렇게 좋은 난방기를 두고 괜한 공기청정기를 잘못 작동시키고 전기난로의 불을 켜려고 콘센트를 찾아 소동을 한 우리가 참으로 우습게 생각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계가 있고 아무리 편리한 시설이 있어도 그것을 가동할 방법을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고 그 좋은 난방기 아래서 그 여러 사람이 벌벌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리모컨 단추 하나만 누르면 온 방이 따뜻해 질 수 있는 최신식 난방기를 두고서 그렇게 벌벌 떨고 되지도 않는 전기난로 콘센트 찾느라고 애꿎은 공기청정기를 오작동 시키고, 문제는 그렇게 소란을 떨었어도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때 그건 마치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여 준비한 최고의 은총을 모르고,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가 가진 하잘것없는 능력을 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쩔쩔매는 영적 어리석음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여 최고의 것을 준비해서 그것을 우리 자신의 것으로 사용하라고 하셨지만 우리의 어리석음이 하나님의 지혜에 이르지 못하여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새해가 시작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2010년의 사람들입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이는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의 가치 때문에 나와 관계된 모든 곳, 모든 사람들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람으로 살면 좋겠습니다. 내가 있기 때문에 우리 가정의 가치가 높아가고, 내가 있기 때문에 나의 직장의 가치가 높아지도록, 나를 만나는 사람이 나 때문에 가치가 높아지고, 내가 하는 일이 나 때문에 더 소중한 일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살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넘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미 우리는 수많은 영적능력과 자신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위대한 역사에 참여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발견하고 나를 위해 준비한 위대한 역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능력을 나에게서 찾지 말고 하나님의 준비한 능력을 받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우린 없어서가 아니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지 못함으로 가치 없는 인생으로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없어서가 아니라 몰라서 그런 것입니다. 하나님으로 인해 자신의 가치가 높아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