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들어가면서 

 설교학자 존 스토트(John Stott)는 “Between Two Worlds”라는 저서에서 참된 설교란 고대 세계(ancient world), 즉 성서의 세계와 오늘 우리의 세계(modern world) 사이에 다리를 놓는 작업이고, 설교자는 이 두 세계를 연결시키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렇게 볼 때, “설교란 오늘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다른 언어, 다른 시대, 다른 문화 속에서 기록된 하나님 말씀 사이에 만남을 이루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다리 놓기”(Bridge-building) 작업인 설교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이 분명하다.
그런데 한국의 목회자들은 매주 여러 편의 설교를 준비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여러 편의 설교를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해야만 하는 부담감으로 인해 적지 않은 목회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목회자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설교 준비에 임하지 못하고, 그때그때 임시방편적으로 여러 수단을 이용하는 가운데 설교를 급조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로 말미암아 목회자는 성서가 선포하는 메시지를 책임 있게 전하지 못하고, 비성서적인 내용이 강대상을 지배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가 말했듯이, “바르고 참된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이 순결하게 선포되는 곳”에 있다. 또한 에밀 브루너(Emil Brunner)가 지적했듯이, “교회의 근본적이고 우선적인 기능은 설교의 기능이다. 왜냐하면 설교는 교회를 말씀의 모든 의미 안에서 세우는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설교가 성서 본문에 합당한 설교가 될 수 있도록, 오늘날 설교자는 초창기 교회의 선포와 설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초창기 교회의 선포와 설교에 대한 가장 좋은 자료는 다름 아닌 신약성서 자체이다. 따라서 본 글은 신약성서에 나오는 선포 및 설교와 관련된 차원을 중요 개념에 국한하여 다루는 가운데, 목회자가 신약성서의 메시지에 따르는 설교를 준비하는 데 간접적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한다.


II. 설교의 네 종류
모든 설교에는 그 설교가 지향하는 목적이 있다. 고로 목적에 따른 다양한 종류의 설교 구분이 가능하다. 정작복 교수는 자신의 저서 <한국교회의 설교학개론>에 나오는 “목적에 따른 설교의 분류”에서 다음과 같은 네 종류의 설교를 구분하고 있다.

1) 선포적인 설교(Kerygmatic Preaching):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과 승천을 중심 내용으로 다루는 가운데, 예수님이 주님이며 그리스도이심을 밝히고 그 분을 통해 죄인 된 인간이 회개하고 죄 사함을 받을 것을 선포한다. 일명 “복음적 설교” 혹은 “전도설교”라고도 부른다. 이러한 설교의 좋은 예가 사도행전 2장에 나오는 베드로의 설교이다. “예수님의 구속사건과 거기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 이 설교가 중시하는 요소이다. 이 설교는 그리스도를 모르는 불신자를 대상으로 할 뿐만 아니라, 이미 예수님을 영접한 신앙인도 대상으로 한다.

2) 교훈적인 설교(Didactic Preaching): 구속 사건의 선포를 통하여 예수님을 영접한 사람이 그리스도인으로서 합당한 삶을 살수 있도록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 교훈적인 설교이다.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의 이해와 삶의 원칙을 가르치는 과정으로서 일명 “교리 설교”라고도 부른다.

3) 치유적인 설교(Therapeutic Preaching): 삶 가운데 상처 입은 교인을 위한 치유의 설교를 뜻하는 것으로 일명 “목양설교”라고도 부른다. 그레이디 데이비스는 치유의 말씀을 신약성서에서 선포와 교훈에 이어 전파되었던 것으로 이해하는 가운데, 그 목적을 “한 인간의 삶 속에서 병든 생활의 조건, 정신적인 문제, 정서적인 결핍, 그리고 종교적인 방황으로부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4) 예언적인 설교(Social-Prophetic Preaching): 이 설교의 목적은, 구약의 예언자들을 따라서 설교자가 성도들의 개인적인 타락과 불신앙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 문제와 비도덕적인 문제점들을 하나님의 말씀에 조명하고 바른 길을 가도록 외치는 것이다. 이 설교를 가리켜서 정장복 교수는 “다른 설교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설교로서 설교자의 목숨을 내건 선지자적인 용기와 도전 속에 외치게 되는 참으로 값지고 귀한 설교”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네 종류의 설교 구분은 비록 현대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나, 신약성서에 나오는 설교(혹은 선포)와 관련된 다양한 개념과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적절한 구분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신약성서에 나오는 설교와 관련된 개념을 이 네 가지 범주로 다루고자 한다.


III. 네 종류 설교와 직결된 신약성서적 개념
1. 선포적인 설교와 관련하여:
복음 선포와 증언의 사역은 목회자가 감당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역이다.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를 드러내 보이고 그리스도께 인도하는(“Was Christum treibet”[Martin Luther]) 사역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다음의 세 가지 개념이 중요하다: euvaggeli,zesqai, khru,ssein, marturei/n.

1) “복음을 전하다”(euvaggeli,zesqai): 이 동사는 사자(a;ggeloj)가 전하는 “좋은 소식” 즉, 구원에 관한 선포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구약성서적 개념 רשׂב pi에 해당한다.

(사 52:7) 좋은 소식을 전하며 평화를 공포하며 복된 좋은 소식을 가져오며(בופ רשׂבמ) 구원을 공포하며 시온을 향하여 이르기를 네 하나님이 통치하신다 하는 자의 산을 넘는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
(사 61:1) 주 여호와의 영이 내게 내리셨으니 이는 여호와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사 가난한 자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게 하려(םיונע רשׂבל) 하심이라 나를 보내사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며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놓임을 선포하며

이러한 구약성서적 전승이 예수전승 속에서도 나타난다:
(마 11:5) 맹인이 보며 못 걷는 사람이 걸으며 나병환자가 깨끗함을 받으며 못 듣는 자가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euvaggeli,zontai) 하라(par 눅 7:22)
(눅 4:16ff) 16 예수께서 그 자라나신 곳 나사렛에 이르사 안식일에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사 성경을 읽으려고 서시매 17 선지자 이사야의 글을 드리거늘 책을 펴서 이렇게 기록된 데를 찾으시니 곧 18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euvaggeli,sasqai)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19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하였더라

