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하는 말: 한국 교회의 위기, 교회의 우상이 된 교회성장제일주의

한국 개신교회는 선교 1세기를 넘기면서 그동안 놀라운 성장을 해왔다. 이 놀라운 한국 교회의 성장을 다른 나라에 비하면 급성장 혹은 초고속성장이라고 하며, 이것은 가히 '기적'이라고 한다. 한국 교회의 이 같은 초고속 기적적인 성장은 세계 선교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으며, 세계 50개의 대형교회 중에 23개 교회가 한국교회이고, 1,2위가 역시 한국교회가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 같은 한국 교회 성장의 요인을 이원규는 문화적, 사회적, 교회적인 것으로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문화적 요인이라 함은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으로서 기복 신앙전통에 젖어 있는 무속적인 심성에 기독교가 부합된 것을 말하며, 사회적 요인이라 함은 정치와 경제적인 갈등과 긴장으로 인한 사회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황을 말한다. 그리고 교회적 요인이란 초기 한국교회의 자조, 자치, 자력전도 정책인 네비우스(Nebius)의 원리에 따른 개교회주의와 성령운동으로서 각종 부흥집회와 총력전도 운동, 기타 이벤트와 프로그램의 활성화 등이며, 한국교회의 성장을 더욱 부채질한 것은 미국의 풀러학파(Fuller School)의 '교리 성장론'이다. 풀러학파의 대표적인 학자는 와그너(P. Wagner), 맥가브란(D. McGavran), 헌터(G. Hunter), 마일즈(D. Miles), 켈리(D. Kelley)등이다.

한국교회성장은 사회적으로나 교회적으로 여러 가지 긍정적인 결과(순기능)를 초래하기도 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교회성장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역기능)의 문제가 교회안팎에서 심각하게 제기되었다. 즉 '한국 교회 성장, 이대로 좋은가'라는 문제제기이다.

이 같은 문제제기는 한국교회의 성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발제자는 '한국 교회 성장, 무엇이 문제인가'를 반문하면서, 동시에 한국교회 성장의 문제점은 바로 대형교회를 지향하는 '교회성장제일주의'라는 결론(전제)을 가지고, 오늘 우리의 주제인 '교회의 대형화 및 기업화의 부작용 및 문제점과 건강한 교회상'의 실마리를 풀어보려고 한다. 하지만 이 발제에서는 '교회의 대형화와 기업화의 영향'에 대한 것을 교회성장의 역기능으로서 '교회성장제일주의' 측면에서 논의하려고 한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교회의 위기론이 대두되었다. 이 위기론은 바로 교회성장 둔화와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교회위기의 본질은 교회성장 둔화나 마이너스 성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형교회를 지향하는 '교회성장제일주의'에 있다고 하겠으며, 따라서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데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교회성장 제일주의가 가져온 교회의 위기는 무엇인가?

2. 교회 성장 제일주의가 가져온 교회의 위기: 교회의 대형화(비대화)와 기업화(시장화).

교회는 성장(자람)해야 한다. 주의 몸인 교회는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러야 하며 그에게까지 자라야 한다(엡 4:13, 15). 하지만 오늘날 한국교회의 놀랄만한 성장이 바울의 교회성장론과 같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까지 이른 온전한 성장(자람)인가를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2.1. 큰 것을 지향하는 교회의 대형화: 자람(성장)인가, 살찜(비대)인가?
오르티즈(Juan Carlos Ortiz)는 그의 책 『Diseiple』, 김성웅 옮김, 『제자입니까』,(두란노,1989)에서 '자라는 것'과 '살이 찌는 것'을 구별한다. 즉 자라는 것이 '성장'이고 살이 찌는 것은 '비대'라는 말이다.

오르티즈 목사는 그의 목회에서 교역자들이 하루 16시간 쉬지 않고 긴장된 가운데서 극성스럽게 목회한 결과 2년 만에 교인수가 200명에서 600명으로 3배가되는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는 그 같은 교인수의 증가가 '자란 것'(성장)이 아니라 '살 찐'(비대)현상이라는 것이고,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는 교인들을 400명을 더 확보했을 뿐, 그 누구도 자란 것이 아니라 갓 난 아기상태 그대로이며, 전에는 목사가 200명의 영적 갓난아기들을 거느렸다면, 지금은 600명의 아이들에게 우유병을 공급해 주는 '고아원 원장'으로서 고아원을 운영할 뿐이며, 결코 교인들을 자라도록 양육하고 훈련하는 '영적 아버지'로서 목회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의 목회가 마치 코카콜라 회사가 콜라를 파는 것과 꼭 같은 방식으로, 리더스 다이제스트사가 잡지나 책을 판매하는 것과 꼭 같은 방법으로 복음을 전함으로써 '교회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였다.

