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는 전체 예산의 몇 %를 인쇄 운송 배달 비용에다 쓸까. 비록 수년 전이긴 해도, 대학원에서 알게 된 중앙일간지 편집국장 출신 간부로부터 “50% 내외정도 든다”라는 말을 나는 들었다. 그런데 이 인쇄 운송 배달 비용이 하나도 안 든다면 어떻게 될까. 책의 경우도 같은 질문이 가능하다. 통상 만 원짜리 책 한 권의 순수 제작비용 그러니까 종이값 인쇄값 제본값 이거 다 합친 가격이 3500 원 내외라고 한다. 이것들 역시 앞으로 소모되지 않을 비용으로 분류된다면 어떻게 될까. 정말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에 아이폰으로 전 세계 IT전문가들을 매료시킨 애플사의 스티브잡스가 아이패드라는 이른바 ‘태블릿PC'를 내놓았다. 아이패드를 두고 좀 더 커진 아이폰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 손으로 화면을 누르면서 작동하는 PC라 하겠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키보드 같은 건 없어도 활용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PC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전자책, 전자신문이 등장한다면, 앞으로 언론 출판계에 어떤 변화가 미칠지 이걸 짚어보려는 것이다.

가격이 싸지는 것. 이게 변화의 첫 번째가 될 것이다. 올해 칠순 되신 나의 아버지는 틈만 나면 책을 읽는 분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는 대신, 인터넷으로 책 내용이 뜨는 이른바 전자 도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계신다. 이건 전자책이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종이 대신 컴퓨터로 책 내용을 볼 수 있는 점만은 흡사하다. 그런데 이게 스크랩 기능도 되는데다 글씨도 보기 시원하게 커서, 아버지는 ‘읽는 진도’가 빠르다며 호평하시더라. 하지만 무엇보다도 만 원 넘게 줘야 살 수 있던 책을 3000 원대에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을 최고의 장점으로 꼽으시더라.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지금도 인터넷 서점에 눌려 위축된 동네 서점들이 위태롭게 되지 않겠나 하는 점이다. 하지만 당장 우려할 일 같지는 않다. 아직 전자책 보급률이 매우 미약하다는 얘기이다. 같은 책을 놓고 비교하면 전자책 매출은 종이책의 1~2%에 불과하다. 책 한 권이 100개 팔리면 그 중 전자책으로 보는 이가 한 명에서 두 명 정도라는 얘기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전자책 단말기 보급이 막 시작된 데다, 번잡한 기계 작동 대신 종이책이 훨씬 친숙하다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종이에서 전자로 독서의 경향이 바뀌기까지 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탄력을 받을 것 같다.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가 지난해 1200억 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20~30%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업계의 추산이 있다. 삼성전자의 파피루스, 아이리버의 스토리, 아마존의 킨들 그리고 애플의 아이패드까지 단말기를 만들어 내고 있지? 책을 어디서나 다운받을 수 있도록, 무선 인터넷망도 전 방위적으로 개방되고 있다. 교보문고 외에도 알라딘, 예스24, 영풍문고, 리브로 같은 인터넷 서점이 전자책 콘텐츠 유통 사업에 가세할 예정이다. 시장 구성원들의 박자가 착착 맞아 떨어져가고 있다.

내용은 좋으나 저변이 약해서 대중과 친숙하지 못한 인문학 서적도 활발하게 보급됐으면 하는 바람, 많은 이들이 갖고 있다. 그러나 전자책용이라며 나온 콘텐츠를 보면, 아쉽게도 자기계발, 재테크, 장르소설, 외국어 학습 같은 이른바 실용 서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인문학을 홀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원인 중에 하나겠지만, 출판사나 작가들 중에는 ‘전자책 만들면, 이거 복제되는 거 아냐, 그러다가 이 책, 사는 사람이 없어지는 거 아니야’ 이런 시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유통업체들은 콘텐츠 무단복제를 방지할 수 있다고 하지만 행여 한 권이라도 콘텐츠가 유출될 경우 시장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일리가 있다. 그래서 현재 전자책 만들기 움직임은 출판사보다는 유통업체 중심으로 활발하다.

유통업체가 중심이 되면 이른바 ‘돈 되는 책’만 전자책으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 우리나라에 3만 여개 출판사가 있는데, 이 가운데 영세 출판사와 1인 출판사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유통업계가 주도하는 전자책 사업 모델이 전면 부상하게 되면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는 것은 당연지사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음악성은 있는데, 외모나 춤, 말 실력, 개인기가 없다고 가수가 못 되는 대중문화계의 모순된 현실을 따라 할 가능성이 있다. ‘안 팔리는 책’은 곧 싸구려라는 인식이 뿌리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측면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전자책 보급이 확산되면 책의 개념도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전자책 단말기가 칼라화되고, 또 인터넷이 가능하다면, 동영상 삽화가 가능할 것이다. 시의성이 떨어지는 예화와 통계는 시시각각 새로운 데이터로 대체되면서 ‘리얼타임 증보판’이 돋보이게 될 것이다. 심지어는 저자와의 댓글 대화도 가능하게 될 것이고. 통상 인터넷의 글을 읽으면서 속독 실력이 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점을 따져본다면, 아마 전자책은 국민의 독서량을 꽤 늘릴 것으로도 전망된다. 아울러 저렴해진 가격 때문에 책 한 권 살 사람이 두 권 사는 경우도 늘면서 도서 시장의 파이도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하게 된다.

이런 꽃피는 봄이 오려면 좋은 콘텐츠가 많아야 할 것이다. 참신한 저자를 찾아내 양질의 글을 다량 확보하는 것. 여기에 출판계가 명운을 거는 시대가 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참신한 저자가 뭐 어디 따로 있겠나? 자신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쌓는 이들이 모두 그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글 뿐 아니라, 편집 디자인, 사진, 동영상 같은 모든 멀티미디어 분야도 출판의 한 영역이 돼 가고 있다. 이런 걸 어려운 말로 ‘미디어 컨버전스’, 흔히 쓰는 말로 ‘종합예술’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 의미에서 저도 책을 내고 싶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법’ 뭐 이런 걸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