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대 점호 시간,
온지 얼마 안 되는
신병에게
중대장이 물었다.
‘네 직속상관 관등성명은?’
그러자
신병이 씨익 웃으며 그랬단다.
“지가 기면서...”

한국교회에는
너무 많은
정치꾼들이 난무한다고
한탄들 한다.
심지어
정치 목사, 정치 장로는
천국에 못갈 거라고 까지 한다.

총회장, 노회장 선거를 앞두면
선거 브로커들이
얼마나 설치는지 모른다.
아예 노골적으로
몇 표 몰아 줄테니
얼마 달라고 까지 한단다.

지방끼리 돌아가며
또는 특정 지방 출신의
유명한 목사의 거대한 교회들이
한국 교회를 판을 짜며
좌지우지 한다고들 한다.
거기에 붙어서
또 세도가 노릇을 하는
정치 목사, 정치 장로들도
상당수 거들먹거린단다.

노회 내에서도
총회 총대 선거가 다가오면
몇 사람들이 전화를 하고
사전에 모여 입을 맞추고,
총대 후보 이름 쪽지를 돌리고
....
이들에게 미운털 한번 박히면
총회에는 한 번도 못 나간단다.

그런데 웃기는 일은
목회자들이나 장로들이 모여서
한국 교회를 염려하며
비판할 때마다
모두가 한결같이
이런 정치꾼들을 비판한다는 것이다.
정치꾼들은 따로 있는 듯
그렇게 한결같이
정치꾼들 때문에
교회가 흐려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대체 누가 이런 정치꾼인가?

그렇게 열을 올리던 이들이
대개 전화를 하고
만나자 하고,
쪽지를 돌린다.
가담할래 안 할래 하며
협박인지 뒷거랜지
....
그러면서 한결같은 말은
자신은 그런 꾼이 아니란다.
부득이 노회를 위하여
한국 교회를 위하여 하는 거란다.

내 참.
지가 기면서
지만 모른다.
지가 하는 짓이
지저분한 일인데
지는 의기(義氣)로 한단다.

소크라테스가
‘네 자신을 알라’는 말을,
- 사실 그것도 자기 말이 아니고
델포이 신전의 말인데, -
그 말을 자주 인용할 때의 심정을
이제사 알 것 같다.
대학 시절에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게 뭐 그리 대단한가
싶었는데
이제사 깨닫는다.
아이다, 정말이지 자기 자신을 아는 것,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슨 일인지 제대로 아는 것이
정말 정말 훌륭한 일이라는 것을.

며칠 전에도
어떤 분이 친절하게 전화를 했다.
만나자고.
노회를 이대로 두면 안 된다고.
그래서 난 그런 체질이 못 된다고 했더니
그럼 총대 갈 생각은 말란다.
얼마나 반가운 말이던지....

그렇게까지 해서 가고픈 맘이
내겐 전혀 없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것들이
내겐 그리 매력이 없다는 것.
나는 본래 좀 삐닥해서 그런지
그런 것이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주님이 내게 주신 은사인가 보다.

그러나 저러나
혹 올해부터
총회 총대 못 뽑혀도
서운해 하는 교우들이 없기를 바란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