이 같은 오르티즈의 목회와 교회에 대한 인식은 교회의 대형화(비대화)내지 기업화(시장화)를 문제 삼은 것이며, 여기에서 그는 바울의 교회론(에베소서)에 따른 온전하고 건강한 교회를 세우기 위해서 전교인을 소그룹으로 양육하고 훈련하는 목회 패러다임으로 바꾸게 되었다.

2.2. 기업을 닮아가는 교회의 기업화: 참 신앙 공동체인가, 예수를 파는 기업체(시장)인가?
더글러스 웹스터(Douglas D. Webster)는 그의『Selling Jesus: What's Wrong with Marketing the Church』, 오현미 옮김, 『기업을 닮아 가는 교회: 교회성장론의 부작용』,(기독교문사,1995)이란 책에서 '교회를 세우는 것'과'교회를 판매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하면서, 교회 마케팅 전략을 교회 성장원리로 삼는 교회 성장론자들을 비판한다.

교회성장 마케팅 전략을 대중화시킨 주도적 인물은 조지 바너(George Barna)이다. 웹스터는 조지 바너를 '전문적인 기독교 복음을 파는 상인'이라고 칭한다. 조지 바너가 쓴 『교회 마케팅』(Marketing the Church), 『끓는 물속의 개구리』(The Frog in the Kettle), 『회중들에게 친근한 교회』(User Friendly Churches)와 같은 그의 저작들은 미국에서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변하든가 죽든가』(Dying for Change)를 쓴 리스 엔더슨(Leith Anderson)이나 『베이비 부메랑: 교회로 돌아오는 베이비 붐세대를 잡으라』(The Baby Boomerang: Catching Baby Boomers As They Return to Church)를 쓴 다우 머렌(Doug Murren)같은 사람들도 교회가 사장의 요구에 좀 더 민감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는 바너의 주장에 동의한다. 그리고 엘머 타운즈(Elmer Towns)는 『가장 혁신적인 현대교회 열 곳의 내면을 들여다 봄』(An Inside Look at Ten of Today's Most Innovative Churches)이라는 책에서 현재 미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시장 추구적 교회들의 모습을 설명함으로써 바너의 교회 마케팅전략인 교회 성장원리를 예증해 주고 있다.

교회성장 원리로써 이들의 교회마케팅 전략은 대략 다음과 같다. 복음 혹은 예수를 파는(Selling Jesus) 시장의 목표가 되는 청중(고객)을 정하고, 그들이 느끼는 필요가 무엇인지를 분석하고(시장조사), 그들이 쉽게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들을 구상하며(복음을 잘 포장하는 일), 특히 젊은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증진시키며, 장기적인 교회 비전을 제시하는 것(광고와 선전하는 일) 등이다.

교회 마케팅 전략가들의 마케팅 방식은 맥도날드와 디즈니랜드사(社) 같이 철저하게 시장원리에 따른다. 이들은 시장에서처럼 갖가지의 상품을 진열할 선반을 만들고, 전도의 목표가 되는 청중(고객)들의 취향에 맞추어 고객들이 느끼는 다양한 필요 등을 충족시키기 위한 질 좋고 값싼 상품들을 만들어 선반에 보기 좋게 진열을 잘 한다. 이는 일반 기업체들이 그러는 것처럼 '탁월함을 추구하는 일'이며, 이것은 곧 교회가 고객(청중)들이 자유롭게 자기들의 교회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교회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라 하겠다.

