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어느 누가 원했을까?
아무도 없다.
나도 아니다.
그럼에도
어느 날 내게 찾아왔다.

무지 아프다.
정말이지 무지 아프다.
이건 고문이다.
이실직고를 해도
여전히 고문은 멈추질 않는다.
계속 아프다.

견디다 못해
진통제 한 알을 먹었다.
약을 복용할 때마다
진통제도 한 알씩!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일주일이 되었다.

이젠?
견딜 만 하다.
세월이 약이라 했던가
시간이 약이라 했던가
암튼 버티다 보니
나을 때가 다가온다.

그래,
진통제같은 삶은 어떨까
몹시 괴로워할 때
몹시 아파할 때
아픔을 잊도록
격려가 되고 위로가 되는 삶.

뭔가 근원적으로
치료하겠다는 영웅 심리를 버리고
그냥 곁에서 힘이 되어주고
지탱해주는
그런 진통제 같은 삶,
아, 그것, 참으로 귀한 삶이다.

무능한 것 같지만
그러나 위태위태할 때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지탱해주는 것만으로도
그 어렵고 힘든 때를 잘 넘기도록
힘이 되어주는 삶.

잔소리로 도배하고
책망으로 채우고,
공자 왈 맹자 왈 ...
이런 것으로 사람을 살리는 게 아니다.
그냥 곁에 있어줌으로
지탱해 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그냥 말없이 힘이 되어주다 보면
우리는 마침내
도우시는 성령님의 감동으로
제 힘을 찾아간다.
치유가 그 안에 일어난다.

난?
그냥 곁에 있어주는 것.
책망과 잔소리보다
그냥 미소가 되어 주고
침묵이 되어 주어
지탱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는 것.

고통을 잊다 보면
웃을 날이 올 것이요
아픔을 잊다 보면
고마운 세월이 올 것이다.
인내하며 버티면 은
그 날은 반드시 온다.

아픔과 고통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을 잊도록 하자
그러면 어느 날, 어느 순간,
미소가, 감사가
내 문 앞에 이를 것이다.

그 때까지
잔소리 그만 하고
야단 그만 치고
설교도 그만하고
그냥 다 잊고 지내도록
미소를 주고, 사랑을 주고, ...

지탱할 수 있게
그렇게 힘이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매우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이다.
치료제가 아니어도 좋다.
진통제로도 행복하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