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혁은 새롭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개혁은 바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회개혁도 방향을 바르게 잡아야 합니다. 사도신경에서 고백하는 교회는 하나인 교회, 거룩한 교회, 보편적인 교회입니다. 지난 시간에 첫 번째 교회 개혁의 방향인 하나인 교회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교회 개혁의 두 번째 방향인 거룩한 교회를 살펴보겠습니다.

교회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혼동하고 오해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교회가 거룩한 이유는 사람 때문이 아닙니다. 교회가 거룩한 이유는 죄를 용서하시는 십자가의 은혜가 교회 안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십자가의 은혜가 사라진 교회는 거룩함을 상실한 교회란 의미입니다.

2.

저는 개인적으로 오늘날 교회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원래 십자가의 은혜를 경험한 죄인들이 공동체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 안에는 죄인들은 없고 의인로만 가득합니다. 한 번도 죄인이었던 적이 없는 의인들로 가득합니다. 십자가의 은혜가 필요 없는 십자가의 원수들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교회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우리가 주님과 만나서 주님과 연합하게 되는 장소는 십자가입니다. 우리가 십자가에서 주님을 만났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님께서 평가하시는 나를 알게 됩니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악하고 더러운 존재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평가입니다. 하나님께서 보시는 나는 십자가 사형수입니다. 십자가는 가장 극악한 죄인들이 받게 되는 사형의 방법입니다. 예수님께서 당하신 십자가형은 원래 내가 당해야할 형벌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분명히 인정한다면, 하나님께서 나를 어떻게 판단하셨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판결하신 나는 십자가 사형수입니다. 십자가에서 주님을 만난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바로 알게 됩니다. 나는 십자가 사형수입니다. 우리는 십자가에서 나를 바로 알게 됩니다. 나의 정체는 십자가 사형수입니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았던 사람이 바로 사도 바울입니다. 그는 디모데전서 1장 15절에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미쁘다 모든 사람이 받을 만한 이 말이여 그리스도 예수께서 죄인을 구원하시려고 세상에 임하셨다 하였도다 죄인 중에 내가 괴수니라 (딤전 1:15)

이전에 제가 이 말씀을 읽을 때에는 사도 바울이 참 겸손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사도 바울은 십자가에 달린 주님을 진짜 만난 사람입니다. 십자가에서 주님을 만난 사람은 자신이 죄인 중에 우두머리란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3.

교회가 거룩해지려면 자기 정체성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십자가의 은혜로 용서받은 우리는 원래 십자가 사형수였습니다. 이 말은 우리보다 더 악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십자가 사형수임을 인정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을 정죄하고 비난하는 데서 벗어나게 되고,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십자가의 은혜로 용서받을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교회가 거룩해진다는 것은 성도들이 이런 마음 자세를 갖고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는 뜻입니다.

오늘날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은 아무도 자기 죄를 인정하지도 고백하지도 않습니다. 교회는 죄인들이 나와서 용서받고 새로운 삶을 사는 곳입니다. 그런데 교회가 더 이상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이것이 교회의 타락입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이 어디에 있습니까? 교회 안에 십자가에서 용서받은 죄인들은 없고 온통 거짓된 자기 의에 사로잡힌 의인들만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더 이상 자기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길 원하는 자들을 용납하고 품어주는 사랑의 공동체가 아닙니다. 끊임없이 자기 의를 주장하며 정죄하고 비난하고 비판하는 곳이 오늘날의 교회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누가 자기 죄를 고백하러 교회에 나오겠습니까? 누가 교회에 나가면 죄 용서함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4.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5장 6-8절에서 오늘날 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너희가 자랑하는 것이 옳지 아니하도다 적은 누룩이 온 덩어리에 퍼지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누룩 없는 자인데 새 덩어리가 되기 위하여 묵은 누룩을 내버리라 우리의 유월절 양 곧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셨느니라 이러므로 우리가 명절을 지키되 묵은 누룩으로도 말고 악하고 악의에 찬 누룩으로도 말고 누룩이 없이 오직 순전함과 진실함의 떡으로 하자 (고전 5:6~8)

사도 바울은 타락한 고린도 교회를 향하여 묵은 누룩을 내버리라고 명령합니다. 묵은 누룩은 어떤 것입니까? 십자가의 은혜를 잊어버린 교만과 위선입니다. 우리는 십자가의 은혜로 용서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십자가의 은혜를 잊어버리고 스스로를 완전한 자 또는 죄 없는 자로 여기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누룩입니다.