2.2.1. 교회의 하드웨어 개발
교회의 하드웨어란 고객들이 교회에 대한 느낌을 좋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교회의 부대시설로서 편이시설을 잘 갖추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최첨단 음향시스템, 시청각 기재, 팩스, 컴퓨터 등을 구비하고, 사랑에 넘치는 보육시설, 에어컨이나 온풍기 등의 설비, 가정생활센터, 다양한 부속기관들, 편리한 주차시설을 확보하고,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주차장 안내원을 배치하는 일등이다. 심지어는 교회 시설물의 색깔까지 신경을 쓴다. 이 모든 배려는 고객들이 시장원리에 따라서 자기들이 다닐 교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흥미진진한 교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2.2.2. 교회의 소프트웨어 개발
교회의 소프트웨어 개발이라 함은 예배와 설교, 교육프로그램과 갖가지 이벤트의 활성화 등 목회 전반을 새롭게 하는 일이다. 마케팅을 추구하는 교회는 기존의 전통교회와는 전혀 다른 목회 사역을 개발해야 한다.

예배는 가장 흥미롭고 다양한 것이어야 하고, 이 예배는 '흥분'으로 가득 찬 열정적이어야 하고, 영감을 불러 일으켜 주며 청중들이 쫓아가기 쉽고 흥미진진한 분위기에서 드려져야 한다. 이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는 다정다감하고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목사,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자로서 순발력과 기지(機智)와 유머감각이 있는 매력 있는 목사이며, 이런 목사는 마치 유명한 연예인처럼, 또한 숙련된 엠시(Master of Ceremonies)처럼 세련되어야 한다.

설교는 짧게 대략 20분 안에 끝내야 하고, 메시지는 형식을 따지지 않는 가벼운 것이어야 하고, 시의성(時宜性)이 있고, 듣는 이의 사기를 드높여 주며, 현대풍으로 선포될 뿐만 아니라, 유머와 개인적 일화를 간단히 곁들여서 편안하고 자유로운 태도로 전해야 한다. 마케팅을 추구하는 인기 있는 설교자는 청중들을 즐겁게 해 줄 뿐, 너무 심각하고 추상적이고 지성적인 설교를 하지 않는다. 이제는 이지(理智)를 비켜가 감정에 맞추어 설교를 한다. 그래서 '훌륭한 설교는 청중들을 울렸다 웃겼다 할 수 있는 설교이며, 청중들로 하여금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설교가 좋은 설교'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청중들이 선호하는 설교는 청중들의 기분을 앙양시키며 모든 문제를 간단히 해결해 주는 실제적인 설교라는 것이다.

교회 교육 프로그램은 광범위하고, 능력 있는 교사들이 전담하고, 특히 훌륭한 청년 프로그램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각 대상 연령층별로 조직적으로 행해지고, 교인들 간의 교제와 인간관계에 역점을 둔 갖가지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활성화시킨다. 이를테면 대규모의 독신자 모임이 운영되며, 여러 모양 여러 규모의 후원 그룹도 구성되어야 한다.

이렇게 마케팅을 추구하는 교회는 예배와 설교, 교회 교육과 갖가지의 프로그램들, 모두가 소비자 중심의 '흥미진진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 같은 교회를 '흥미진진한 교회 공동체'라고 한다. 소비자 중심의 교회는 '흥분'이란 말을 교회 성장의 아주 귀중한 전제조건으로 삼는다. 교회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일에 열심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흥분'으로 가득 차 있다면, 교회의 지도자들이 열정적인 분위기를 발산한다면, 그러면 청중들 - 들뜨고 기분이 고조되는 체험을 갈망하는 -이 구름떼처럼 몰려들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배와 설교, 그 외 모든 목회 프로그램들이 '흥미진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토록 소비자들의 요구에 민감하고 그들이 느끼는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흥미진진'하고 탁월한 마케팅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옛 교회와 함께 일하는 것 보다는 무(無)에서부터 사용자 중심의 교회로 다시 세우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이다. 이것을 애만 먹이는 옛 상점(商店)을 리모델링하지 않고 아주 신선하고 현대풍인 새로운 상점을 짓는 것이 훨씬 더 쉬운 것으로 비유한다. 이렇게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 '복음을 파는 시장'으로서 교회가 소비자의 요구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훌륭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이다.

교회가 이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것은 진실로 교회가 '하나님 백성 공동체'로서 '교회가 교회되는' 것을 포기하고 기업체로 전략한 '기업화된 교회'의 모습이라 하겠다. 이렇게 기업화된 교회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교회로 만들 것인가'에 모든 관심을 집중한다. 다른 말로 하면, 이 교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리스도께 매력을 느끼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쉽고 가장 효과적이며 효율성 있는 방법을 찾기에 급급하다. 그러므로 '기업을 닮아가는 기업화된 교회'는 성실한 교회로서 '신앙공동체'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예수를 파는 '기업체'를 만드는 것이라 하겠다.

