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해보겠다. 영화배우 엄앵란, 탤런트 김보연, 김미숙, 최지우, 채시라, 뮤지컬 배우 박혜미, 가수 심수봉, 노사연, 민해경 그리고 소설가 한말숙. 할리우드 스타 데미 무어, 지난 해 12월 말까지 수잔 서랜든, 이 분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는가.

연하남과 사는 여성분들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여성들을 '쿠거(cougar)족'이라고 부른다. 쿠거란 뭐냐. 북아메리카, 특히 캐나다 밴쿠버 지역에 서식하는 고양이과 동물을 말한다. 쿠거는 먹이를 찾을 때까지 어슬렁거리는 게 특징이다. 쿠거의 이런 습성을 빗대어 밤늦게까지 파트너를 찾아다니는 나이 든 여성을 '쿠거족'이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엔 긍정적인 뜻으로 많이 쓰인다. 대체로 연하의 남자와 연애를 하거나 결혼하는 연상녀를 뜻한다. ‘쿠거족’이란 말 말고도 연하남 연상녀 커플을 일컬어 ‘드메커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드메커플이란 19세기초 프랑스의 청년인 드메라는 사람이 연상의 여인만을 찾아 헤맸다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이 사람 일화가 있다. 어느 날 드메가 쇼팽의 연인이자 소설가인 ‘조지상드’를 찾아가 ‘사랑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상드의 대답은 ‘샘 속에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드메라는 청년, 이 답을 듣고 샘으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드메커플 역시 여자의 나이가 남자보다 많은 커플을 뜻한다.

통계청의 혼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3만 건이 넘은 초혼 가운데 여자가 연상인 혼인은 3만 건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미혼 여성 10명 가운데 두 명 정도 즉 14.3%가 연하남과 결혼다는 것이다. 이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년 전에 나온 것이긴 하지만 이승기 씨가 부른 ‘누난 내 여자니까’는 이런 추세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노래다. 가장 많이들 분석하는 이유는, 여성이 남성의 권위나 재력에 의존하지 않게 되면서 결혼관도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하느라 혼기를 놓친 전문직 여성들은 미혼남성을 찾고, 남성들은 편안하고 경제적 여유도 있는 여성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남성들도 가족의 생계를 떠안고 힘들다는 내색조차 못한 채 끙끙 앓는 것 보다는 따뜻한 모성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보듬어 주고, 돈도 함께 버는 연상의 여성을 원한다는 것이다. 남녀 사이에 가장의 권위와 경제적 의무, 정신적 역할까지 나눠 갖는 '빅딜'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 결혼정보업체가 남녀 12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사랑한다면 나이는 상관없다'고 답한 여자가 절반을 넘었고, 남자 역시 절반에 육박했다.

연상녀에게는 성적인 문제에서 일일이 가르치지 않고 설득시킬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점, 아니 오히려 거부감 없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편 이걸 저출산 시대에 좋은 징후로 보기도 한다. 무슨 얘기냐. 성적인 면을 보면 남성은 30대 중반 완숙기를 이루고 40대 초반부터 남성의 성적 능력은 감소하기 시작하여 50대에 소멸되기 시작한다. 반면 여성의 성적 능력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서 절정기를 이루고 40대 후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하여 50대 중반부터 소멸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가장 이상적인 결혼 연령의 나이차는 남자가 여자보다 5년 연하이다. 이런 차이가 이른바 ‘찰떡궁합’을 이룬다는 것이다.

근대 프랑스의 한 철학자가 가장 이상적인 결혼 사이클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돈 많고 나이든 과부가 젊은 남자와 결혼한 다음 유산을 남겨 주고 죽고, 그 사이 중년이 된 남자가 젊은 여자와 만나 결혼을 한다. 그 중년남자도 늙어서 중년이 된 여자에게 막대한 유산을 넘겨주고 죽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 철학자는 동료들로부터 불륜을 부추기는 허황된 주장이란 비난을 받았다.

동갑내기 혹은 나이차이가 많지 않는 커플들은 정말 사소한 이유로 하루에 열 두 번 씩 싸운다. 심지어 어휘 선택 하나 잘못한 것이 틈이 돼서 시쳇말로 ‘깨진’ 경우가 적잖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남자는 여자의 투덜거림이나, 철없는 모습까지도 귀엽게 봐준다. 그것은 단순히 인성이 뛰어나거나, 콩깍지의 두께가 두꺼워서가 아니다. “나이 차이가 나니 으레 발생할 수 있는 차이겠거니”하고 서로 넘어가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상 연하 커플이 크게 느는 배경을 하나 더 꼽으라면 세대차이가 점점 좁아지는 시대상황을 들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