명사 to. euvagge,lion은 전승사적으로 볼 때, 동사보다 후대에 생겨난 개념이다. 구약성서에는 이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구약 시대 이후의 유대교는 הרושׂב라는 단어를 사용하나, 언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초기 교회는 “복음”이란 개념을 중요시 하였다. 따라서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 Excursus: 초기교회의 복음 이해
① 바울 이전 시대 원시그리스도교의 복음 이해: 바울 이전 시대 원시그리스도교(Urchristentum)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선포를 나타내는 말로 “복음”이란 개념을 사용했다. 이와 같은 사실은 바울문서에 담겨 있는 전형적인 양식을 갖춘 진술을 통해 드러난다. 이 전형적인 양식으로 이루어진 진술은 바울 이전 시대 원시그리스도교에서 유래한 신앙고백문들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원시그리스도교가 선포했던 “복음”에 관한 이해를 엿볼 수 있다. 다음의 세 구절이 대표적이다: 고전 15:1ff; 롬 1:1ff; 살전 1:1ff.
고전 15:1ff에서 바울은 믿음의 선배들로부터 “받은” 것을 고린도 교인들에게 “전한” 복음이라고 부르면서(15:1, 3a), 원시그리스도교에서 유래한 전승을 다음과 같이 인용한다: (고전 15:3b-5) “성경대로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위하여 죽으시고 4 장사 지낸 바 되셨다가 성경대로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사 5 게바에게 보이시고 후에 열두 제자에게와.” 이 전승을 가리켜 “믿음 양식문”(Glaubensformel 혹은 Pistis-Formel)이라 부른다. 압축된 진술 형태로 되어 있는 이 전승은 당시 신앙공동체가 가졌던 복음 이해를 보여준다. 여기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과 부활이 복음의 내용으로 강조되고 있다.
롬 1:1ff 역시 복음이란 개념을 바울 이전의 신앙고백과 연결시킨다: (롬 1:3b-4a) “3 그의 아들에 관하여 말하면 육신으로는 다윗의 혈통에서 나셨고 4 성결의 영으로는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사 능력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되셨으니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시니라.” 3절의 진술은 예수가 메시아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4절은 부활한 분이 하늘로 올리움을 입은 하나님의 아들임을 말한다. 여기에서 “하나님의 복음”(1:1)은 “아들의 복음”(1:9)과 동일시되고 있는 가운데, “복음”이란 개념이 기독론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즉 육신의 몸을 입은 다윗의 아들은 곧 올리움을 입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선포한다. 또한 이와 같은 사실은 하나님의 선지자들을 통하여 (구약) 성경 가운데 예언된 것임을 증언한다(1:2).
또한 살전 1:9b-10은 바울 이전 시대 원시그리스도교에서 유래한 선교언어 전승에 속한다(“9 ... 너희가 어떻게 우상을 버리고 하나님께로 돌아와서 살아 계시고 참되신 하나님을 섬기는지와 10 또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 그의 아들이 하늘로부터 강림하실 것을 너희가 어떻게 기다리는지를 말하니 이는 장래의 노하심에서 우리를 건지시는 예수시니라”). 이 본문은 신앙고백의 내용으로 두 가지 사항을 강조한다. 하나는 살아계시고 참되신 하나님에게로 돌아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아들이 강림할 것을 대망하는 것이다.

② 바울의 복음 이해: 바울은 “복음”이란 단어를 신약성서저자 가운데 그 누구보다도 많이 사용한 사람이다. 이른바 바울친서에만 모두 49회 사용되었다. 이것은 신약성서에 나타나는 전체 빈도수의 거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복음”이란 단어를 이처럼 많이 언급한다는 사실에서 바울이 복음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쉽게 유추해낼 수 있다.

- 구원하는 능력으로서의 복음: 바울은 복음을 가리켜 “하나님의 복음”(살전 2:2, 8; 롬 1:1)이라고 부른다. 이때 복음이란 개념은 “행위 명사”(nomen actionis)로 이해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복음은 하나님의 사역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바울은 하나님의 복음을 죄인 된 인간을 구원하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이해한다(롬 1:16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 먼저는 유대인에게요 그리고 헬라인에게로다”).

- 그리스도에 대한 선포로서의 복음: 공관복음서기자들이 복음의 내용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한 것과 달리, 바울은 복음을 기독론적으로 묘사한다. 즉, 바울은 하나님에 의해 파송되어 십자가에 죽었다가 부활한 그리스도에 대한 선포를 복음으로 이해한다. 다메섹 체험을 통해 그리스도에 대한 진정한 깨달음에 도달한 바울은 십자가에 죽은 자를 하나님의 능력과 지혜로 선포한다.

(고전 1:23-24) 23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니[=선포하니]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로되 24 오직 부르심을 받은 자들에게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니라
(고전 1:30) 너희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고 예수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와서 우리에게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과 구원함이 되셨으니
(고전 2:2) 내가 너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

- 율법과 대립된 개념으로서의 복음: 바울은 복음을 율법과 대립된 개념으로 이해한다. 그리스도의 계시를 통해 바울은 율법 추종에 열정적이었던 삶에서 벗어나 그리스도를 섬기는 삶으로 전환하였으며(갈 1:13-14), 그리스도를 “모든 믿는 자에게 의를 이루기 위한 율법의 마침”(롬 10:4)으로 선포한다. 율법과 대립된 개념으로서의 복음을 가리켜 바울은 “자신의 복음”이라고 강조한다(갈 1:11 “내가 전한 복음”; 살전 1:5 “우리 복음”; 롬 2:16 “나의 복음”).

- 믿음으로 주어지는 죄인의 칭의로서의 복음: 죄인 된 자신을 그리스도가 용납한 것을 깨달은(롬 15:7) 바울은 죄인 된 인간들과 하나님을 화목하게 만드는 말씀으로 복음을 이해하는 가운데(고후 5:17-21), 율법에 대한 순종을 통해서가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주어지는 죄인의 칭의를 복음의 중심으로 선포한다.

(빌 3:7-10) 7 그러나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길뿐더러 8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9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니 내가 가진 의는 율법에서 난 것이 아니요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곧 믿음으로 하나님께로부터 난 의라 10 내가 그리스도와 그 부활의 권능과 그 고난에 참여함을 알고자 하여 그의 죽으심을 본받아
(롬 3:21-26) 21 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으니 율법과 선지자들에게 증거를 받은 것이라 22 곧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모든 믿는 자에게 미치는 하나님의 의니 차별이 없느니라 23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24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 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 25 이 예수를 하나님이 그의 피로써 믿음으로 말미암는 화목제물로 세우셨으니 이는 하나님께서 길이 참으시는 중에 전에 지은 죄를 간과하심으로 자기의 의로우심을 나타내려 하심이니 26 곧 이 때에 자기의 의로우심을 나타내사 자기도 의로우시며 또한 예수 믿는 자를 의롭다 하려 하심이라

- 불신자에겐 감춰져 있는 하나님의 지혜와 약속으로서의 복음: 바울은 복음을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만세 전에 약속된 지혜의 말씀으로 이해한다.

