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짜 무선인터넷 공약’이 정치권에 범람하고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빠른 무선인터넷인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한 지역을 대폭적으로 늘리겠다는 공약이다.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것이 각 정당이 말하는 공약의 골자라는 것이다. 오늘은 그래서 와이파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요즘 스마트폰이 급격하게 보급되면서 무선 인터넷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는데 여기에 부응하는 공약이라 하겠다. 스마트폰 이용자 분들은 알겠지만, 사실 단말기가 있으면 어디서든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3G로 표시된 구간에서는 일정한 용량을 넘겨서 쓰게 되면 그때부터는 쓴 만큼 돈을 내야 한다. 그러니까 3G 구간에서는 무료 이용한도를 넘어서면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오늘 이야기하는 와이파이 구간에서 인터넷을 쓰게 되면 얼마나 쓰건 간에 무료이다. 이 무료 구간을 크게 늘린다는 것이다.

사실 주요 공공기관이나 기업 건물에 들어가면 와이파이 구간이 많은데, 길거리에선 찾기가 쉽지 않다. 이 공약을 우선 들고 나온 사람들이 각각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출마 선언을 한 진보신당의 노회찬, 심상정 두 전직의원이다. 이 두 예비후보는 “도서관 미술관 지하철역 동사무소 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나 버스 열차에서 무료로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 방안을 내놓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했다.

그러면서 다수 인원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와이파이 라우터를 버스 7598대와 지하철 3508량에 설치하면 된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가 디자인거리로 지정됐다는 이유로 가로등 하나에 1000만 원짜리를 설치할 때, 10만 원짜리 무선공유기를 설치하면 그게 바로 무상 무선 인터넷 사용 공약을 실천하는 것이란 얘기이다.

관련해 얼마전 국회에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특유의 비유법을 동원해 무선 인터넷이 도로와 같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무슨 뜻이냐. 와이파이가 가능한 구간을 도로로 보자면,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유료도로라는 것이다. 그래놓고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도로가 자유롭지 않은 나라에서 자동차 산업이 발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이 관리하는 도로에서는 현대차만 다니라는 논리는 더 이상 통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기도 하고.

진보신당 말고는 없을까.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한나라당 원희룡, 김충환 의원 또 영화배우 심은하 씨의 남편으로 유명한 자유선진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지상욱 대변인도 “무료 무선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아예 서울 대부분 지역을 와이파이 존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통신사들 반응은 어떨까. 이 무선 인터넷을 이미 통신 사업자들은 엄청난 수익모델로 만든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걸 개방하자? 펄쩍 뛸 일이다. 실제 통신업계는 정치권에서 와이파이 무료사용 공약이 밀물을 이룰 조짐을 보이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통신사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와이파이만이 무선 인터넷의 전부인양 보는 것도 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와이파이는 속도가 빠르고 값이 저렴한 대신 전파 도달 범위가 좁다. 서비스 범위를 넓히려면 비용이 많이 들며, 이동하면서 쓰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만은 아닌 것 같다. 일리가 있는 의견이라는 이야기이다. 차세대 무선 인터넷망으로 설치된 와이브로는 현재 거의 놀려먹다시피 한다. 이런 가운데 와이브로 신호를 와이파이 신호로 변환해주는 무선공유기가 나오긴 했지만, 스마트폰과 와이브로를 직접 연결하는 기술은 쉽지 않다고 한다.

하여튼 무선 인터넷의 공공 서비스화, 이건 국가가 나서서 해결 할 문제처럼 떠올랐다. 지난 5일 KT, SK텔레콤, LG텔레콤, 삼성전자, LG전자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주최로 간담회를 가졌다. 모임의 주제는 와이파이 확대 방안이었다. 무선 인터넷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실제 시장을 이끄는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 방송통신위원회 주장이다. 최시중 위원장은 통신사들에게 보조금을 줄여 와이파이 투자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통신사들은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제는 구체적인 투자 금액 얘기에서는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무진 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답으로 대신했다.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 이런 말이다. 이러다보니 무선 인터넷 확대 방안을 기대한 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다.

아이폰 열풍에서도 큰 교훈을 얻었다. 통신사는 통신망 같은 하드웨어를 통해 돈 벌기보다는 콘텐츠로 수익 모델을 만들어가야 옳다. 무선망을 과감하게 개방했을 때, 시장이 더욱 커지게 된다. 장터 자릿세 받아가며 장돌뱅이 오라고 해봐야 얼마나 오겠나. IT강국 가는 길, 이런 낡고 고루하기 짝이 없는 ‘돈벌이에 급급하는 마인드’는 큰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