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4월의 첫 날이자 만우절이다. 언제부터인가 오늘만은 거짓말을 해도 나무라지 않는 풍습이 생겼다. 자료를 뒤져보니 기원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지만 16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하다는 기록을 접할 수 있었다.

1564년 프랑스 왕 샤를 9세가 새해가 4월1일인 율리우스력을 지금처럼 1월1일인 그레고리력으로 변경했다. 그런데 이 사실을 듣지 못했거나 믿지 않았던 사람들은 4월1일을 새해로 여겨 축제를 준비했는데, 이를 비웃으며 ‘바보의 날’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오늘 같은 만우절에 미국과 유럽의 유력한 신문 방송도 오늘만은 장난성 거짓 기사를 싣는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납득이 잘 안 간다. ‘아니? 뉴스에다 어떻게 장난을?’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양은 그렇게 한다. 문제는 그런 장난성 기사를 보고, 사실인 것으로 오인해 오보를 내는 한국 기자들이 꽤 많다는 점이다.

매년 유력 신문들도 시쳇말로 ‘낚이는 바람에’ 망신을 많이 당한다. 조선일보는 지난 해 4월 4일자 12면에다 사고를 실었다. “지난 4월 2일자에 실린 ‘러시아 대통령 차 때문에 미국 대통령의 차가 기죽었다’는 기사는 모스크바 타임스의 만우절용 기사를 잘못 인용해 보도한 것”이라며 “잘못된 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타임스는 러시아 대통령 전용차의 별명이 ‘하마’이며, 미국 대통령 차보다 월등하다고 성능과 가격 등을 부풀려 ‘가짜 기사’를 만들어냈다. 애국적 거짓말일까?

영국 일간지 가디언 믿었던 중앙일보도 큰 코 다쳤다. 2008년 4월에는 중앙일보가 “세계적인 모델 출신인 카를라 브루니 프랑스 대통령 부인이 영국 정부의 위촉을 받아 영국 사람에게 패션과 음식을 가르치는 문화대사로 나선다”고 보도한 영국 일간 가디언의 만우절 거짓기사를 그대로 받아써 오보를 낸 바 있다.

국가기간 통신사인 연합뉴스도 당했던 사례가 있었다. 연합뉴스는 언론사를 상대로 뉴스를 파는 언론이다. 그래서 연합뉴스에 낚인 언론도 꽤 있었다. 시점은 2008년. "요한나 슈피리가 집필했던 명작 동화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실존 모델이었던 92세의 하이디 슈발러 할머니가 스위스의 루에탈이라는 한 마을에서 편안하고 조용한 여생을 보내고 있다"는 내용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 기사 역시 중앙일보와 마찬가지로 가디언의 창작 기사였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는 1880년에 출판되었다. 슈발러 할머니가 1880년에 태어났다고 가정하더라도 현재 나이는 128세다. 당시 세계 최고령은 114살이었다. 이 기사가 오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경위도 창피스럽다. 러시아에 사는 한국인 독자에게 '딸이 하이디 팬인데 주소를 알려 달라'는 이메일을 받은 뒤 슈발러 할머니의 주소를 알아보려는 과정에 이 기사가 만우절 기사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가디언의 장난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작년엔 심지어 188년 역사의 '잉크 시대'를 마감하고 신문 등 모든 인쇄물을 단문 블로그 사이트인 '트위터'를 통해 서비스할 계획이라는 만우절 기사를 실었다. 요즘은 시대가 시대니 만큼 IT분야 만우절 기사가 많은데. 그런데 이 기사가 미친 파장에 비하면 대부분 조족지혈이다.

국내 모 지상파 방송은 CNN 홈페이지를 인용, 게이츠가 괴한의 총탄에 맞아 살해됐다고 긴급 보도했다. 게이츠의 피살 소식이 전해지자 주식 가격이 출렁이고 언론사에 문의 전화가 빗발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었다. 하지만 이거 알고 봤더니 한 네티즌이 CNN 모방 사이트를 만들어 빌 게이츠 암살 거짓기사를 실은 것이다.

오늘도 애교 있는 거짓말 구상하는 분들 많을 텐데. 올해뿐 아니라 이후로도 관공서를 상대로 한 거짓말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119 장난 신고를 했다가 적발되면 최고 20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린다고 한다. 게다가 지금 사회 분위기가 크게 경색돼 있지 않나?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아마 오늘 내일 언론사들은 바짝 긴장할 거다. 혹시 또 낚이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나저나 실종된 장병들, 모두 생존한 채로 발견됐다는 거짓말 같은 사실 보도가 오늘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