2.3. 교회의 대형화(비대화)의 부작용과 기업화(시장화)의 문제점
2.3.1. 교회의 대형화(비대화)의 부작용
(1) 교회의 비대증후군: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오르티즈의 교회성장론의 입장에서 한국 교회를 깊이 살펴본다면, 한국 교회가 건강한 교회로 '자란 것(성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살 찐(비대)'현상이다. 그것은 건강하지 못한 '비대증후군'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대형화(비대화)로 인한 '비대증후군'은 한국 교회가 덩치는 큰데 분열의 상처가 깊고, 기형아처럼 불균형이고, 저능아처럼 성숙치 못하고, 한국 교회가 몸집은 크지만 힘을 쓸 수 있는 '근육질'이 아니라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비곗살'이고, 약물 중독환자처럼 혼미하여 참과 거짓에 대한 분별력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 교회가 비대증으로 인한 부작용이 이 정도라면, 이는 경미한 보통 환자가 아니라 중환자의 상태라 하겠다. 어쨌든 지금 한국 교회는 교회의 비대화로 인하여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위기는 또한 몸집이 거대한 한국교회가 사회 변혁을 위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교회라는데 있다.

(2) 한국 교회의 대형화는 '비대증후군'의 부작용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부작용을 야기하다. 이를테면 ① 반성경적이고 비복음적인 율법주의와 세속주의, 맘몬(물질)을 우상화하는 천민자본주의의 전형인 물량주의와 사람(성직자)을 우상화하는 영웅주의 등이며, ② 교회의 빈익빈 부익부의 심한 양극화와 '지성전'같은 기형아를 낳는다. ③ 또한 대형화된 교회는 독선적이고 배타적이며, 개교회주의와 집단 이기주의적이며 작은 것을 하찮게 생각하는 교만과 우월주의에 빠진다. ④ 그리고 대형화된 교회는 교회 건물을 신성시하고 교회를 절대시하는 '교회 지상주의'에 빠지며, ⑤교회의 관료화와 제도화, 복음의 상품화와 신앙의 도구화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2.3.2. 교회 기업화(시장화)의 문제점
더글러스 웹스터(Douglas D. Webster)는 그의 책 『기업을 닮아가는 교회』(Selling Jesus)에서 마케팅을 추구하는 기업화된 교회, 즉 '마케팅교회'(Marketing the Church)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1) 기업을 닮아가는 기업화된 교회는 시장원리에 철저한 교회로서 비성경적이고 사도행전의 신앙공동체인 예루살렘 초대교회와는 전혀 다르다. 그러므로 기업화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主)로 고백하는 '신앙공동체'라기 보다는 '예수를 파는'(Selling Jesus)'기업체'(시장)이다.

(2) 이토록 기업화된 교회는 상품을 파는 시장처럼 소비자(청중)를 우선하며 복음을 청중의 취향에 맞추어 잘 포장해서 값싸게 판다. 이렇게 사람들이 복음을 좀 더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포장하기 때문에 복음이 더 이상 예수님의 말씀으로 들리지 않게 만들며, 복음이 너무 실용적이어서 더 이상 실천할 것이 아무것도 없게 만든다. 이는 '선포'되어야 할 복음을 '선전'함으로써 경박하고 시시한 '값싼 복음'으로 만든 것이라 하겠다.

(3) 기업화된 교회의 교회 성장을 위한 마케팅 전략이 너무 세속적이고, 그리스도인의 삶이 너무 쉽고 안일하며, 성공이 너무 범상한 것으로 되기 때문에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고난을 겪으며 예수의 뒤를 따라가야 할 제자 공동체로 하여금 너무 쉽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예수를 따라가게 한다. 이는 예수의 제자공동체 곧 신앙공동체가 자기중심주의와 부유함을 쳐서 복종시키는 곳으로서 '자기부인'과 '십자가'로 특징져지는 공동체인데 반하여, 기업화된 교회는 너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물량주의적(부유함)이며 오락을 즐기는 안일한 집단임을 말한다.

