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요즘 한 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내가 계속하여 추구하고 있는 시대변혁에 따른 전략적인 변화 추구에 대한 문제 때문입니다. 비전과 현실의 괴리, 미래와 현존하는 여건과 주변 사람들과의 생각의 차이 때문입니다. 두 가지를 다 놓칠 수 없는 소중한 것이기에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애를 쓰지만 이러다가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것 같은 위험을 느끼기도 합니다. 더 좋은 내일을 위해서는 오늘을 딛고 일어서야 하지만 그러다가 오늘을 소홀히 할 위험이 언제나 있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것을 추구하다가 일상적인 것을 소홀하게 됨으로 오는 피해 역시 미래를 보지 않고 오늘에 안주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마치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다가 자기 집 밥상에 놓인 가장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영양을 소홀히 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입니다.

신앙도 그렇습니다. 일상적인 신앙생활로서는 성이 차지 않고 특별하고 신비한 또 다른 체험을 추구하다가 이단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실 가장 좋은 신앙은 삶의 현장에서의 일상적인 삶에서 하나님의 신비를 찾고 평범한 생활 그 자체를 바르게 사는 것인데 흔히들 그런 평범한 삶의 은혜와 일상에서 찾는 신비를 소홀히 하고 특별한 은사를 찾아 기도원으로 가정제단으로 쫓아다니고, 성실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신앙을 우습게 여기는 영적 오만에 빠지고, 잘못된 신비에 넘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별미를 찾고 특별한 것을 찾는 사람이 영양실조가 걸리고 현실 적응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목회를 하면서 한국교회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교회가 너무 안주한다는 조바심을 가지면서 새시대에 맞는 목회를 구상하고 계획하면서도 나 자신이 지나치게 변화에 민감한 것이 아닌가 반성합니다. 사실 우리 교회가 교회시스템 문제, 사역 프로그램 개발, 그리고 교회 이미지를 세우고, 목회영역을 확대하고, 지역사회 속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가는 일은 열심을 내면서도 성도들을 돌보고, 구체적으로 삶을 안내하고, 일상에서 누리는 신앙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는 일에는 소홀했다는 반성을 합니다. 그래서 돌봄간사 제도를 도입하고, 목회사역 중 돌봄사역을 중시하며 매일 아침 교역자회의를 통하여 이를 확인하고 교인들의 문제를 나누고 대책을 세우고 하는 일에 열심을 내지만 교인들과의 만남에서 오는 시각의 차이에 놀라고 끊임없이 말하고 가르쳐도 변하지 않는 성도들의 생각에 부딪칠 때면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찾는 신비입니다. 지극히 일상적인 것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고 지극히 평범한 것에서 하나님의 신비를 찾고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삶이 곧 예배가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신앙생활이고 성도들이 각박한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도록 가르치고 인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목회일 것입니다. 그러나 목회자인 나 자신은, 영적 지도자인 나 자신은 주님과의 거리가 성도들보다는 더 가까워야 하고, 그들보다는 더 분명한 영적 체험이 필요하고, 현실적인 신비는 물론이지만 내일을 바라보고, 하나님의 비전을 보고, 미래의 손짓에 응답할 줄 알아야 하고, 하나님의 강건하심에 순종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내일을 못 보기 때문에 오늘에 안주하려는 사람들, 미래를 계획하지 못하기에 오늘에 집착하려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이끌어야 할 일이 목회자인 나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아무리 배가 고파도 내일을 위한 씨앗까지 먹어버려서는 안 되고 내일을 위하여 오늘의 배고픔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합니다. 풍성한 내일보다는 지금 눈앞에 있는 떡 한 조각에 급급한 철없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설득해야하는 것이 목회자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또 고민 합니다. 내가 너무 특별한 것이 아닌지, 이러다가 내일은 물론 오늘까지 놓치지나 않을지 말입니다. 그래서 목회자의 길이 외롭고 힘들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결심합니다. 그래도 나는 기쁨으로 목회자의 길을 갈 것입니다. 다만 순간순간 내 삶의 자리에서 오늘의 신비를 발견하며 말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