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집사님 정말 놀랐습니다. 제가 그 교회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집사님 내외분을 발견하게 되었고 ‘아차 이 분들이 지금 이 교회에 출석하시는구나’하는 것을 깨달은 순간 애써 침착했지만 내심 놀랐습니다. 나를 마주치고 난감해하는 집사님보다 아마 제가 더욱 더 난감했을 것입니다. 그건 사실 ‘이분들이 아직도 섬길 교회를 찾아다니고 있구나’하는 목회자로서 죄송함과 안쓰러움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집사님 내외분이 우리 교회를 떠나서 지난 몇 년 동안 출석하셨던 교회는 제가 잘 아는 목사님이 목회하는 교회였습니다. 그 목사님은 제가 군복무 시에 섬기던 군인교회의 대대군종사병으로 저를 도와주셨던 분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좋은 신앙적 가문의 고향 선배이신 집사님이 그 교회에서 좋은 믿음으로 성공적인 신앙생활을 하시기를 기도했습니다만 얼마 전 우연히 그 목사님을 만났고 집사님께서 그 교회도 떠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심 이제 다시 우리 교회로 돌아오실 것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그 교회 현관에서 만났고 그 교회 담임목사님으로 부터 집사님 내외분이 몇 주 전 그 교회에 출석하며 신입교인 훈련을 받고 제가 설교하기로 한 그 예배에 등록환영을 받도록 되어있다는 사실을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사실 저는 집사님이 본 교회로 돌아오지 않고 또 다른 교회로 가셨다는 것이 매우 마음 아팠습니다. 돌아오셨다면 모든 교우들이 환영하고 저 역시 너무나 기쁘게 맞았을 텐데 말입니다.

신양교회가 어떤 교회입니까? 집사님께서 눈물 흘려서 기도하던 교회요, 건축헌금을 드리고 교회를 지어 입당하면서 그렇게 기뻐했던 교회가 아닙니까? 눈물이 배어 있고 기도가 깃든 교회가 아닙니까? 땀흘린 사역의 흔적이 서려있고, 친구가 있고, 보살피던 구역식구들이 있고, 사랑하고 기다리던 목사와 성도들이 있는 교회가 아닙니까?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끈끈한 사랑과 정이 애환으로 서려 있는 교회가 아닙니까? 돌아오기만 하셨다면 환영받으면서 사역에 복귀하여‘사람을 살리고 세우는 일’에 동역할 수 있었을 텐데 인생의 황혼을 바라보시는 집사님께서 본 교회를 두고 또 다른 교회에 가시다니요.

물론 그 교회는 참으로 좋은 교회입니다. 특히 저에게 있어서는 잊을 수 없는 제 목회사역의 고향교회입니다. 제가 그 교회에서 서울목회를 시작했고, 그 교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았고, 그 교회에서 저를 대학원에 보내 상담심리학을 공부시켰고, 저를 세워주신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집사님께는 너무나 생소한 교회인데, 믿음의 훨씬 후배들에게 다시 믿음을 배우면서 이제 시작을 해야 한다니 너무나 죄송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고 제가 지난 날 집사님을 더 잘 섬기지 못했다는 죄스러움이 가슴 가득 차올랐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교회의 중직과 화려한 교회 봉사의 경력을 뒤로 하고 다시 신입교인 훈련을 받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집사님 내외분의 용기와 순수함이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직분이나 연륜이나 공적에 연연하지 않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집사님 다시 시작하십시오. 겸손히 그리고 더 충성스럽게 그 교회를 섬기십시오. 이제는 어떤 경우에도 다시 교회를 옮기는 모험은 하지 마십시오. 그건 목사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다른 성도들을 실망시킬 아주 위험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어느 교회든지 완전한 교회는 없고 자신에게 맞는 교회도 없습니다.

자신이 교회와 목사님에게 맞추어야지 교회나 목사님이 자신에게 맞추어 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이 낮아지고 자신이 양보하고 자신이 섬기면 어느 교회든 좋은 교회이고 충성과 헌신할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받을 사랑 보다는 베풀 사랑을 생각하고 사람들의 눈 보다는 하나님의 눈을 의식할 때 좋은 믿음, 성공적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가까운 교회로 오셨으니 기회 있을 때마다 기쁨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교회 담임목사님의 든든한 협력자가 되고 성도들의 모범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집사님으로 인해 그 교회가 지금보다 더 좋은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자신이 좋으면 교회도 좋습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