(고전 2:6-16) “6 그러나 우리가 온전한 자들 중에서는 지혜를 말하노니 이는 이 세상의 지혜가 아니요 또 이 세상에서 없어질 통치자들의 지혜도 아니요 7 오직 은밀한 가운데 있는 하나님의 지혜를 말하는 것으로서 곧 감추어졌던 것인데 하나님이 우리의 영광을 위하여 만세 전에 미리 정하신 것이라 ...”
(고후 4:3-4) “3 만일 우리의 복음이 가리었으면 망하는 자들에게 가리어진 것이라 4 그 중에 이 세상의 신이 믿지 아니하는 자들의 마음을 혼미하게 하여 그리스도의 영광의 복음의 광채가 비치지 못하게 함이니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형상이니라”

믿지 않는 자에게는 숨겨져 있는 복음은 구약성서에 예언된 하나님의 약속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롬 1:1-2), 그리스도의 재림과 온 이스라엘의 구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롬 11:25-31).

③ 제2바울서신의 복음 이해: 바울의 유산을 잘 물려받은 제2바울서신(골, 엡, 살후, 딤전/후, 딛)에 따르면, 복음은 그리스도에 나타난 하나님의 구원 계획에 관한 비밀을 계시하며(엡 1:9ff; 6:19), 구원을 약속하는 “진리의 말씀”(o` lo,goj tou/ avlhqei,aj 엡 1:13; 골 1:5)이다. 특히 목회서신은 거짓 가르침이 아니라 바울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복음을 “부탁된 아름다운 것”(딤후 1:14; 2:8ff)으로 받아들이면서 기억하고 보존해야할 귀한 교훈 전승(= 가르침)으로 여긴다.

(딤후 1:14) “우리 안에 거하시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네게 부탁한 아름다운 것을 지키라 (th.n kalh.n paraqh,khn fu,laxon)”
(딤후 2:8) “내가 전한 복음대로(kata. to. euvagge,lio,n mou) 다윗의 씨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라(mnhmo,neue)”

④ 사 복음서의 복음 이해
- 마가의 복음 이해: 마가복음에서 “복음”이란 개념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훗날 만들어진 제목(euvagge,lion kata. Ma/rkon)과 마가 이후 시대에서 유래한 확대된 본문(16:15)을 제한다면, 마가복음에 나타나는 일곱 구절은 모두 마가의 편집에서 비롯된 것이다(1:1; 1:14; 1:15; 8:35; 10:29; 13:10; 14:9; [cf. 16:15]). 이 가운데 특히 마가복음의 본래제목으로 간주되는 1장 1절과 또한 예수의 갈릴리 사역을 종합하고 있는 진술(1:14-15)에 마가의 복음이해가 잘 나타난다.

(막 1:1) 1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
vArch. tou/ euvaggeli,ou vIhsou/ Cristou/ [uiou/ ceou/]
(막 1:14-15) 14 요한이 잡힌 후 예수께서 갈릴리에 오셔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여 15 이르시되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하시더라

여기에서 마가는 예수의 선포와 역사를 온 세상에 증거해야 할 복음(13:10)의 기원이며 내용으로 이해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나사렛 예수의 전체 역사를 복음의 내용과 동일시하는 시각은 초기교회나 바울이 예수의 십자가죽음과 부활사건을 복음으로 강조하는 시각과는 차이가 있다. 역사에 대한 이해와 그리스도에 관한 이해가 함께 어울림으로써 나사렛 예수의 전체 역사를 하나님의 구원활동의 완성으로 본다.

- 마태의 복음 이해: 마태복음에는 “복음”이란 개념이 네 번 나타나는데, 복음이란 개념을 절대적인 용법으로 사용되지 않고 지시어와 함께 사용되거나(마 24:14 tou/to to. euvagge,lion th/j basilei,aj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이 복음”; 26:13 to. euvagge,lion tou/to “이 복음”) 혹은 “하나님 나라(=천국)”와 더불어 사용된다(마 4:23; 9:35; 24:14). 이로써 이 개념에 대한 정의가 열려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태가 마가복음의 영향을 받았으나 마가보다 더욱 강조하여 복음이란 개념을 “선포하다”(khru,ssein)는 동사와 연결시킨다. 마태에게 복음이란 구원을 중개하는 선포이면서 동시에 실천사항이다(마 4:23; 9:35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백성 중의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라”). 이런 시각에 따라 마태는 하나님의 뜻을 행함을 나타내는 “의의 길”(“Der Weg der Gerechtigkeit”)을 강조한다(마 7:21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 누가의 복음 이해: 누가는 자신의 복음서에는 “복음”이란 명사를 사용하지 않고 동사 “euvaggeli,zesqai”(=“좋은 소식을 전하다”)를 사용한다. 누가는 역사와 관련짓는 문맥에서 이 동사를 천사의 선포(1:19; 2:10)와 세례 요한의 선포(3:18) 및 예수의 선포(4:18; 7:22)를 가리키는 것으로 사용한다. 반면 사도행전에는 복음이란 개념이 두 번 나타나는데, 이방인 가운데 선교하는 사도들의 선포를 가리킨다. 따라서 베드로 설교와 바울의 설교를 복음으로 이해한다(행 15:7 “베드로가 일어나 말하되 형제들아 너희도 알거니와 하나님이 이방인들로 내 입에서 복음의 말씀을 들어 믿게 하시려고 오래 전부터 너희 가운데서 나를 택하시도”; 행 20:24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이로써 누가는 사도적 선포를 예수의 설교를 단순히 반복하는 것으로 이해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에 결정적으로 드러난 구원사건으로 이해하였음을 알 수 있다.


