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지난 2일부터 시작된 봄세일 기간 동안 인터넷 홈페이지, 전단을 통해 고객들이 실제 나이보다 얼마만큼 젊게 살고 있는지를 재밌게 판단해볼 수 있는 젊음지수 진단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젊음지수는 Young Quotient라고 한다. 앞서 퀴즈도 젊음 지수의 좋은 척도이다. 남성팀이지? 2AM와 2PM을 감별할 줄 알면 현재 나이보다 2살 젊어질 수 있다는 얘기이다. 마이너스만 있는 게 아니다. 옷 잘 입는 같은 나이의 직장동료가 왠지 카사노바처럼 느껴진다면 세 살을 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밖에 척도, 더 소개한다. 플러스는 늙어졌다는 의미이고, 마이너스는 나이보다 젊다는 뜻이다. △ 부쩍 적어진 머리숱이 자녀 교육보다 더 큰 걱정이다. +1점 △ 트위터나 미투데이 같은 소셜 미디어로 동료, 지인들과 소통한다. -1점 △ 최근 가장 크게 웃어본 것은 <개그콘서트>를 봤을 때밖에 없다. +1점 △ 집 안에 나만의 공간을 꾸며두고 가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1점 △ 어느덧 나의 옷 치수를 파악하지 못하게 되었다. 특히 허리사이즈! +2점 △ <추노>를 보면 장혁 같은 식스팩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2점 어떠신가?

남성들만 있는 게 아니다. 여성도 있다. △ 옷을 고를 때 허리가 고무줄로 된 바지나 치마를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2점 △ 통장 비밀번호나 인터넷 포털의 패스워드를 계속 까먹는다. +1점 △ 옷장을 열어보면 착시효과가 있는 블랙컬러 일색이다. +1점 △ 자신감을 얻기 위해 피부과 시술과 안티에이징 화장품에 투자할 수 있다. -1점 △ 문화센터에서 트렌디한 강좌를 듣는 것이 즐겁다. -1점 △ 어느덧 나도 엄마가 하던 파마머리를 하고 있다. +3점 △ 요즘 뭘해도 심드렁하고 움직이고 싶은 의욕도 없다. +1점 △ 10cm 이상의 킬힐에 도전할 수 있다. -2점.

IQ, EQ는 들어봤는데, YQ는 생소하지? 미국의 사업가이자 작가인 팀 드레이크와 경영 컨설턴트 크리스 미들턴이 함께 쓴 'YQ, 당신의 젊음지수는 얼마입니까?'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온 것이다. 한마디로 이 책의 주제를 요약하자면 ‘10대처럼 생각하고 10대처럼 행동하라’고 권유하는 책이다.

혹시 화장술이나 성형수술, 운동이나 식사요법 따위를 권유하는 건 아닐까. 아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문제”라고 전제한 그들은 “젊게 살고 싶다면 젊게 생각하면 될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더 젊게 생각하고 더 젊게 행동하는 것이 더 현명해지는 길이고 결국은 성공적인 인생을 보낼 수 있는 길”이라고 말이다. ‘내 나이가 지금 몇인데’라며 뒷짐지고 있는 사람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자의 인생은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백화점이 무슨 의도로 이렇게 젊음 지수를 앞세우는 것일까. 백화점이 이 시기에 젊음지수를 거론하는 것은 봄철을 맞은 홍보전략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오늘 한 신문은 피천득의 ‘봄’의 한 구절 “녹슨 심장도 피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끼게”를 인용하면서, 계절의 변화 속에서 중년층들의 젊음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고 풀이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전략 같다. 젊게 사는 처방이 다 그렇지 않나? “인간의 뇌는 감정을 전달하는 전두엽부터 줄어든다”고 주장하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 와다 히데키는 “의식적으로 강한 자극을 찾아 나서라”고 권유한다. 일상생활의 조그만 변화를 실천하기 위해 평소 오른손으로 하는 칫솔질을 왼손으로 해보라고 권고하는 전문가도 있다.

혹시 늙음지수라는 것도 있을까. 있다. 20살부터 64살까지의 인구에 비교해서 65살 이상 인구 비율을 일컬어 고령지수 즉 Old-age quotient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에 젊음지수가 28%, 고령지수가 10%였지만,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내놓은 인구추계를 보면, 2050년에는 각각 22%, 34%로 역전할 전망이다. 점점 늙어가고 있다는 얘기이다. 육신의 나이는 늙어가도 정신만은 젊음 지수를 높여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