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기 어려운 시대, 파파라치가 뜨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올해 들어서도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불법 행위를 줄인다는 명분을 앞세우며 ‘파파라치’ 제도를 확대했다. 이러다보니 파파라치 지원자도 크게 늘고 있다.

이게 정말 돈벌이가 될까. 포상액수가 점점 늘다보니, 이일만 전업으로 할 경우, 고액연봉을 챙길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어제 <한겨레>에 실린 실태 기사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교파라치 즉 학원의 불법 강의의 경우, 최대 포상금이 1억 원이고, 해외은닉 재산을 신고할 경우엔 최대 5억 원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불법 쓰레기 투기 신고로만 4억 원을 벌어들이고, 돈 되는 고발이라면 마다 않고 나서서 결국 3년 만에 아파트를 장만했다는 사람도 생겼다. 요즘 같은 불황에 잘만하면 웬만한 직장 봉급보다 훨씬 나은 수입을 챙기는 것이다. 학원 수강생이 노리는 것도 이것이다.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신고 포상금 제도는 60여종에 달한다.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쫓는 카파라치, 쓰레기 몰래 버리는 사람 뒤 쫓는 쓰파라치, 비닐봉투 돈 안 받고 나눠주는 상점 주인을 쫓는 봉파라치, 불법 식품을 파는 자동판매기를 쫓는 자파라치, 그리고 주파라치는 무려 세 가지의 뜻이 있다. 주가조작, 주차위반 그리고 술 ‘주’자의 의미인데 청소년에게 불법적으로 술을 파는 사업자를 쫓는 행위이다. 그밖에도 담배꽁초 무단 투기를 잡는 꽁파라치, 신용카드 위장가맹점이 타깃인 크레디파라치, 농지를 불법적으로 전용하는 이를 포착하는 농파라치, 노래방 불법 영업을 캐는 노파라치가 있다. 이거 말고도 훨씬 더 많다.

그렇다면 이게 어디서 나온 말일까. 거론된 김에 이야기해본다. 두 가지 유래가 있다. 우선 가장 유력한 것은, 영화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이 영화는 로마의 퇴폐적이고 나태한 부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보도하는 신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신문사의 카메라맨 이름이 파파라초이다. 그래서 파파라치가 여기서 유래됐다는 것이고. 또 다른 것은 파파라치가 사나운 모기나 파리처럼 떼 지어 달려드는 벌레를 뜻한다는 주장이다. 여하간 파파라치는 상류층 또한 명망가를 뒤쫓는 사진가들을 의미한다.

다이아나비도 파파라치를 물리치도 도주하다가 변을 당한 경우이다. 지난 1997년에는 애인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센 강변의 터널에서 말이다. 한편 지중해에서 여가를 즐기던 재클린 오나시스의 나체 일광욕 사진이 한 성인잡지에 공개돼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이것도 파파라치의 작품이었다. 이것 때문에 재클린은 난처한 지경에 빠졌지만, 하잘 것 없었던 이 잡지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어감은 좋지 않으나, 직업적 자긍심은 좀 약하지만, 실업자들에게 이것만큼 문턱이 없는 돈벌이로써 각광받는 게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시장까지 형성돼 있다. 특히 단속 노하우가 없는 이들에겐 학원이 큰 힘이 된다. 학원에서는 일반 디지털카메라부터 초소용 적외선 핀홀카메라에 이르는 첨단장비의 사용법 그리고 이를 활용한 성매매나 쓰레기 투기 같은 현장의 촬영 노하우를 일러준다. 한 달 100만 원 안팎의 수강료를 내면, 이런 ‘돈 되는’ 사진을 찍는 방법과 초상권 침해를 방지하는, ‘법망’을 피해가는 요령까지 알려준다.

글쎄 이런 일을 하는 분들이 있음으로 해서 법질서를 준수해야 한다는 경각심은 들지만, 어째 마땅치 않다. 강준만 교수가 쓴 ‘한국인을 위한 교양사전’에 이런 내용이 있다. “밀고를 한 사람에게 포상을 주는 식의 밀고를 장려하는 방식은 군사정권의 전 분야에 걸쳐 성행했는데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반감을 샀다. 한국인들은 역사적으로 밀고에 대한 공포와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라는 부분 말이다. 그러나 돈 앞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각종 파파라치에게 지급하는 연간 예산만도 거의 100억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포상제도는 더 늘어갈 것만 같다. 영업용 건물의 막힌 비상구를 신고하는 ‘비파라치’가 지난달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됐지? 이런 비슷한 게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해야 할 단속을 민간이 책임지니 국민들 사이에 불신만 조장하는 꼴은 아닌지 모르겠다. 공권력이 불법 행위를 단속하지 못한 채 시민들에게 ‘감시를 권하는’ 상황. 일각에서는 “전체주의 시절에 ‘거동 수상자’를 색출할 때나 쓰던 ‘상호 감시 방식’이 수단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결국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고의로 불법을 행하는 사람과, 부지불식간에 불법을 행한 사람을 차등화 할 수 있는 기준도 필요할 것 같다. 경기도의 한 삼거리에서 일주일새 무려 6000명이 신호위반으로 파파라치에 의해 적발됐다. 신호체계의 문제 때문이었다. 이거, 누구를 탓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