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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 인사관리체계가 갖춰져 있었다면… |
| [새 정부에 바라는 행정정책 ①] 훈련된 무능…학습된 부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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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들어서 가장 강조되는 말이 '서비스 정신'이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서비스 정신’ 이라는 말일 것이다. 자신의 자리가 정년까지 완벽하게 보장되어 있는 마당에 뭐가 아쉬워서 다른 사람에게 서비스를 한단 말인가? 경쟁자도 없고, 부도가 날 염려도 없고, 봉급이 줄어 들 염려도 없다. 서비스를 잘못 한다고 자신의 인사고과가 나빠지지도 않으며 승진에 지장을 받는 것도 아니다. 시민들에게 서비스해야 할 아무런 유인도 없다. 공무원들은 한결 같이 자신의 공무집행이 그들이 섬겨야 할 시민들에게 시혜를 베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친절이 몸에 배어 있다.
그뿐이 아니다. 국제투명성 기구에서 발표한 자료는 우리가 실생활에서 피부로 느끼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 공직부패지수가 50 번째로 자메이카와 같은 수준이며, 짐바브웨보다도 부패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물공여지수는 아예 중국 다음으로 꼴찌에서 두 번째로 평가됐다. 나는 얼마 전 외국에서 살다 귀국한 친구로부터 “한국은 마치 부패의, 부패에 의한, 부패를 위한 사회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1999년 가을 인천의 호프집 화재로 수 십 명의 청소년들이 떼죽음을 당한 것은 공무원 사회의 부패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해주는 사건이었다.
물론 성실하고 양심적인 공무원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무능하면서도 부패한 공무원들로부터 오히려 따돌림을 당한다. 또한 소위 잘 나가는 관료들일수록 공직수행 과정을 직위승진을 위한 전쟁터로 생각할 뿐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도대체 무엇이 공무원들을 그렇게 만든 것일까? 공무원들은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이기 때문 에 일반인들에 비해 더 유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단 공무원이 되고 나면, 그들을 휘감고 있는 제도적 틀과 폐쇄적 조직문화가 공무원들의 능력을 전혀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것이 공직사회에서는 ‘훈련된 무능(trained incapacity)’과 ‘학습된 부패(learned corruption)’의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처럼 무능하면서도 부패한 공직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혁시키지 않고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불가능할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지금 공무원들은 자신이 어째서 그 일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한 목표의식도 분명치 않으며, 그 직무를 통해 달성해야 할 성과책임(成果責任 accountability)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만약 공무원들의 올바른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성과주의 인사관리체계가 갖춰져 있었다면, 향락업소에서 화재가 나도록 고사를 지내도 결코 불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공직사회의 근본적인 변혁을 위해서는 공무원의 직무 체계를 재정의 하는 것이 시급한데도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공무원들 각자의 직무가 공복으로서의 존재이유를 밝혀줄 수 있는 제도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 경영학 박사, 서강대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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