2) “선포하다”(khru,ssein): 선포적인 설교와 관련된 두 번째 개념은 동사 “케뤼세인”(khru,ssein) 혹은 명사 “케리그마”(kh,rugma)라는 단어이다. 이들 단어는 “복음”(euvagge,lion) 혹은 “좋은 소식을 전하다”(euvaggeli,zesqai)라는 개념과 더불어 초기 그리스도교가 즐겨 선교어로 사용했던 개념이다.
바울서신뿐만 아니라 마가복음에도 동사 “선포하다”(khru,ssw)는 종종 “복음” 혹은 “그리스도”를 목적어로 삼아 함께 사용된다(예를 들면, 살전 2:9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다”; 갈 2:2 “이방 가운데서 전파하는 복음을”; 고전 1:23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니”; 막 1:14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다”; 13:10 “복음이 먼저 만국에 전파되어야 할 것이니라”; 14:9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16:15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
바울서신에는 “선포하다”(khru,ssw)라는 동사 외에도 명사형 “케리그마”(kh,rugma)가 나타나는데, 아마도 바울이 최초로 “케리그마”라는 명사를 그리스도에 관한 선포를 가리키는 전문 용어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바울학파에서는 단지 딤후 4:17; 딛 1:3(cf. 롬 16:25)에만 나타날 뿐, 신약성서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전 2:4(“내 말과 내 전도함[=케리그마]이 설득력 있는 지혜의 말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성령의 나타나심과 능력으로 하여”)와 고전 15:14(“그리스도께서 만일 다시 살아나지 못하셨으면 우리가 전파하는 것[=케리그마]도 헛것이요 또 너희 믿음도 헛것이며”)의 경우, 케리그마는 선포하는 행위를 가리킨다면, 고전 1:21의 경우에는 복음의 내용, 즉 예수 십자가의 어리석음을 나타낸다(“하나님의 지혜에 있어서는 이 세상이 자기 지혜로 하나님을 알지 못하므로 하나님께서 전도[=케리그마]의 미련한 것으로 믿는 자들을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셨도다”).
복음서에 나타나는 “선포하다”(khru,ssw)라는 개념의 사용은 앞서 언급한 것과 유사하다. 마가는 예수의 지상 사역과 말씀선포를 십자가와 부활에 관한 원시그리스도교의 케리그마에 포함시켰는데, 바로 이점에 그의 신학적 공헌이 있다. 마태는 복음 선포를 교훈의 차원과 긴밀하게 연결시키는 특징을 갖고 있다(예를 들면, 마 4:23 “예수께서 온 갈릴리에 두루 다니사 그들의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백성 중의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 9:35 “예수께서 모든 도시와 마을에 두루 다니사 그들의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라”; 11:1 “예수께서 열두 제자에게 명하기를 마치시고 이에 그들의 여러 동네에서 가르치시며 전도하시려고 거기를 떠나 가시니라”). 누가는 “euvaggeli,zesqai”와 “khru,ssw”라는 동사를 동시에 사용하는 가운데, 케리그마를 구원사적인 문맥에서 이해한다(예를 들면, 눅 4:43-44 “43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다른 동네들에서도 하나님의 나라 복음을 전하여야 하리니 나는 이 일을 위해 보내심을 받았노라 하시고 44 갈릴리 여러 회당에서 전도하시더라”; 8:1 “그 후에 예수께서 각 성과 마을에 두루 다니시며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시며 그 복음을 전하실새 열두 제자가 함께 하였고”). 뿐만 아니라 누가는 교회가 전하는 케리그마도 강조한다(행 10:42 “우리에게 명하사 백성에게 전도하되[khru,xai tw/| law/|] 하나님이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의 재판장으로 정하신 자가 곧 이 사람인 것을 증언하게 하셨고”; cf.행 8:5; 9:20; 19:13; 20:25; 28:31).

3) “증언하다”(marturei/n): 선포적인 설교와 관련된 세 번째 개념으로 요한문서에 나오는 “마르튀레인”(marturei/n)을 들 수 있다. 요한복음과 요한서신에는 “euvaggeli,zesqai” 혹은 “khru,ssein”이란 개념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그 대신 복음이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증언” 혹은 “증언하다”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된다. 예를 들면: (요 21:24) “이 일들을 증언하고 이 일들을 기록한 제자가 이 사람이라 우리는 그의 증언이 참된 줄 아노라.”

2. 교훈적인 설교와 관련하여 - “가르치다”(dida,skein):
유대 전통에 따르면 가르침이란 다름 아닌 토라를 해석하는 일과 직결된다. 토라 해석은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 유대 회당 예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복음서는 회당에서 가르치시는 예수님에 관해 종종 보도하는데(막 1:21 par; 눅 4:15; 요 6:59), 가르치는 사역은 선포하는 사역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마가복음은 예수님의 사역을 묘사할 때, “선포하다”는 동사 “khru,ssein”와 “가르치다”는 동사 “dida,skein”을 바꿔가면서 사용하고 있다(막 1:14, 38f, 45; 5:20 // 1:21f; 2:13; 6:1f 등).

(막 1:14) 14 요한이 잡힌 후 예수께서 갈릴리에 오셔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여; (막 1:38f) 38 이르시되 우리가 다른 가까운 마을들로 가자 거기서도 전도하리니 내가 이를 위하여 왔노라 하시고 39 이에 온 갈릴리에 다니시며 그들의 여러 회당에서 전도하시고 또 귀신들을 내쫓으시더라
(막 1:21f) 21 그들이 가버나움에 들어가니라 예수께서 곧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시매 22 뭇 사람이 그의 교훈에 놀라니 이는 그가 가르치시는 것이 권위 있는 자와 같고 서기관들과 같지 아니함일러라; (2:13) 예수께서 다시 바닷가에 나가시매 큰 무리가 나왔거늘 예수께서 그들을 가르치시니라

이런 시각에서 볼 때 “가르치다”라는 단어는 선포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마태복음은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주시는 가르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마 5:1ff) 1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나아온지라 2 입을 열어 가르쳐 이르시되 3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마 28:20)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
가르치는 사역은 목회자에게 속하는 중요한 사역이다. 도드(C.H. Dodd)는 “The Apostolic Preaching and Its Developments”라는 저서에서 가르침, 즉 교훈에 대하여, “교훈이란 종종 기독교에 관심은 있으나 아직 확신이 없는 그런 자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사리에 맞도록 해설해주는 일, 곧 변증적인 성격을 띤 것이다”(5면)라고 말하였다. 또한 로버트 넌스(Robert Nounce)는, “믿는 자들은 선포된 말씀의 함축된 의미를 알기 위하여 배워야 한다. 교회에서 가르침이란 선포된 사건과 진리의 구체성을 풀어나가는 것을 주 임무로 삼는다” 고 말하는 가운데 교훈적인 설교의 중요성을 지적하였다.

