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읽고 시대문화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치스런 선택이 아니라 불가피한 생존의 방식입니다. 아직 다가오지 않는 미래를 알고 전략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지혜이고, 이미 변화된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존재 방식을 바꾸는 환경적인 변화는 생존을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며, 미래에 대한 예측은커녕 변화된 오늘을 직시하지 못하고 이미 사라진 과거를 오늘로 착각하는 것은 생존 그 자체에 대한 포기입니다. 그래서 변화는 사치스러운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지혜요 생존의 방식입니다.

저는 지난 월요일 유성에서 있었던 총회 국내선교부 정책협의회에 참석했습니다. 전국 64개 노회 국내선교부장과 총무 등 임원들이 참석하여 2강좌의 기조강의를 듣고 한 해의 교단정책을 협의하는 자리였습니다. 물론 저는 노회 국내선교부장이 아니지만 장신대 임성빈교수와 제가 기조 강의를 하는 강사의 자격으로 참석을 했고 신학적인 측면에서 장신대 임성빈 교수가 ‘웹 2.0 시대와 한국교회의 뉴패러다임 모색’이란 제 1강의를 했고 제가 목회적인 측면에서 ‘웹 2.0시대와 목회 패러다임의 변화와 대안’이라는 주제의 제 2강의를 했습니다

임교수의 강의는 웹 2.0 시대인 오늘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에 대하여 강의를 했고 저는 이런 우리 사회에서 목회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고 그 대안이 무엇인가에 대한 강의를 했습니다. 저의 강의전문은 우리 교회 홈페이지에 올렸기 때문에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쯤 읽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늘 그렇듯이 임교수의 강의는 재미있고 명쾌한 현실분석이었습니다. ‘Web 2.0 시대가 어떤 시대냐?’하는 구체적인 학문적 정의에 대한 설명은 생략되었지만 우리 시대가 얼마나 급격히 변하고, 기성세대와 얼마나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우리 한국교회가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져 있고, 우리의 목회가 얼마나 허공을 치는 목회인가를 잘 집어주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 강의를 들으면서 참으로 답답하고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패러다임의 변화와 대안에 대한 강의를 하지만 저 역시 우리 시대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저의 가치관 역시 이미 지나간 시대의 낡은 가치관의 기초위에 서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내 생각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헐떡이며 따라오는 목회현장과 주변사람들이 이런 정도의 시대적 변화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저의 답답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미래목회에 대한 희망을 버려야하고, 적극 수용하고 시대에 맞는 목회를 진행하려면 과거에 발목잡혀있어 미래는커녕 오늘도 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목회환경에서 지금보다 얼마나 더 많은 갈등을 각오해야 할까? 하는 착잡함이 나를 힘빠지게 했습니다. 그렇다고 될 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포기하는 것은 더더욱 하나님의 강권하심에 대한 불순종이 되는 것이니 신나고 즐거운 모임이기보다는 가슴이 답답한 모임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저의 발제강의에서의 제안은 노회와 교회의 본래적 기능에 대한 회복과 또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하는 포괄적인 문제임을 전제했고 강의 뒤 구체적으로 시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결론은 간단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목회대상, 우리가 전도하고 구원하여 살리고 세울 대상을 바로 알지 못하고는 교회도 목회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현실과 변화에 대해 둔감하거나 환경적인 변화를 손 놓고 기다리려는 안일한 사람들까지도 변화시켜서 시대적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조차 목회자가 짊어져야할 짐이라는 것입니다. 교회의 지도자들을 변화시키는 것과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하는 것 그 모두를 함께 책임져야하는 것이 목회자의 기능이라는 것입니다.

패러다임의 변화와 대안을 제시하려 교단정책의 변화를 시도하려고 강의를 다니는 나 자신 조차 이렇게 힘든 상황을 교회지도자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이 시대를 이겨나갈지가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해야 합니다.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듯이 불변하는 복음을 변하는 문화 속에 육화(肉化) 시켜야 합니다. 이제 변화는 사치스러운 선택이 아니라 불가피한 생존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