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첫 날 아침이다. 즐거운 명절이 됐는지 궁금하다. 그렇지 않은 분들, 특히 명절에 가족 구성원끼리 상처를 입고 입혀서 아직도 마음이 싸늘한 분들, 그래서 배우자와 갈등이신 분들을 위해 준비한 내용이다.

사실 설 연휴마다 귀경길에 다투는 부부가 적지 않다. 남편은 장시간 운전에, 아내는 명절 노동에 지친 상태라 자칫 말 한마디에 가시가 박힌 듯 민감하다. 남 이목 때문에 묵혀둔 남편과 아내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급기야 ‘명절이혼’운운 하며 폭발하기도 한다. 실제 서울가정법원 분석에 따르면 설 전후 두 달 사이에 ‘시댁 및 처가와의 갈등’을 이유로 한 이혼사건의 절반 이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명절 스트레스’가 부부 간 갈등을 격화시켜 이혼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조사한 ‘이혼 변천사’를 보자. 이혼 상담 내용을 통해 본 시대별 부부의 일상은 이렇다. 50∼60년대의 경우 남성은 전횡을 휘둘렀고 여성은 순종해야 했다. 한마디로 제왕적 남편이었다. 70년대는 도시화와 핵가족화로 인해 여성 의식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성격차이로 인한 부부갈등 상담이 늘었다. 80년대는 여성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생존’보다는 ‘삶의 질’과 관련한 상담이 급증했다. 90년대 여성은 고학력으로 사회진출이 많아졌다. 이들은 자유로운 삶을 원했다. 이혼율도 높아졌다. 여성의 권익이 신장되고 있는 반면, 여성에 대한 가족 구성원들의 시각은 매우 고정적이다.

신구 세대 사이에 갈등도 한 몫을 하게 된다. 명절 우울증은 가부장적 문화와 좋은 며느리 강박관념에 반발하는 신세대 부부와 구세대 어른들 간의 가치관 단절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해소책으로는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해 상호간의 이해 증진이 필요하다. 아울러 가치관 차이를 줄여줄 수 있는 사회적 인식변화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명절만 되면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주부 본인은 무조건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남편이나 시댁 식구, 며느리들 간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느낀 생각을 토로하고 이를 개선시켜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동기 사이에도 갈등도 심각하다. 명절만 되면 떨어져 있던 가족이 모여 반갑지만 한편으로 서열 관계가 드러난다. 이를 테면 형이 동생보다 사회적 명망이 더 높고, 돈벌이도 더 짭짤할 경우, 만나는 것 자체가 갈등의 씨앗이 된다. 사회적 지위에서 열등의식을 느낄 때 스트레스 강도가 점차 심해진다는 것이다. 한 해 한두 번이라고는 하지만 자극이 반복되고 몇 년 지나면 시댁의 시 자만 들어도 온몸을 움츠리기 일쑤다. 이쯤 되면 가슴속에서 뭔가 치밀어 오르고 열이 나기 시작한다. 화병의 시초다.

가족끼리도 참 소통하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경쟁이 본위가 된 시대에 가족 구성원들끼리도 서열화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첨예한 갈등이 있는 사람들끼리 소통을 통해 해법을 찾으면 참 좋겠지만, 이미 이 정도까지 된 상황이라면 어느 한쪽도 양보할 마음이 없기에 효과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갈등해소 방법으로는 크게 환기효과를 이용한 방법과 가족 간의 대화를 권한다. 먼저, 환기효과는 갈등이 있는 대상을 만나기 전에 제3자에게 갈등상황을 털어놓음으로써 갈등상황에 대한 사전 적응을 하는 과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주부들이 친구들과 전화통화를 하는 것들이 이러한 형태 중 하나이며, 정신과 상담 역시 이러한 환기효과를 심화하는 것이다.

자기 안에 있는 분노부터 정리하라는 이야기이다. 물이 든 주전자의 뚜껑을 닫고 계속 끓이면 폭발한다. 주전자는 사람의 몸이고 불은 스트레스다. 건강할 때, 즉 뚜껑이 튼튼할 때는 견딜 수 있지만 건강이 안 좋아질 때, 즉 주전자가 낡을 때도 폭발한다. 울화통이 터진다. 그러나 환기효과는, 이 분노를 내뿜게 해준다. 그렇다면 식어지는 속도도 빠르겠지. 따라서 분노는 가라앉게 될 것이고, 나를 분노하게 했던 상대에 대해 보다 객관적인 이해를 할 수 있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필수적인 것은 가족 서로간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위한 충분한 대화이다. 역지사지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점점 허물어지는 가족 공동체, 복원하는데 온 가족이 힘을 모아야하겠다. 그렇지 않다면 명절은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아니라 사람을 피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명절 연휴기간이면 수십만 명이 해외나들이에 나선다고 하지? 공동체가 서서히 허물어지는 것은 아닌지 속상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노력해야지. 꾸준한 관심, 세심한 배려라면 명절이 즐겁고, 만나는 사람을 통해 행복을 얻게 된다. 그 방법 중에 하나, 아니 어쩌면 전부가 될 수 있는 힌트를 알려드린다. 한 여성 커뮤니티 포털사이트가 여성 회원을 상대로 조사한 게 있다. 주부가 시어머니한테서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다. “준비하느라 고생했다. 어서 친정 가야지.”였다.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더 있다 가라.”였고. 또 남편에게서 듣고픈 말은 “고생 많았어.” “내가 도와줄게.”였고, 듣고 싶지 않은 말은 “명절 내내 시댁에 있자.” “밥 차려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