(4)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다'(시127:1)는 이 말씀은 고회를 세우는 장인(匠人)은 여호와이시고 인간은 단지 여호와의 일에 사용되는 도구(道具)일 뿐인데, 교회마케팅을 추구하는 교회성장론자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대형교회를 세워 자신들의 이름을 떨치려는 '바벨탐철학'을 하나님의 일에 적용시키는 '인본주의자'들이라 하겠으며, 인간의 활동을 너무 강조하는 반면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은총을 뒷전에 밀쳐놓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업적과 공로로 구원을 얻으려는 '펠리기안주의자'들이다. 이는 또한 인간과 역사를 신뢰하고 낙관하는 '자유주의 신학'의 전통에 선 것이라 하겠다.

(5) 오늘날 대형화되고 기업화된 한국교회는 마케팅 전략을 교회성장원리로 삼는 미국교회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것은 한국의 대형교회들이 적용하고 있는 성장원리가 역시 시장논리이며, 신앙공동체로서 교회를 세우기보다는 기업체처럼 문어발식 교회로 확장하기 때문이다. 요즈음의 지성전 체제가 그 한 예이다. 청중에 영합하는 값싼 복음을 난발하는 교회,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교회, 기득권을 포기하는 자기 부정과 십자가를 기피할 뿐만 아니라 기득권을 대물림하고 세습을 일삼는 교회, 맘몬을 우상화하는 물량주의적이고 기복신앙을 부추기는 교회, 카리스마적인 담임목사가 왕처럼 군림하며 우상화되고 있는 교회 등, 이것이 오늘날 한국의 대형교회의 실상이다.

3. 교회 성장제일주의가 가져온 또 다른 위기: 예루살렘 성전 화와 기독교 왕국화

3.1. 헐어야 하는 예루살렘 성전화된 교회
3.2. 개혁되어야 하는 기독교 왕국화된 교회
교회 성장제일주의가 가져온 위기는 교회 대형화와 기업화뿐만 아니라, 예루살렘 성전화와 기독교 왕국화이다. 예루살렘성전화와 기독교 왕국화가 교회의 위기인 것은, 예루살렘 성전은 헐어야 하는 '도둑의 소굴이 된 교회'이고, 기독교왕국화된 중세기의 '로마가톨릭교회'는 개혁되어야 하는 '부패한 교회'이기 때문이다. 제도화된 외형적 교회를 절대시하는 '교회지상주의'(우상)의 모델은 '예루살렘 성전'과 중세기의 '로마가톨릭교회'이다. 원래 교회의 이상적인 모델은 이스라엘의 '성막'이며, 예루살렘의 '초대교회'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의 광야 생활에서 그들과 함께 늘 가나안을 향해 끊임없이 탈출해 나아가는 '성막'이 예루살렘에 와서 정착하게 되고, 거기에 거대한 예루살렘성전이 세워지면서부터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고착되고 제도화된 성전, 율법주의와 바리새주의가 생겨남으로써 부패하고 타락하여 도둑의 소굴이 된 예루살렘 성전은 예수님의 책망(심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리하여 예수는 '이 성전을 헐라'고 하신 것이다.

예루살렘의 초대교회는 참으로 이상적인 교회였다. 그러나 세월이 자나면서 주님의 교회가 제도화되었고, 특히 중세기의 로마가톨릭교회가 기독교 왕국화 되면서 부패하고 타락하여 더 이상 빛을 발하지 못함으로써 중세기를 캄캄한 '암흑시대'로 만들었다. 여기에 마르틴 루터를 비롯한 종교 개혁자들이 로마가톨릭의 기독교왕국과 힘겨운 투쟁을 하면서 교회를 개혁하기에 이른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교회성장제일주의라는 우상의 노예가 되어서 오로지 교회성장을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여 목회에 적용시키고 있다. 목회의 지상 목표가 교회 성장이며, 목회 성공의 척도가 역시 교회성장이다. 그러므로 지금 한국교회는 정신없이, 큰 교회 이든 작은 교회이든 모두가 한결같이 오로지 한 목표, 교회성장을 위하여, 곧 예루살렘 성전 화와 기독교왕국화를 지향하는 목회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루살렘 성전화된 교회는 헐어야 하고, 기독교 왕국화된 교회는 개혁되어야 하는데도!

4. 끝맺는 말: 하나님 나라를 '기다리며, 서두르며' 사는 종말론적 하나님백성 공동체의 회복을 위하여!

