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라는 사회도 약육강식의 풍토로 전락하는가? 날이 갈수록 ‘부익부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 대형교회들은 몰려드는 교인들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데 비해 매년 작은 교회들이 3,000개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문을 닫는 교회 중 대부분이 개척교회에 해당한다. 한 인터넷 뉴스에는 이런 기사를 쓰고 있다.

“10개 중 8개의 개척교회는 3년 이내에 문을 닫고 있다. 수억 원의 은행 빚을 갚지 못한 채, 신용불량자가 된 목회자, 매달 수백만 원의 이자를 갚지 못해 개척 자금을 까먹다가 결국 문을 닫은 목회자, 개척한 지 수년이 지나도 10명의 안팎의 성도 때문에 절망에 빠진 목회자, 한국교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천 명의 신학교 졸업생들은 ‘김삼환 신드롬’ ‘하용조 신드롬’ ‘옥한흠 신드름’과 같은 성공 신화를 꿈꾸며 개척교회를 시작하고 있다.”

자기 집 전세금과 재산, 은행융자를 쏟아 붇고, 또한 여기저기 손을 벌려 가까스로 마련한 개척교회가 3년도 안 되어 문을 닫을 때 그 심정은 절망 그대로 일 것이 분명하다. 좋은 대학을 졸업한 후 신대원(神大院) 치열한 입시난관을 뚫고 입학하여 수년 동안 실력을 쌓은 인재들이 이처럼 목회 초장부터 참담한 꼴을 당함으로 완전히 의욕을 상실하게 한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무임목사들이 5만 명에 이르고 있다. 왜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사태에 대해서 대형교회들이 책임을 면하기가 어렵다. 오광석 목사(안락한교회)는 글을 쓰기를 “작은 교회가 성장하기 힘든 것은 메가 문화 때문입니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동네의 작은 슈퍼마켓들이 모조리 문을 닫는 이유와 같습니다. 대형교회가 한 지역에 들어서면 그 주위에 있는 20∼70개의 작은 교회들이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고 했다. 그렇다. 지금 한국사회는 메가 문화가 판을 치고 있다. 수많은 소비자들이 지역에 작은 가게들을 피해 대형마트로 몰려들고 있다.

상품들이 다양하고 저렴하기 때문이요, 편이 시설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한 문화추세에 따라 메가 처치(mega-church)들이 신바람을 내고 있다. 살기 편한 아파트나 대형마트에 길들여진 교인들이 예배실과 한 두 개의 부속시설, 그리고 불편한 주차시설, 그리고 피곤하게 만드는 설교와 초라한 찬양대를 가진 작은 교회나 개척교회가 너무나 짜증스러울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비해서 대형교회들은 화려한 본당과 부속시설들, 편리한 주차장과 안내위원들, 그리고 뛰어난 설교,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수백 명의 찬양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현대사회 문화에 길들여진 교인들이 심신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는 작은 교회에 대해 핑계만 있으면 떠나서 대형교회로 가고 싶은 것은 당연한 추세가 아니겠는가? 그 덕에 대형교회들은 큰 노력 없이도 수많은 작은 교회로부터 수평이동 해 오는 교인들을 통해서 흥왕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어느 모임에서 개척교회 목회자로부터 ‘자기가 전도하여 6개월 동안 최선을 다해 양육하여 중요한 일을 맡기려 했던 교인이 어느 날 옆에 큰 교회로 가버림으로 대단히 낙심해 있다.’고 하소연하는 말을 들어 보았다.

그렇다면 대형교회로 가버린 그 교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불을 보듯 훤한 일이 아니겠는가? 구경꾼 교인이 되었을 것이다. 작은 교회에서는 새벽기도로부터 모든 모임에 참석하고 이것저것 봉사하라고 강요당하였지만, 대형교회는 간섭하는 이가 없어 좋다. 주일날 많은 예배 중에 한 번 참석하고 식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너무나 좋다. 다시 말하면, 현대인들이 자연스럽게 대형마트의 고객이 되는 것처럼 작은 교회에서 수평 이동한 교인들이 대형교회의 고객으로 변질되어 가는 것이다.

여하튼 대형교회의 모판(母板)은 작은 교회들임을 대형교회들은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형교회는 모판인 작은 교회들을 귀히 여기고 살리는 일에 힘써야 하는 것은 마땅한 일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형교회들이 성장제일주의에 따라 수많은 버스를 동원하여, 개척교회 옆이든 관계하지 않고 교인들을 싹쓸이로 몰아가고, 조금 원거리 지역에는 지성전(支聖殿)을 설립하여 위성방송으로 예배실황을 중계방송하기를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사회책임 세미나에서 손인웅 목사(한목협 회장)는 대형 교회는 셔틀 버스 운행, 선물 공세 등으로 인근 교회 교인들을 끌어 모은다고 지적하면서 “자기 교회 앞에서 교인들을 실어 나르는 대형교회 버스를 보며 작은 교회 목회자는 가슴에 멍이 들 수밖에 없다.”고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이제는 대형교회들이 너무나 귀한 한국교회 인재들이 전적으로 재산과 몸과 시간을 바쳐 설립한 수천의 교회들이 문을 닫는 비극을 막아야 한다. 언제까지 그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여 대형교회 키우기에 몰두하겠는가? 언제까지 대형교회의 담임목사로서 위세만 높이 자랑하겠는가?

이제 과감히 각지로 보내던 버스운행을 줄이어야 한다. 이제는 과감히 지성전을 그곳 관리 책임 목회자에게 이양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대형교회가 끌어가는 교인들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는 작은 교회의 목회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교회 모든 지도자들이나 전도자들에게 다른 교인들이 수평 이동해 오지 않도록 교육을 시키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계속 성장제일주의로 치달으면서 자기 교회 비대에만 치우치지 말고 이제 한국교회와 사회를 위해서 나눔과 섬김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위상이 기울어지기 시작한 한국교회는 더 빠른 속도로 무너질지 모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