◈ Excursus: 교훈적 설교와 관련하여, 특히 마태복음을 좀 더 언급할 필요가 있다. 마태복음은 교리문답적인 의도를 갖고 집필된 복음서로서 5개의 예수 설교문을 중심 내용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마태는 마가복음과 예수어록(Q) 그리고 마태 특수 자료를 사용하여 자신이 참조한 마가복음보다 훨씬 풍성한 내용을 갖춘 복음서를 기록하였다. 마태는 자료를 단순히 확대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편집 의도, 즉 신학적 구상에 따라 여러 전승들을 재구성하였다. 마가복음에 산발적으로 나오는 기적 이야기를 8-9장에 모았으며, 또한 원래 독자적으로 존재했던 예수 로기온들이나 혹은 개개의 전승단위들을 서로 합하여 비교적 긴 예수님의 설교말씀을 만든다. 마태는 이와 같은 작업을 다른 복음서기자보다 훨씬 일관성 있게 수행하여, 5개의 예수님 설교 말씀을 자신의 복음서의 중심구조에 두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저자가 거의 동일한 마감양식을 사용하여 예수님의 설교를 끝내고 있다는 점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마 7:28) “예수께서 이 말씀을 마치시매 ......”; (마 11:1) “예수께서 열 두 제자에게 명하시기를 마치시고 ......”; (마 13:53) “예수께서 이 모든 비유를 마치신 후에 ......”; (마 19:1) “예수께서 이 말씀을 마치시고 ......”
결국, 마태복음에 나오는 5개의 긴 예수님의 설교본문은 마태가 편집 작업에서 구성한 것으로 자신의 복음서 내의 여러 곳에 삽입시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다섯 설교말씀을 보통 다음과 같이 부른다: ① 산상수훈 (5:1-7:29); ② 파송말씀 (9:35-11:1); ③ 비유말씀 (13:1-52); ④ 공동체를 향한 말씀 (18:1-35); ⑤ 재림말씀 혹은 종말말씀 (24:1-26:2). 이와 같은 5개의 설교말씀은 본래 마태 자신이 속한 교회에서 구성원들을 교육하기 위한 생활교리문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J. 예레미아스는 특히 산상수훈을 세례를 받는 사람들을 위한 교리문답(“ein Kathechismus für Taufbewerber oder Neugetaufte”)으로 이해한다.

3. 치유적인 설교와 관련하여- (parakalei/n):
치유적인 설교 사역과 가까운 것으로 권면과 위로의 사역을 들 수 있다. 여기에 속하는 동사로 parakalei/n이 있다. 이 동사는 “부탁하다”, “충고하다”, “권면하다”, “격려하다”, “위로하다”의 뜻을 갖고 있다. 주로 교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권면과 위로의 사역은 목회 사역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사역이다. 예를 들면, 고린도후서에서 바울은 “위로” 혹은 “위로하다”라는 용어를 거듭 사용한다:

(고후 1:3-7) “3 찬송하리로다 그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이시요 자비의 아버지시요 모든 위로의 하나님이시며 4 우리의 모든 환난 중에서 우리를 위로하사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 받는 위로로써 모든 환난 중에 있는 자들을 능히 위로하게 하시는 이시로다 5 그리스도의 고난이 우리에게 넘친 것 같이 우리가 받는 위로도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넘치는도다 6 우리가 환난 당하는 것도 너희가 위로와 구원을 받게 하려는 것이요 우리가 위로를 받는 것도 너희가 위로를 받게 하려는 것이니 이 위로가 너희 속에 역사하여 우리가 받는 것 같은 고난을 너희도 견디게 하느니라 7 너희를 위한 우리의 소망이 견고함은 너희가 고난에 참여하는 자가 된 것 같이 위로에도 그러할 줄을 앎이라”).

위의 본문은 고린도후서에 들어 있는 이른바 “화해의 편지”(1:1-2:13 또한 7:5-16)에 속한다. 고린도교회에 들어온 바울의 대적자들로 인해 교회가 심각한 위험에 처하자 바울은 “눈물의 편지”(2:4 cf. 10-13장)를 보내었고, 교회가 다시 바울 편으로 돌아오자,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울은 다시 “화해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 본문에서 우리는 “사도적 위로”에 대해 배울 수 있다. 그것은 고난의 삶 가운데에서 하나님의 위로를 체험한 사도가 성도들에게 다시 위로를 주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좋은 치유적인 목회자가 되기 위해선 목회자 자신이 먼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위로의 체험을 많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4. 예언적인 설교와 관련하여 - “예언하다”(profhteu,ein):
고린도전서에 집중적으로(11번) 나타나는 동사 profhteu,ein의 일차적인 의미는 하나님의 계시를 선포하는 데 있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앞서서 말한다는 점에 있지 않다. 따라서 미래에 대한 예언의 성격보다는 오히려 약속의 개념이 강하다. 바울의 경우, 예언은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선포의 한 형태로 나타난다.

(고전 12:28) “하나님이 교회 중에 몇을 세우셨으니 첫째는 사도요 둘째는 선지자요 셋째는 교사요 그 다음은 능력을 행하는 자요 그 다음은 병 고치는 은사와 서로 돕는 것과 다스리는 것과 각종 방언을 말하는 것이라”; (고전 14:1) “사랑을 추구하며 신령한 것들을 사모하되 특별히 예언을 하려고 하라”; (롬 12:6) “우리에게 주신 은혜대로 받은 은사가 각각 다르니 혹 예언이면 믿음의 분수대로”

고전 12:28에 언급된 사도와 선지자와 교사는 교회를 설립하고 유지하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은사직이기에 일차로 언급된다. 이 세 직분은 선포의 측면과 직결된 직분이다. 여기에서 예언이란 이해할 수 없는 방언과 달리 이해 가능한 언어로 드러난다. 그리하여 믿지 아니하는 자들도 복음선포의 내용에 대해 확신할 수 있게 되는 수단이다: (고전 14:24f) “24 그러나 다 예언을 하면 믿지 아니하는 자들이나 알지 못하는 자들이 들어와서 모든 사람에게 책망을 들으며 모든 사람에게 판단을 받고 25 그 마음의 숨은 일들이 드러나게 되므로 엎드리어 하나님께 경배하며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 가운데 계신다 전파하리라.”


