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저에게 안식년이라면서 왜 그리 바쁘고 일이 많으냐고 합니다. 실제로 안식년이 시작되었지만 분주하고 바쁘기는 마찬가지이고 갈 곳도 많고 할 일도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안식년이라고 마냥 놀고 지내는 기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안식년을 시작 하면서 “안식년 휴가”라는 말 보다는 “안식년 사역”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다만 안식년이 시무중일 때와 다른 것은 ‘의무감에서 자유한다’라는 의미입니다. 무엇보다 시간으로부터 자유합니다. 새벽기도 걱정 없으니 밤새도록 책을 읽어도 괜찮고 배가 고프지 않으면 하루 종일 굶어도 되고 피곤하면 낮잠을 즐길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시계를 보고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자유인지 모릅니다. 물론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고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지켜서 사람을 만나고 이미 만들어진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기도 해야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참 편하고 자유롭습니다.

안식년이 시작되는 첫날인 3월 1일 역시 저는 전교인 특별새벽기도회를 인도했습니다. 안식년이 시작되었다고 전교인 특별새벽기도회를 나 몰라라 할 만큼의 배짱은 아직 없고 무엇보다 설교를 하고 예배를 인도한다는 것은 저에게 너무나 신나고 즐거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의무감 보다는 즐거움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설교하는 것이니까요.

막상 안식년이 시작되었어도 어디 가서 조용히 쉴 곳도 없고 아직은 서울을 훌쩍 떠날 만큼 한가하지도 않아서 다음주 부터는 어디 기도원에 가서 본격적으로 집필활동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첫 주간은 그냥 서울에 있으면서 그동안 미뤄오던 일들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급한데로 먼저 “월간목회” 5월 호에 실을 원고(우리교회 함께하는 목회를 말한다)를 써서 전송(電送)하고, 또 그동안 내가 결혼을 주례했던 사람들의 명부를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2003-2004년까지의 자료 파일들이 날아가 버렸지만 그동안 여기저기 기록해 둔 노트나 수첩 등의 기록들을 대조하여 대강 복원을 하고 정리를 해 보니 기록에 있는 자료만 271쌍의 부부를 주례했더군요. 이런 여유는 정말 안식년이 아니면 가질 수 없는 여유이지요.

그리고 장신대 연구지원처장과 한국교회를 위한 목회 매뉴얼 발간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을 의논하고, 광진구기독교연합회 모임에도 참석을 하고 수요일엔 교회에 나와서 최윤배 교수의 열강을 듣기도 하고, 평통자문위원 고문회의에도 참석을 하고, 일산 승리교회 “순공동체” 모임 강의도 하고, 그동안 구입해놓고 읽지 못했던 책들도 이것저것 뒤져 보기도 하고, 쌓아 놓았던 자료들을 정리하느라고 방안 가득 먼지를 피워서 아내를 불편하게 하기도 했지만 그건 여유를 즐기는 내 방식이니까 그것 역시 즐거운 일이지요.

이번 주일에는 이웃 자양교회에 가서 설교를 하고, 다음주간에는 시찰회에 참석하는 일과 광주 호신대학교에 가서 여수 순천지역 손양원 목사 기념사업회와 우리 총회 역사위원회 연석회의를 주관할 일이 있을 뿐이기에 더 큰 여유로 집필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즐거움은 자유함입니다. 늘 시간에 쫓겨 발을 동동 굴리던 삶에서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니 이런 안식의 기회를 주신 교회에 감사할 뿐입니다.

그러나 사실 저의 몸은 교회 사역으로부터 자유하지만 제 마음은 언제나 교회에 가 있습니다. 부교역자들과 장로님들 그리고 충성스러운 성도들로 인하여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고 사람을 살리고 세우는 비전으로 아침해가 떠오르는 땅을 이루어 가시겠지만 그래도 늘 내 촉각이 교회를 향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의 헌신과 사명을 다 하는 사역들, 그리고 성도끼리 서로 사랑하고 함께 나누는 온전한 교제와 생명을 구원하기 위한 전도, 모든 지도자와 성도들이 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는 교회의 온전함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그래서 제가 아무런 염려 없이 이 안식년 기간에 누리는 자유함이 더 큰 능력으로 승화될 수 있어서 제가 사역에 복귀하는 순간이 또 한 번의 도약의 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저의 안식년 사역이 우리 모두의 성숙의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