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 얘기 좀 해보겠다. 안 할 수 없다.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 때 김동성 선수의 금메달을 앗아 오노에게 주었던 '그때 그 심판'이 한국 여자계주 3000m 금메달 역시 무산시켰다. 휴이시라는 사람이다. 한국에 대해 특별한 억하 감정이 있는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AFP통신은 “휴이시 심판이 여자 1000m 경기에 나서지 않는다”면서 “국제빙상경기연맹이 휴이시 심판 대신 다른 나라 심판이 경기를 맡게 됐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교체 사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사람, 2002년 그 진상을 펼친 다음, 2년 정도 쉰 일이 있었지? 이번부터는 완전히 쉬어도 빙상 발전에 아무런 여파가 없을 것이다.

심판을 뜻하는 영어 단어가 엄파이어(umpire)인데, 이게 어원이 '(누구와도) 짝을 이루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공평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대하기에 그 크기만큼 관중들은 심판의 권위에 무게를 싣는다. 하지만 심판이 횡포를 보이기 시작하면 제동할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심판 출신으로 일본 야구 명예의 전당에 오른 니데카와 노부아키는 “내가 곧 룰 북 즉 경기 규정집이다”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이번 여자 계주 3000m 경기의 경우도 그랬지만, 의혹은 물론 사실로 확인된 오심까지도 결과를 바로 잡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극히 드물지만 판정을 정정한 사례가 아주 없지는 않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 올림픽 스키점프 부문의 채점 실수가 50년 뒤 밝혀져 당시 4위였던 미국의 하겐 선수가 83세에 동메달을 받은 적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체조에서 양태영 선수는 채점 잘못이 비디오 판독으로 확인된 뒤에도 빼앗긴 금메달을 돌려받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핸드볼 한국-노르웨이의 준결승전에서 노르웨이의 역전골은 종료 후에 터졌다는 것이 비디오 판독으로 확인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편으로는 심판의 입장도 생각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제축구연맹 조지 커닝 심판담당 매니저는 “심판도 사람인이상 실수는 있게 마련이고 실수가 없으면 축구도 없다”며 심판 편을 들었다. 축구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오심 논란이 빚어진 경우는 ‘신의 손’ 사건이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8강전에서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가 만났다.

그때는 영국하고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전쟁이 끝나고 얼마 안 된 시점 아니어서 당연히 열기는 뜨거웠을 것이다. 후반 6분 아르헨티나 ‘축구신동’ 마라도나와 잉글랜드 골키퍼 실턴이 함께 뛰어올랐다. 실턴은 1m90의 꺽다리인 반면 마라도나는 겨우 1m65, 당연히 실턴 손에 잡혀야 할 볼은 그러나 잉글랜드 골문을 갈랐다. 뒤늦게 마라도나가 머리 대신 손으로 집어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심판은 이걸 골로 인정했다. 아르헨티나는 이 경기에서 결국 2-1 승리를 거두고, 결승까지 승승장구해 우승을 차지한다. 반칙의 황제로 눈총을 받게 된, 마라도나는 나중에 뻔뻔스럽게도 이렇게 말했지? “그 손은 내 손이 아니라 신의 손이었다.”고.

과학잡지 ‘네이처’가 판정 착오에 대한 분석 자료를 내놓은 바 있다. 선수들의 몸놀림이나 공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생기는 판정착오. '네이처'는 축구의 오프사이드 판정 착오가 10%나 된다고 분석했다. 프로야구에서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오심이 경기당 5개 이하면 일급 심판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오심을 이용한다는 의혹이다. 우리를 포함해 월드컵 개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홈팀이 일찍 탈락하면 흥행에 문제가 생기는 탓에 국제축구연맹이 심판들을 조종한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영국 울버햄프턴 대학 연구소는 '홈팬들의 함성을 듣고 있는 심판이 15% 정도 홈팀에 유리한 판정을 내린다'는 심판의 심리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오심도 오심 나름이다. 불가항력적 착시현상에 의한 오심은 어쩔 수 없지만, 상식 이하의 얼빠진 판정으로 스포츠의 의미를 훼손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테네 올림픽 체조경기에서 양태영의 금메달을 앗아간 채점오류는 만루홈런급 오심이 아닐 수 없다. 결국 해법은 이거다. 석연치 않은 판정이 끼어들 새 없이 완벽한 플레이로 오심의 비율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 야구 심판은 “나는 스트라이크를 볼로는 바꿀 수 있지만 홈런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했다. 오심 우려를 깨끗하게 잠 재우며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 선수, 김연아 선수야말로 야구로 비유하자면 홈런타자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