IV. 신약성서가 선포하는 핵심 메시지
신약성서의 각 책은 당시 교회현장과 직결되었으며, 성서저자는 그가 속한 신앙공동체(=교회)의 지도자이거나 신앙공동체 형성에 능동적으로 참여한 사람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신약의 각 책이 당시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목적, 즉 신약 각 책이 선포하는 메시지는 당시 해당 교회현장의 문맥과 직결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메시지는 설교와 직결된 것이기에, 신약성서가 선포하는 메시지는 위에서 우리가 언급한 네 가지 설교 목적(선포적, 교훈적, 치유적, 예언적 설교)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런 의미에서 신약성서 각 책을 네 종류 설교목적의 범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 책에 네 종류의 설교 목적이 모두 나타날 수도 있으나, 가장 주된 성격에 따라 분류하고자 한다. 이제 각 책이 선포하는 핵심 메시지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 바울친서 및 제2바울서신의 선포:
바울서신은 선포적 성격도 두드러지나, 전체적으로 볼 때 교훈적 성격이 강한 문서라고 말할 수 있다. 바울친서가 모두 50년대에 기록된 것과 달리, 제2바울서신은 대략 한 세대 뒤늦게 기록된 것으로 추정한다.

▸데살로니가전서(~교훈적 설교): 50년경에 기록된 데살로니가전서는 현존하는 기독교 최초의 문서로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재림을 고난 가운데 열망하는 교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바울이 데살로니가 교회로 보낸 일종의 “우정의 편지”이며 “격려의 편지”이다. 핵심 메시지: 사도 바울은 동료 교인들의 죽음으로 인해 흔들리는 데살로니가 교인들을 향해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신 예수께서 종말의 심판 때 믿는 자들을 구원하시러 다시 오실 것이라는 약속을 굳게 붙잡으면서 서로 덕을 세우는(3:12) 삶을 살라고 권면한다.

▸갈라디아서(~교훈적, 선포적 설교): 갈라디아서는 어느 특정한 교회를 향해 보낸 서신이 아니라, 갈라디아 지방에 있는 여러 교회를 향해(1:2) 보낸 서신 즉, 유일하게 보존된 바울의 “회람서신”이다. 여기에서 바울은 자신의 적대자들과 격렬한 논쟁을 벌이면서 자신을 변증하기에 이 서신을 가리켜 “변증 서신”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핵심 메시지: 바울은 유대 율법주의에 대해 경고하며 “복음의 진리”(2:5, 14)를 강력하게 변호하는 가운데, 하나님에 의해 의롭다 칭함을 받는 것은 율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선포한다.

▸고린도전서(~교훈적 설교): 고린도전서는 열광주의 신앙에 쌓인 초기 헬라 도시교회가 안고 있던 문제점과 어려움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문서이다. 여기에서 바울은 고린도교회의 일상적인 삶에서 야기된 여러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철저한 신학적 논증의 방식으로 답변하고 있다. 핵심 메시지: 교회에 생긴 분파와 갈등에 직면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에 대한 선포 즉 “십자가의 말씀”(1:18)에 대한 선포를 강조하며, 또한 그리스도의 몸에 속한 교회의 모든 지체들은 하나가 되어 서로 사랑할 것을 권면한다.

▸고린도후서(~교훈적, 치유적 설교): 외부에서 온 바울의 적대자들이 바울의 사도직분을 공격함으로써 바울과 고린도교인 사이에 불거진 심각한 갈등(2:5 “근심하게 한 자”; 7:12 “그 불의를 행한 자”)과 동시에 화해를 보여주는 고린도후서는 예수님을 따르는 가운데 고난의 섬김이라는 사도직에 대한 중요한 신학적 증거를 담고 있다. 사도 바울 자신의 심정과 신앙의 삶을 엿보게 하는 바울 자신과 관련된 가장 사적인 편지라고 말할 수 있다. 핵심 메시지: 바울은 그리스도의 본을 따라 고난으로 점철된 자신의 사도적 실존을 변호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 계시사 세상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신”(5:19) 일을 복음으로 증거한다.

▸로마서(~선포적, 교훈적 설교): 바울서신 가운데 가장 길며 동시에 가장 중요한 서신으로 간주되는 로마서는 바울 자신이 세우지 아니한 교회로 보낸 유일한 서신이다. 이 서신은 바울 신학을 종합하는 성격을 가졌으며 기독교 신학의 핵심을 담은 서신으로 통한다. 그래서 로마서를 가리켜 “복음 서신”이라 부르기도 한다. 핵심 메시지: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을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구원하시는 의에 대한 복음은 유대인과 이방인을 포함하는 죄인 된 모든 인간에게 해당된다는 사실을 선포한다.

▸빌립보서(~교훈적 설교): 빌립보서는 바울이 자기와 특별히 친숙한 관계에 있었던 빌립보 교회에 보낸 것으로서 옥중 생활 가운데 기록된 서신이다. 감사와 기쁨의 말을 반복하는 가운데 전반적으로(3장 제외) 우호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는 이 서신은 고대 서신 장르로 분류하자면 “우정의 편지”에 속한다. 핵심 메시지: 바울은 빌립보 교인들에게 다툼과 허영과 이기적인 욕심을 버리고 예수님의 겸손을 배우며, 그리스도와 연합된 삶 속에서 고난과 박해를 넘어 기뻐하라고 권면한다.

▸빌레몬(~교훈적 설교): 바울이 역시 수감 중에 기록한 빌레몬서는 고대 서간문학의 분류에 따르면 일종의 “추천 서신”이다. 빌레몬이란 사람의 개인적인 문제를 다룬 편지라는 점에서 교회를 향해 보낸 기타 바울서신들과 차이가 난다. 핵심 메시지: 바울은 동역자 빌레몬에게 그의 노예인 오네시모를 믿음의 형제로 받아들이고 그와 화해하라고 권면한다.

▸데살로니가후서(~교훈적 설교): 데살로니가전서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데살로니가후서는 주의 재림이 도래했다는 주장(2:2)을 열광주의적이며 이단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가운데 이를 교정하고자 한다. 핵심 메시지: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하기 전에 “악한 자”라 불리는 적그리스도의 세력이 절정에 달할 것임을 지적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 재림의 날에 하나님은 복음에 복종하지 않는 자들에겐 형벌을 내리게 되나, 믿음을 굳게 지킨 사람들은 구원하실 것이라고 강조한다.