이런 누룩은 자기의 죄성을 부인하게 되고, 스스로를 완전한 자로 보이도록 포장합니다. 그 결과 죄가 교회 공동체 안에 활개 치며 돌아다녀도 아무도 자기 죄를 고백하거나 인정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묵은 누룩을 버려야 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구원받고 용서받았는지 다시 정리해야 합니다. 우리의 공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십자가 사형수들입니다. 우리는 십자가형을 언도받은 죄인 중에 우두머리들입니다. 십자가의 원수 된 공로의식을 버리고, 십자가의 은혜로만 용서받은 죄인의 자리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감추었던 죄들을 토해내고 고백하며 다시 십자가의 은혜만을 붙들어야 합니다.

교회 안에 팽배해 있는 비난과 정죄를 대적해야 합니다. 누가 누구를 정죄할 수 있습니까? 십자가의 은혜로 용서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다시 교회에 들어오도록 교회 안에 십자가의 은혜가 머물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거룩한 교회의 모습입니다.

5.

요한복음 8장 1-11절에 보면 간음하다 현장에 잡힌 여인이 예수님을 만난 이야기가 나옵니다. 오늘날 교회는 음행하다 잡힌 여인들을 돌로 죽이려 했던 사람들 같습니다.

사람들이 음행 중에 잡힌 여인을 예수님 앞으로 끌고 옵니다. 그들은 율법에 음행한 여인은 돌로 쳐 죽이라고 되어 있음을 예수님께 상기시킵니다. 사람들은 돌을 들어서 음행한 여인을 쳐 죽이려고 합니다. 그때 예수님은 잠잠히 계시면서 땅에 무엇인가를 쓰십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더욱 강력하게 돌로 쳐 죽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시자 사람들은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나 그 자리에서 떠납니다. 성경을 주석하는 학자들 중에는 ‘예수님께서 땅에 무엇을 쓰셨는가’란 질문에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죄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곳에는 간음하다 잡힌 여인을 정죄할 자격을 갖춘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죄를 정죄하실 수 있는 예수님도 정죄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는 왜 사람들이 누군가 죄가 드러났을 때 그것을 용납하고 용서하지 못하고 비난하고 공격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서입니다. 인간이 드러난 죄를 비난하고 공격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죄성을 숨기기 위해서입니다.

마치 자신은 아무런 죄도 지은 적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그렇게 연극을 하기 위해서 죄를 드러낸 사람을 비난하고 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진짜 그렇습니까? 진짜 우리는 죄가 없습니까?

분명히 아닙니다. 우리는 분명히 죄인입니다. 그냥 죄인이 아니고 죄 덩어리입니다. 우리가 죄인이 아니라면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실 필요가 없으셨을 것입니다. 우리가 죄인이 아니라면 모든 사람이 죄인이라고 말하는 성경이 틀린 것입니다.

오늘날 교회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교회에는 더 이상 죄인들이 없습니다. 교회에는 의인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마치 한 번도 죄를 지어본 적이 없는 것처럼 그렇게 가장하고 치장하는 의인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교회가 가진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교회에 와서 사람들이 자신의 죄를 정직하게 털어놓지 못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교회에는 죄가 드러나면 그것을 공격하고 비난할 의인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교회는 예수님께서 꿈꾸셨던 교회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꿈꾸신 교회는 죄인들의 공동체입니다. 스스로 죄인이기 때문에 죄를 드러낸 사람들 용납하고 용서하고 수용하는 죄인들의 공동체가 바로 교회입니다. 모든 교회의 소그룹에서 죄를 비난하고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내어놓을 수 있도록 수용하고 용납하고 용서해야 합니다. 모든 교회 소그룹에는 용서받은 죄인들과 용서받을 죄인들만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서로 용납하고 용서하고 격려하고 위로해야 합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기대하시는 거룩한 교회입니다. 우리의 교회는 이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