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여중생 살해 피의자 김길태가 검거됐지? 이 검거에는 범죄자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하는 '프로파일링'이 큰 도움이 됐다. 그래서 프로파일링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프로파일링이란 범죄 현장을 분석해서, 범인의 나이, 성격, 직업, 범행 수법을 추론한 다음에, 이걸 바탕으로 해서 범인을 찾아내는 수사 기법이다. 한마디로 과학적으로 범인이 누군지 단서를 잡아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번 김길태 사건에서는 프로파일링 수사기법, 어떻게 적용됐을까. 경찰 프로파일러들은 김길태의 내성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에 주목했다. 김길태가 교도소 수감 생활을 11년이나 해 극단적인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는데다, 대인기피 공황증세까지 보이는 점을 포착한 거다. 휴대전화와 운전면허가 없고, 인터넷조차 쓰지 않는 김길태의 특성도 분석했다. 사실 차를 몰고 다니다가 CCTV에 한 번이라도 촬영됐다면, 인터넷 ID가 하나라도 있어서 PC방 같은데서 접속했다면 수사가 더 쉬웠을 텐데, 경찰은 이런 김길태를 쫓느라 꽤 고생했다.

그런데 김길태가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숨어있을 것이라고 추측한 점은 적중했다. 수사가 길어지면서 김길태가 이미 부산을 벗어났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프로파일러들의 ‘그렇지 않다, 부산 그것도 근거지인 사상구를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예측은 정확했다. 경찰은 이 말에 따라 사상구에서만 저인망식 수색을 했다. 그러나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서 불과 200∼300m 떨어진 빌라 옥상에 숨어있던 김길태를 찾아냈다. 경찰은 김길태의 범행동기와 여죄를 캐내는 데도 프로파일러를 활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다른 대형 사건 수사에서도 경찰 프로파일러는 대단한 성과를 냈다. 지난 2007년 제주에서 발생한 양 모 양 사건이나 안양 초등학생 살해사건 때에도 범인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 진가를 발휘한 바 있다. 범죄자를 낱낱이 분석해 요격 미사일처럼 정확하게 타격하는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프로파일러의 이런 진가를 가능하게 한 데에는 우리의 세계적인 IT기술의 공헌이 매우 컸다.

얼마전 미국에서는 거의 30년 전에 있었던 여자 어린이 성폭행 살해사건의 범인을 잡았다. 과정이 기막혔다. 그 범인의 20대 아들이 음주운전을 했는데 조사과정에서 확보한 DNA에서 30년 전 범인의 DNA 요소를 찾은 것이다. 30년 전엔 이 음주운전자는 있지도 않았을 테니 아버지라고 단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프로파일링 수사의 개가, 외국에서도 이렇게 있었다. 프로파일러들의 주요임무는 강력사건의 자료를 수집하고, 범인상을 분석하며, 데이타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런 자료들 본청에서 통합관리하기 때문에 다른 청에서도 공유할 수 있다.

체포 1년을 맞은 강호순 사건, 이것 역시 프로파일러 아니었으면 여태껏 미제로 남았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 같다. 프로파일러들은 강호순이 검거되자 이 사람을 '연쇄살인범'으로 확신했다. 강호순이 잡히기 전 이미 "고급차를 소유했고, 잘 생겼고, 서남부 지역을 잘 아는 30대 남자"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프로파일링이 사건 정황을 바탕으로 범죄자의 행동, 심리, 특징을 종합분석해서 용의자의 범위를 줄여가는 수사방식이라고 앞서 정의했지? 납치, 실종과 같이 사건 현장도 아무런 단서도 없는 상황에서 프로파일러는 수사의 방향을 설정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연말인가 연쇄 성폭력범 54명을 프로파일링 해 본 결과도 있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3명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 중인 연쇄성폭력범죄자 54명의 특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냈었다. 그랬더니 이런 공통점을 찾아냈다고 한다. '미혼이고, 미남형 외모에 근육질 체형. 성격이 활달해 친구가 많음. 그간 4명의 여자 친구를 사귀었음. 이성이 느끼는 호감도는 높은 편.' 어떤가. 이런 공통점에 가장 많이 부합되는 인물이 임신부와 여중생 같은 여성 10여 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2007년 대전고법에서 징역 22년형을 선고받은 35살 임모 씨였다. 통상 은둔형 외톨이에 이성관계도 서투른 '사회 부적응자'일 것 같은데, 상당수가 사교성이 뛰어나고 자신감에 넘쳐있다니 의외이다. 우리의 상식으로 봤을 때 도저히 범인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도 프로파일러들은 범인으로 착착 잡아낸다.

숱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하고 과도한 프로파일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감시자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거대한 원형 감옥에 갇힌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용카드와 휴대폰,인터넷 등 디지털기기의 편리함에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통째로 내주다시피 한 까닭이다. 미국 주간지 '이그재미너(Examiner)'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들이 데이터 프로파일링을 통해 고객의 취향과 구매가능 상품을 알아내는 정도를 넘어 잠재적 불량고객 그러니까 장차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가능성을 지닌 사람까지 찾아낸다고 한다. 개인의 과거 소비 행태를 통해 다가올 미래를 예측한다는 얘기다. 어떤가. 이쯤 되면 과도하지 않냐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