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한겨울인데 우산공원의 버들가지에는 화사한 물이 들었습니다. 동장군의 시샘속에서도 새봄에 꽃필 생명을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제 머지않아 동산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종달새가 지지배배 울겠지요. 광양의 자연은 특히 아름답습니다. 아직 때가 묻지 않는 섬진강이며, 백운산의 아름다움은 필설로 형용하기 어렵습니다. 광양의 좋은 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탁 트이는 넓은 도로에 한적한 차량이 오가는 것이 좋습니다. 서울의 지하철에서 짐짝이 되어보기고 하고, 러시아워의 아비규환같은 혼잡함을 경험한 저로서는 광양의 한가로움이 행복하기만 합니다.

레밍현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들쥐가 어느 정도 번성하게 되면 갑자기 집단적으로 물에 빠져 죽는 현상을 말합니다.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들쥐들이 번식하게 되면 들쥐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공격적이 되고 자학적이 됩니다. 그 결과 스스로 집단적으로 물에 빠져 죽어버립니다. 이처럼 동물들이 일정 공간에 일정 개체수를 넘을 때, 폭력적이 되거나 자학적이 되어서 집단적으로 이상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레밍현상이라고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이 있습니다. 이것을 임계공간이라고 합니다. 이 공간이 주어지지 않으면 사람들이 난폭해지고 공격적이 됩니다. 보통 한 사람 당 5평 정도의 주거공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인간다운 삶이 어렵습니다. 이런 면에서 들쥐처럼 우글거리는 서울을 탈출해서 탁트인 도로며 아름다운 자연을 뽐내는 광양에서 살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경계해야 할 것이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지역공동체가 좁은 탓에 자칫 폐쇄적이 되거나 마음이 작아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자고로 마음에서 차이가 납니다. 넓은 마음의 소유자가 넓게 생각하고 넓게 이해하고 넓게 행동합니다.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평안을 누리고 건강하고 장수하게 됩니다. 좁은 마음, 좁은 생각, 좁은 행동이 언제나 사람을 실패하게 하고 비참하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넓게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 일도 좁게 생각하면 서운한 생각이 들고 시험거리가 됩니다. 넓게 이해를 하면 아무 문제가 안 되는 것도 좁게 이해하면 언제나 분쟁의 씨앗이 되어 마음의 상처로 돌아오게 됩니다.

성경을 보면 넓은 마음의 소유자가 하나님께 쓰임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윗은 자기 왕위를 노리고 쿠테타를 일으켰던 아들 압살롬이 죽으니까 만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꺼이꺼이 소리 높여 울었습니다. 압살롬 편에 붙어서 자기를 공격했던 아마사를 요압보다 더 높은 자리에 앉혔습니다. 자기를 조롱하고 저주했던 시므이를 용서했습니다. 아브라함 역시 넓은 마음의 소유자였습니다. 롯에게 좋은 땅을 먼저 선택하도록 양보하고 자기는 척박한 땅으로 나아갑니다.

요셉은 또 얼마나 마음이 넓었습니까? 아무런 이유 없이 자기를 팔아넘긴 형들을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훗날 자기의 발 앞에 꿇어 엎드린 형님들에게 “나를 이 곳에 판 것 때문에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나를 이리로 보낸 자는 당신들이 아니요 하나님이십니다.” 이러면서 형님들을 위로했습니다. 또 모세는 어떻습니까? 자기를 비방하고 대적하던 아론과 미리암을 용서할 뿐 아니라 그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아량을 보여 주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넓은 마음입니다. 넓게 보고 넓게 생각하고 넓게 이해하고 넓게 행동하는 넓은 마음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여기에 기쁨이 있습니다. 여기에 행복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넓은 마음의 소유자가 될 수 있습니까? 이것이 광양에 사는 저와 지역민들의 숙제라고 생각됩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이렇게 아름다운 광양에 살면서 하늘과 땅을 이을 만큼 넓은 마음을 지닌 예수님의 마음을 품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광양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