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위도즈(Black Widows)’, ‘검은 미망인들’이란 뜻이다. 일부 신문은 ‘검은 과부들’이라고 풀이하던데. 이 사람들이 최근에 있은 러시아 모스크바 지하철 연쇄 자폭 테러 사건의 용의자들로 꼽히고 있다. AFP통신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제목을 '검은 미망인들의 귀환(return of Black Widows)'로 꼽았다.

이들은 체첸이 위치한 러시아 남부 캅카스 지역 출신의 이슬람 여성들이다. 이번 사건은 캅카스, 즉 흑해와 카스피 해 사이에 있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 특유의 외양을 갖춘 18~20세 정도의 여성 2명이 용의자로 꼽히고 있다.

꼭 남편이 있어야만 ‘블랙 위도즈’가 되는 것은 아니다. 체첸 전쟁 때 남편을 잃은 진짜 미망인 말고도, 이 전쟁 때문에 아들과 형제, 아버지를 잃은 모든 여성을 ‘블랙 위도즈’라고 부르는 것이다. ‘블랙 위도즈’의 폭탄 테러,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러시아에서 잇따라 공격을 가했다. 물론 자폭으로.

이들의 한은 1994년 그 이전 한 200년 전부터 이어져온다. 1859년 체첸은 러시아에게 시쳇말로 ‘먹힌다’. 그러나 체첸 민족 구성원들, 병합된 후로도 결코 러시아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말을 안 듣자, 러시아는 숱하게 박해하다가 2차 대전 말기인 1944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로 이주하게 만든다.

1944년 러시아는 스탈린이 지배할 때였다. 강제로 이주하게 하는 명분으로 독일군에게 협력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당연히 맞섰겠지? 하지만 기아와 추위로, 그리고 게릴라 투쟁과정에서 무려 23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23만 명하면 경남 양산시 인구만하다.

체첸의 영웅 두다예프를 여기서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구소련에서 체첸이 배출한 유일한 공군 장성이었지? 반러시아 정서에 힘입어 1991년 집권한다. 이런 체첸을 두고 볼 러시아인가. 1994년 곧바로 침공한다. 두다예프는 ‘민족해방전쟁’을 벌였다. 그러나 위성전화를 추적한 러시아군의 폭격에 맞아 결국 사망했다. 체첸에게 두다예프는 불교식 표현으로 비원(悲願), 꼭 이루고자 하는 비장한 염원이나 소원이었다.

그 비원이 지금 테러로 이어져오고 있다는 얘기이다. 최초의 검은 미망인은 2000년 6월 체첸 주둔 러시아군 기지를 공격한 하바 바라야바로 알려져 있다. 당시 17세였던 바라야바는 폭발물을 가득 실은 트럭을 몰고 군기지로 돌진, 막사 밖에서 자폭했다.

극장에서 인질극도 벌였다. 2002년 모스크바 극장에서의 일이다. 배우·관객 등 800여 명을 인질로 붙잡은 테러범 41명 가운데 18명이 검은색 복장에 폭탄벨트를 두른 여성이었다. 이들 중 2명은 고향인 체첸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치밀한 훈련을 거듭했다. 캅카스의 산속에서 훈련하며 폭탄 조립과 은폐, 폭발 방법을 훈련받고 테러에 투입됐다. 러시아에 대한 분노와 종교적 신념으로 무장하다보니, 이런 블랙 위도즈의 공격은 러시아 전역을 공포에 떨게 했다.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인 젊은 여성들이 테러에 적극 가담하는 배경, 이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있다. 체첸의 여성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책 ‘알라의 신부들’을 쓴 언론인 율리아 유지크의 말을 인용해보겠다. “이들은 과격 이슬람주의자들이 치밀하게 진행하는 심리조작의 희생자들이다. 가족을 잃은 경우도 많지만 최근에는 순수하게 종교적인 이유에서 테러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라는 내용이다.

이용당하는 측면이 있다, 이런 얘기이다. 가족을 잃은 체첸 여성들의 낮은 사회적 지위가 그들을 극단주의로 내몬다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도 남성들에 비해 의심을 덜 받기 때문에 분리주의자들이 적극적으로 젊은 여성들을 끌어들이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극단주의는 또 다른 극단주의를 부른다. 러시아의 힘의 논리도 그렇고, 자살 폭탄을 부추기는 이들도 그렇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