▸골로새서(~교훈적 설교): 소아시아 브루기아 지역에 위치한 골로새 교회 안에 유입된 거짓 가르침으로 인해 교회가 위험에 처하자 저자는 이 서신을 통해 참된 기독교 진리에 의지하여 거짓 가르침을 반박하고 있다. 핵심 메시지: 하나님의 형상이시며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을 교인들이 본받는 가운데,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 새 사람을 입으라고 권면한다.

▸에베소서(~교훈적 설교): 편지라기보다는 일종의 신학적인 논설에 가까운 에베소서는 유대인과 이방인으로 구성된 하나로 통일된 교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핵심 메시지: 그리스도의 구원 사역을 통하여 유대인과 이방인이 화목한 가운데 새사람이 되어 하나의 교회를 이루어 하나님과 연합되리라는 하나님의 계획을 증거한다.

▸목회서신(~교훈적 설교): 18세기 중엽 이후 디모데전서, 디모데후서, 디도서를 총칭하여 “목회서신”이라 부른다. 목회 수행에 필요한 교훈과 권면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이 불리게 되었다. 개인을 향한 서신으로 기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교회에 적용될 수 있는 올바른 교회질서에 관한 여러 지침을 담고 있으며, 거짓 교훈과 구분되는 “바른 교훈”을 강조하는 문서이다. 목회서신은 바울 전승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한 초창기 기독교 시대(1세기 말경)의 문서이다. 핵심 메시지: 질서 잡힌 교회 내의 삶을 강조하며 “망령되고 헛된 말”(딤전 6:20; 딤후 2:16)을 배격하면서 사도 바울의 고난의 삶을 본받는 가운데 그가 전해준 “바른 교훈”에 순종할 것을 권면한다.

2. 공관복음과 사도행전의 선포 내용
현존하는 최초의 복음서인 마가복음은 70년경에 기록된 것으로 여긴다. 이를 참조한 마태복음과 누가의 두 문서(누가복음과 사도행전)는 대략 80-90년경에 기록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마가복음(~선포적, 교훈적 설교): 구전으로 전해 내려온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수집하여 “복음서”라는 양식으로 기록된 현존하는 최초의 복음서이다. 갈릴리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예수님의 길을 복음서 구조의 틀로 삼으면서 전체 이야기가 예수님의 수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핵심 메시지: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예수님의 본질은 바로 십자가의 죽음 가운데 드러난다는 사실을 선포하며,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님의 본을 따라 제자들도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의 십자가를 감당할 것을 요청한다.

▸마태복음(~교훈적, 선포적 설교): 초대교회에서 다른 복음서보다 사랑을 많이 받은 “교회의 복음서”로 통하는 마태복음은 다섯 개의 예수님의 설교말씀이 중심을 이룬다. 구약성서 구절을 빈번하게 인용하는 가운데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모든 의를 이루신 메시아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유대교를 비판하는 성향이 강한 복음서이다. 핵심 메시지: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도덕적인 행위 규범을 제자들에게 요청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다. 따라서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예수님의 측면을 특히 강조한다. 예수님을 따르는 자는 하나님의 의를 행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친다.

▸누가복음(~선포적, 교훈적 설교): 복음서 가운데 양적으로 가장 긴 내용을 담고 있으며 가장 섬세하며 수준 높은 그리스어로 기록된 누가복음은 사도행전과 더불어 누가의 역사적 관심을 잘 나타낸다. 또한 당시 헬레니즘 시대의 관행에 따른 문학적 서문(1:1-4)을 통해 드러나듯이, 누가복음은 기독교 최초의 문학작품으로 통한다. 핵심 메시지: 예수님 탄생에서부터 시작하여 승천하시기까지 지속된 예수님의 지상사역을 통해 하나님이 모든 인간에게 구원의 길을 마련하신 것을 증거한다. 특히, 예루살렘을 향한 자신의 길을 중단 없이 나아가는 예수님의 모습을 강조하는 가운데 예수님을 세상을 구원하는 구세주임이 확실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사도행전(~교훈적 설교): 예수님의 지상 사역의 역사를 담은 누가복음의 속편으로서 사도행전은 성령의 인도에 따라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 온 유대와 사마리아를 거쳐 땅 끝까지(1:8) 전하게 된 복음 선포의 역사와 교회 성장의 역사를 구원사적 관심을 갖고 묘사한다. 핵심 메시지: 그리스도에 관한 증거가 예루살렘으로부터 온 유대와 사마리아를 거쳐 로마에까지 당도함으로써 공간적인 연속성을 갖고 있으며, 동시에 예수님의 시간으로부터 사도들의 시간을 거쳐 바울의 시간에까지 이르게 된 시간적 연속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연속성을 통하여 그리스도에 관한 증거가 확실히 신뢰할만하며, 또한 교회 확장의 역사가 성령에 따른 것임을 증거한다.

3. 요한문서의 선포 내용
대체로 요한복음은 1세기 말경에, 그리고 요한서신은 요한복음이 기록된 직후에 기록된 것으로 간주한다.

▸요한복음(~선포적 설교): 내용적이며 구조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요한 특유의 독특한 언어 세계와 신학적 개념을 통해 공관복음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요한복음은 하나님의 계시자로서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복음서 전체에 걸쳐 강조한다. 핵심 메시지: 하나님의 말씀이신 로고스가 육신을 입고 세상에 오셔서 하나님을 계시하시는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구원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심판을 선포한다.

▸요한서신(~교훈적 설교): 저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있는 세 요한서신(=요한1서, 요한2서, 요한3서)은 언어와 내용의 측면에서 볼 때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모두 요한공동체에 속하는 교인들에게 보낸 서신들이다. 완벽한 편지 형식을 갖춘 요한2서 및 요한3서와 달리 요한1서는 비록 편지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 않으나, 세 서신 모두 특정 상황을 전제로 한 실제 편지로 간주된다. 요한1서를 “편지 모양의 설교문”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핵심 메시지: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께서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성육신하신 분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거짓된 가르침 대하여 경고하며, 또한 교인들 서로 간의 사랑을 권면한다.

