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은 "일본 기업의 실패는 예스맨에 둘러싸인 탓"이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예스맨, 잘 아시는 대로 위에다가 충정어린 고언 내지는 직언을 회피하며, 그저 윗사람 듣기 좋게 살랑대는 아첨꾼들을 말한다. 일본의 시사평론가 사타카 마코토 씨는 이번 도요타 리콜 사태와 관련해 "비판 자체가 금기였다"며 "도요타는 너무 들떠있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런 체질이 에도시대로부터 비롯됐다는 비판도 있었지? 마코토 씨는 "'도요타번'에서 영주의 주위를 예스맨이 둘러싸서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현실을 잘못 본다. 언론도 광고에 둘러싸여 도요타에 무비판적이다"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사내에서 바른 말 하는 사람이 없으면 언론이라도 그 몫을 담당해줘야 하는데, 언론은 언론대로 도요타를 비롯한 유수의 기업들로부터 광고가 끊길까봐 또 바른 소리를 못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일본 기업을 병들게 했다는 것이다.

도요타 뿐이 아니다. 십수년에 걸쳐 항공기 좌석의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지만 검사결과 내용을 위조해 전세계에 팔아 온 기업도 있었던 모양이다. '고이토(小絲)공업번'이라고 하는데.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일본항공'도 같은 경우였다고 한다. 시장이 성숙해지면 성숙해질수록 경영인의 시야는 넓어져야 하는데, 일본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갈수록 일본 경영자의 경영력, 구상력, 조직을 끌고 가는 힘이 쇠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예스맨’은 일본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에서는 영화로도 나왔다. 제목이 바로 ‘예스맨’이었다. 그 줄거리를 풀어본다. 짐 캐리가 맡았던 대출회사 상담직원인 칼은 "노(no)"를 입에 달고 산다. 매사에 부정적이다. 인정머리가 없는 것은 당연. 대출 받으러 온 손님에게 하는 말도 늘 "can't, 즉 불가"였다. 친구 부탁을 거절하기 위해 거짓말도 예사다. 말이 씨가 된다고, 그러니 자신도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아내에게 이혼 당하고, 승진에서도 탈락했다. 외톨이로 DVD 빌려 집안에 틀어박혀 밤늦도록 영화나 보는 게 고작이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친구의 강요로 '인생역전 자립프로그램'에 참가해 앞으로는 어떤 경우에도 '예스'라고 말하고, 그 대답을 실천하기로 맹세한다.

이른바 ‘긍정의 힘’을 믿기로 한 거다. 그 때부터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진다. 마지못해 노숙자를 도와주자 여자가 생기고, 대출해 준 고객들이 성실히 돈을 갚아 승진까지 한다. 매사에 적극적이며, 아무리 황당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 영국 대중문화계의 괴짜 대니 월러스의 작품이 이 영화의 원작이다. 월러스는 "변화는 의식에서 온다. 의식은 현실이 되고, 그 현실을 통제하는 방법은 '예스'뿐"이라고 역설했다. 지금까지의 얘기는 ‘예스맨’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부정과 비판을 헛갈려 할 경우, ‘예스맨’은 아주 이상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적 업무에서는 간언이 필수적이다. ‘정관의 치(治)’를 이룬 당 태종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그의 정책 참모, 즉 책사로 위징이 있었다. 위징은 시도 때도 없이 바른 말을 했다. 위징은 “신하가 간언하면 자신이 위태롭지만, 하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롭다”라고 했다. 소아마비로 좌절에 빠진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미국 대통령이 되기까지에는 루이 하우의 역할이 컸다. 루즈벨트가 아이디어를 내면, 하우는 그것을 조각조각 내고 있을 법한 모든 결점을 샅샅히 찾아내는 비판자의 역할을 했다. 하우의 모든 비판을 충분히 방어하고 나서야 루즈벨트의 아이디어는 OK 사인을 얻을 수 있었다. 루이의 지론은 “참모의 예스는 먹기 좋은 독약”이었다. 걸프전의 영웅 미 슈워츠코프 장군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예스맨 무리”라고 했다.

그런데 지도자들은 비판에 쉽게 귀를 닫는 경향이 있다. 일전에 김종필 전 총리는 “청와대란 6개월이면 눈을 막고 귀를 멀게 하는 곳”이라고 했다. 지금도 그런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도자가 자신의 눈과 귀가 혹시 막히지 않았는지 늘 애써서 돌아보지 않으면 뜻하지 않게 듣기 좋은 말만 편식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나라 2세 황제 호해 때 환관 조고가 난을 일으켰다. 호해는 왜 미리 알리지 않았느냐며 어린 환관을 꾸짖었다. 그러자 어린 환관은 이렇게 말했다. “일찍 말씀드렸다면 지금 제 목은 붙어 있지 않았을 겁니다”라고 말이다. 싫은 소리 마다하다가 자칫 패주가 될 뻔했다. 쓴 게 건강에 좋다는 말, 새삼스럽다.

쓴소리를 달게 받아들이는 것은 성공한 지도자의 덕목이 되겠다. 일본에도 역시 ‘우리가 남이가’라는 원리가 있었던 모양이다. 2년 전, 도요타가 미국을 제치고 세계 1등 기업이 되니까 일본 정부는 물론 언론들이 덩달아 만세를 부르며 도요타 찬양만 연신 해댔다. 그 무렵 ‘도요타의 이면’이라는 책을 발간한 사람이 있었다. 와타나베 마사히로 씨라고. 그는 "도요타는 오로지 성장제일주의만 추구했다"며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와 언론도 ‘세계 1등한 일본기업’이라며 마구잡이로 옹호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마사히 씨의 말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도리어 “너 일본 사람 맞냐”라는 반문만 들었다. 2년 전 그 목소리를 경청했더라면 도요타는 지금의 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