이제 우리는 여기에서 새삼스럽게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도 교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한 때이기 때문이다. 은준관은 『신학적 교회론』과 『실천적 교회론』이란 두 권의 책을 펴냈다. 그는 지금 한국 교회가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인식하고, 그의 두 권의 책에서 교회의 위기극복을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그는 『신학적 교회론』에서 '하나님 백성공동체'(Laos Tou Theou)로서 교회의 본질과 정체성을 신학적으로 밝히고, 『실천적 교회론』에서 하나님 백성공동체의 존재양식과 실천적인 삶이 어떤 것인가를 밝힌다.

그는 교회의 본질과 정체성을 밝히기 위한 신학적인 해석의 틀을 '제3형식'(Third Mode of Interpretation)이라고 하며, 이 '제3형식'이 '제1형식'으로서 '제도주의적 패러다임'(Institutional Paradigm) -하나님의 계시성을 간과하는 한계를 갖는 것-과 '제2형식'으로서 '영적, 신앙적 패러다임'(Spiritual Faith Paradigm) - 역사로부터 단절의 한계가 있는 것 - 사이의 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가게 하는 '변혁론적 패러다임'(Transformative Paradigm)이라고 한다. 즉 제3형식은 '하나님나라'의 지평에서 제1형식인 제도성과 제2형식인 영성을 수용하며 동시에 그것을 변혁시키는 틀이다. 이 제3형식에서 말하는 교회는 '역사.종말론적 하나님 백성 공동체'이다.

은준관은 그의 책 『실천적 교회론』에서 그동안 교회가 전통적으로 교회의 기능으로 생각하고 실천해 온 선포(Kerygma), 예배(Leiturgia), 성례전(Sacrament), 섬김(Diakonia), 가르침(Didache), 교제(Koinonia), 증언(Missio)은 기능이 아니라, 하나님 백성이 모두 참여하는 공동체의 존재양식내지 삶의 표현이라는 것이고, 이는 곧 초대 그리스도인들의 존재양식과 삶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교회(에클레시아)가 건물이나 조직 및 제도가 아닌 '사람', 즉 '하나님 백성공동체'이고, 또한 예배와 선포와 가르침, 그리고 봉사(섬김)와 교제(나눔)가 하나님 백성의 존재양식이며 삶의 표현이라면, 우리가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일은 대형교회를 지향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았던 초대 그리스도인들의 삶과 존재양식을 회복하는 일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더 이상 대형교회를 지향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작은 교회'지향적인 목회패러다임으로 바꾸어야 할 때이다. '작은 교회'란 물론 교회의 규모가 작은 교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교회'란 몸집이 크고 비대한 것이 아닌 온전하고 건강한 것을 의미하며 '참 신앙공동체'를 의미한다. 이를테면 구약의 성막공동체(tabernacle community)와 하나님 편에 남아서 영적으로 살려고 한 '소수의 무리' 곧 '남은 자'(Remnant), 신약의 예수제자공동체와 사도행전적 초대교회 공동체, 루터의 '성도의 교제'(communio sanctorum)와 칼뱅의 '선택된 자의 모임'(coetus electorum)으로서 교회론, 독일 경건주의의 아버지 스페너의 '경건한 자의 모임'(collegia pietas)으로서 교회속의 '작은 교회'(ecclesiola in ecclesia)와 독일의 위대한 목회자 아들 블룸하르트의 '작은 무리'(die Kleine Herde)로서 바드볼(Bad Boll)의 '가정교회'(Haus-gemeinde)와 같은 것이라 하겠다.

이제 한국교회는 더 이상 부를 축적하거나 대형교회를 세울 것이 아니라, 이때까지 교회가 누려온 것, 기득권을 포기하고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 하비콕스(H. Cox)는 이것을 구체적으로 회개하는 것이라 했고, 아들 블룸하르트(Chr. Fr. Blumhardt)는 '자기부인'(Selbstverleugung)을 결단하는 일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를 간절히 '기다리며'(warten) 그 나라가 이 땅에 임할 수 있도록 날마다 기도하며 '서두르며'(eilen)사는 종말론적 하나님 백성공동체로 존재해야 한다.

이글은 '한국신학마당'에서 옮겨 온 글입니다.

/ 목회교육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