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읽은 우스운 이야기.

“성도가 많은 교회는 형편이 다르겠지만,
성도가 적은 교회일수록
주일 낮 오전 10:30 부터 오전 11:20 까지는
목사님의 신경이 초긴장 하는 시간입니다.
‘김 집사는 왜 안 올까, 박 집사, 최 집사, ...’하다보면
찬송가가 1절에서 3절로 넘어가기 일쑤입니다.

목사님의 머리를 까맣게 덮었던 머리가
집사, 권사, 장로, 성도들이
예배당에 안 나올 때마다 하나, 둘 빠지더니
목사님은 어느덧 대머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목사님의 머리는 주변머리만 남게 되었던 것 입니다.”

목사들에게는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아서 실감이 난다.
예배 시간 5분 전인데도
비어있는 자리를 보면
주님께 죄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고,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무능한 목사 같은 느낌으로
자기 비하도 하게 되고,
이제 부터 오는 이들은 양이 아니라 염소들이다 하고
말도 되지 않는 분노도 느껴보고, ...
그러다가 기도를 마치고 눈을 떠보았을 때
가득 차 있는 이들을 보면 그래도 사랑스럽고,
고맙기도 하고, ...

언젠가는,
5분 전에 예배실로 입장하며
‘이렇게 비어있는데 과연 이 빈자리들이 찰까?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야외로 놀러간 이들이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갑자기 “네 믿음대로 되리라”하는 말씀이 생각나
“그래요, 주님 밋~씁니다.
오늘도 기도하고 나면
당신의 사랑스러운 백성들로 가득 찰 것을 밋씁니다.”
스스로 격려하며,
절반은 빈 예배실로 걸어 들어간 적도 있다.

이렇게 매 주일마다 반복되는 기대와 현실의 긴장감 속에
머리카락은 더욱 빠지고,
그나마 남아 있는 것마저 하얗게 되어가는 것을 볼 때,
비애의 감정을 가질 것인지,
그리스도의 흔적으로 감사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이번 주일엔
마라톤 대회가 청계천 변에서 왔다 갔다 하며
열린단다.
그래서 주일 오전 내내 길을 모두 통제한다니
청계천 변에서 목회하는 나는
올 백 대머리로 가는 길이 더욱 가속되려나 보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