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자로 제어하는 기능이 갈수록 보편화되고 있다. 차량 전자 제어라는 게 뭔가. 쉽게 말해서, 인간은 손 하나 까딱 안 해도, 차가 알아서 작동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런 작동 기술에는 알아서 가고 또 알아서 서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 이게 상용화된다면 차가 알아서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시대가 올 것이다.

꿈의 자동차, 즉 알아서 고 스톱하는 무인자율주행차의 등장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닌 모양이다. 그것도 국내 기술로 말이다. 몇 달 전, 국내 대학(원)생들이 운전자의 개입 없이 차 스스로 장애물을 피하며 주행할 수 있는 무인 자율주행 차 제작에 들어갔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주최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11개 학교 학생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는 사람이 차량 제어에 개입할 수 없다. 센서, 카메라와 같은 ‘장애물 인식장치’와 GPS 모듈과 같은 ‘자동 항법 장치’를 기반으로 해서, 조향, 변속, 가속, 브레이크를 도로환경에 맞춰 스스로 제어해 목적지까지 주행할 수 있는 차를 뜻한다.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미국드라마 ‘전격Z작전’의 ‘키트’를 연상하게 한다. 이미 개발한 나라는 없을까. 아직은 실험단계이다. 이 가운데 2007년 미국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에서 개발한 보스 자동차가 가장 앞서간다고 볼 수 있다. 이 차는 97㎞ 도심지 무인주행 경연대회에 참여해서 1등 했다. 도심지에서 장애물을 피하고, 더구나 교통신호까지 지키면서 완주한 최초의 자동차인 것이다. 그동안 자동제어 경주대회는 장애물이 전혀 없는 사막에서 이뤄져왔다. 한편 GM은 빠르면 2020년쯤 상업용 혹은 군사용으로 무인자동차를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충돌 예방 시스템, 이게 관건일 것이다. 충돌 예방 시스템은 항공기의 레이더처럼 전파를 보내 앞 차량과의 거리와 속도를 계산해 충돌이 예상되면 경고음을 내거나 속도를 줄인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05년 통합 안전시스템 ‘프로 세이프’(Pro-Safe)를 선보였다. 원리는 이렇다. 주파수가 24GHz인 레이더를 이용하여 앞 차량이나 장애물을 감지한다. 충돌이 예상되면 등받이와 앞뒤 좌석 받침을 똑바로 세우고 안전벨트를 조여 운전자를 최대한 보호한다. 또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면서 최대한 충돌을 예방한다.

운전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이른바 사각지대, 이것도 잘 감시하려나 모르겠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장애물이나 보행자, 그걸 감지해야 하지 않겠나 이것이다. 이걸 위해 ‘사각 감시 시스템’도 개발됐다. 카메라나 초음파 센서가 물체를 감지하면 램프를 켜거나 영상을 통해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기술이다. 운전자가 사이드 미러를 보거나 고개를 돌려 직접 확인하지 않고도 재빨리 주변 환경을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나 아무리 첨단시스템이 보편화 된다고 해도 아직 운전은 사람이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운전하는 사람이 졸거나, 한눈팔지 않도록 안내해 주는 기능도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원인 1위 졸음운전, 2007년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와 공동 연구를 진행해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다. 자동차 백미러에 달린 센서가 운전자의 눈동자 움직임을 계속 감지하다가 일정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졸음운전으로 판단하고 차를 멈추거나 라디오 소리를 키운다. 폴크스바겐에서 만든 차는 운전자의 눈을 지속적으로 찍어 운전자가 깨어있는지, 졸고 있는지 판단해 경고한다. 졸다가 차선을 이탈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치도 있다. 자동차가 도로위의 차선을 알아보고 차선을 이탈하면 경고를 울리는 장치다. 그밖에 자동으로 주차시켜주는 기능, 스마트폰으로 차량의 각종 장치를 자동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능까지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자동차 한 대 제조비용에서 전자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19%에서 2015년에는 4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가 주류가 되면 당연히 비율은 더욱 높아지게 될 거고. 하지만 문제는 전자장치가 많아질수록 오작동의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각종 전자장비가 발생하는 전자파로 인한 오작동 발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리콜사태는 급발진에서 비롯됐지? 급발진도 실은 전자제어장치의 오작동 때문이라는 설이 있던데. 하지만 검증된 바는 없다. 아니, 검증이 어렵다. 이런 오작동은 순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나중에 사후검증을 해보면 아무런 문제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미국 GM사의 무인자동차 ‘보스’는 무인자동차 경주대회 당일 전혀 움직이지 않다가 근처에 있던 대형 전광판을 끄자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복잡한 전자제어장치를 가진 기계일수록 이렇게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전자파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기술, 이게 완성되는 단계까지는 전자 제어 장치의 능력 100% 과신하는 것은 무리라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