4. 나머지 문서의 선포 내용
▸야고보서(~교훈적 설교): 이방 지역 가운데 흩어져 살고 있는 전체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서신으로 자신을 소개하는(1:1) 야고보서(1세기 말경에 기록)는 헬라 유대 지혜문학의 영향을 많이 받은 가운데 윤리적 권면의 성격이 강한 교훈서신이다. 핵심 메시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구원사건을 신학적으로 반성하는 일보다는 경건의 실천에 초점을 맞추는 가운데, 신앙 공동체의 구체적인 삶은 신앙과 일치해야 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베드로전서(~교훈적, 치유적 설교): 로마 황제숭배 거부로 인해 박해가 있었던 90년대에 기록된 것으로 보이는 베드로전서는 소아시아 전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고난과 절망에 처한 교인들에게 위로와 권면의 말을 전함으로써 그들을 격려하고자 하는 서신이다. 핵심 메시지: 세상 가운데 나그네로 존재하는 가운데 고난과 시험에 처한 교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복음, 즉 그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재림을 상기시키면서 인내로써 신앙을 굳세게 지킬 것을 권면하며 또한 신실한 청지기로서의 삶을 살 것을 요청한다.

▸유다서(~교훈적 설교): 1세기말~2세기 초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다서는 고대 유대교의 다양한 전승을 담고 있는 문서로서 사도시대를 회상하는 가운데 제3세대 그리스도교의 시각을 반영하는 서신이다. 핵심 메시지: 신앙을 위협하는 거짓 교사들에 대항하는 가운데 사도들의 교훈을 기억하라고 강조하며(17절), 또한 그들이 전해 준, “성도에게 단번에 주신 믿음”(3절)을 위해 싸울 것을 권면한다.

▸베드로후서(~교훈적 설교): 유다서를 참조한 베드로전서는 완성된 바울서신집을 전제하고(3:15f “형제 바울이 쓴 모든 편지”) 있기에 신약 정경화의 초기단계에 속한 문서로 간주된다. 따라서 학자들은 이 문서를 신약성서 가운데 가장 늦게(대략 130년경) 기록된 문서로 여긴다. 유다서의 경우와 유사하게, 전통적인 사도적 신앙을 변호하는 가운데 이단적인 내용을 전하는 적대자들과 강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서신이다. 핵심 메시지: 거짓 선지자들에 대항하여 그리스도의 재림과 종말의 심판에 대한 약속을 변증한다.

▸히브리서(~교훈적 설교): 80~90년 사이에 기록되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히브리서는 마지막 부분(13:18-25)이 편지형식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구약성서를 자주 언급하면서 그리스도는 영원한 대제사장이라는 점을 밝히는 기독론적인 논증을 전개시키고 있는 일종의 신학적 논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혹자는 논리전개방식과 문체가 유대헬라설교와 유사하다는 이유에서 실제 설교로 간주하기도 한다. 핵심 메시지: 모세를 능가하는 진정한 대제사장 되시는 그리스도의 희생적인 죽음을 통하여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길이 열렸음을 믿는 가운데 인내하며 소망하는 믿음을 지킬 것을 권면한다.

▸요한계시록(~예언적, 치유적 설교): 로마 황제 도미티안 시대 말기(90년대 초반)에 기록된 것으로 보이는 요한계시록은 묵시문학이라는 전통적인 문학형식을 사용한 가운데 모든 적대 세력을 쳐부수고 승리할 하나님의 미래에 관한 예언을 다룬다. 이 문서는 초창기 교회의 예언의 모습을 보여주는 문서로서 신약성경 가운데 유일한 묵시문학이다. 핵심 메시지: 커다란 박해에 직면하여 흔들리는 신앙공동체에게 인내와 위로의 권면을 하는 가운데, 적그리스도의 세력에 대한 그리스도의 승리가 곧 오리라는 사실을 예언한다. 그것은 곧 십자가에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어린 양”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세상과 역사의 주재자이신 하나님의 통치 목표, 즉 새로워진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복된 통치가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V. 나가면서
본고에서 우리는 네 가지 설교목적을 언급하는 가운데 그와 관련된 신약성서적 개념들을 살폈으며, 이어서 신약성서 각 책이 선포하는 핵심 메시지에 관해서도 살펴보았다. 신약성서는 선포적 메시지와 더불어 교훈적 성격의 메시지가 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스도인을 수신자로 하는, 바울서신을 필두로 하는 서신서 장르는 대체로 교훈적인 메시지가 강한 반면, 복음서 장르는 선포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밖에도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박해상황을 전제하는 문서들(베드론전서와 요한계시록) 가운데 부분적이나마 치유적이거나 예언적인 메시지도 찾을 수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메시지를 오늘 우리의 상황에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우리의 목회 현장에는 성서적이며 균형잡힌 설교가 지배한다기보다, 성도들의 취향을 일방적이고 편향적으로 고려하는 가운데 듣기에 재미있고 기복적인 내용을 강조하는 설교가 유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오늘날 설교학이 이론적이고 교의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변증법적 신학의 설교(Karl Barth)와 달리 설교를 듣는 회중의 중요성을 강조하나(Ernst Lange), 참된 설교란 성서가 제시하고 선포하는 목적에 순종하고 부합하는 설교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것은 제아무리 사람들의 엄청난 호응이 따른다 할지라도 결국 인간적 사설 혹은 종교적 유흥거리에 불과한 셈이다. 설교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사람이기에, 그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하는 설교자는 사도 바울 당시 그가 대적하여 싸웠던 “거짓 선지자”로 불리게 될 것이다.
신약성서에 교훈적 메시지가 압도적이라는 사실은, 그것이 기록되던 초창기 교회의 시대 상황과 밀접히 관련되었다고 생각된다. 당시에 “거짓된 가르침”, 즉 왜곡되고 탈선한 그리스도교적 가르침을 교회 안에서 전하는 거짓된 (선)교사들의 활동이 위협적이었기에, 복음의 진리와 순수성을 지키고 전하기 위해 신약성서저자들은 그에 대항하는 교훈적 메시지를 특히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 우리 한국 교회 상황도 초기 교회 상황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우리나라에 복음이 본격적으로 전래된 지 120여년이 지나면서 복음의 정체성과 순수성이 적지 아니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목회자들이 참된 복음을 수호하기 위해 절실히 노력해야 할 시기라고 보인다. 끝으로, 체계적인 말씀 사역의 중요성을 강조한 마르틴 루터의 탁상담화(Tischrede) 권면으로 본고를 마치고자 한다.

“좋은 설교자가 되려면 다음과 같은 능력과 덕목을 갖추어야 합니다.
첫째, 하나님의 말씀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루터대학교 신약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