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한국장로신문에 기고한 글)

최근 은퇴목사모임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은퇴목사들이 교단별로 초교파적으로 전국규모로 지역규모로 제각기 크고 작은 임의단체를 만들었다. 필자가 알고 있는 은퇴목사 조직 만도 10개도 넘는다. 모임의 성격에 따라서는 자율적으로 하는 모임도 있지만 몇몇 뜻 맞는 분들이 모이는 극히 소규모인 경우이고 모임이 클 수록 대부분 교회에 손을 벌려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중 전국은퇴목사회, 서울은퇴목사회, 한기원, 원로목사회 등 단체들이 그 대표적인 모임들이다.

그중 원로목사회는 대형교회를 은퇴한 목사가 대표로 되어 있어 초청강요에 거부할 수 없어 초청은 하지만 적은 수가 아닐 경우에는 식사대접하랴 거마비 하랴 비용이 만만치 않아 울며 겨자먹기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은퇴목사들이 여러 은퇴목사 모임이 모일 때마다 모두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어 마치 노인학교 평신도 노인들이 이교회 저교회 노인학교 프로그램에 찾아다니는 것과 같은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은퇴목사의 체통이 말이 아니다. 특히 원로목사회라는 단체는 자격규정을 원로들만으로 그것도 60명으로 제한을 했다는 것이다. 수가 많으면 초청받기가 힘들것이라는 것을 계산한 약삭빠른 소치일 것이다. 이 모임은 주로 대형교회를 목회하다가 은퇴한 이름있는 목사들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인가? 원로목사들이 먹을 것이 없어도 아닐 것이고 돈이 아쉬워서도 아닐 것이다. 은퇴목사회를 주도하는 목사들은 원로예우도 받고 연금도 준비가 되어 있어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는 분들이다. 물론 더 많은 목사들은 아무 혜택을 못받는 분들이다. 문제는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든 있든 은퇴목사들의 은퇴후의 생활의 공통점은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하다는 것이다. 어떤 목사는 억울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한다. 숨 쉴 틈조차 없이 바쁘게 활발한 목회활동을 하던 사람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1년 12달 365일, 1년도 아니고 은퇴후 10년 20년을 특별히 하는일 없이 집안에 같혀 천정만 멍청하니 처다보고 텔레비전이나 보면서 세월이 가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칠일이다.

교회 담임을 할 때에는 연일 초대와 잔치자리로 눈코 뜰새 없이 심하면 목회에 지장이 되도록 시간을 쪼개야 했는데 이제 은퇴후 누구 한사람 만나서 따끈한 차 한잔 마시자고 하는 사람도 없다. 함께 늙어가는 병든 마누라 외에 아무도 대화의 대상이 되어 줄 만한 사람도 없다. 자식 손자들은 핵가족이 되어 떨어져 살거나 같이 산다하더라도 그들 대로 바쁘고 각자가 무한경쟁에 거칠고 지친 세상을 사노라고 늙은 에미 애비에는 전혀 관심둘 여력이 없다. 교회마다 있는 은퇴목사들을 위한 노인대학도 없다. 그렇다고 일반신도들이 다니는 노인학교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반 교인들은 날자를 달리해서 이교회 저교회를 순회하면서 외로움을 달랜다고 한다.

이같은 은퇴목사들의 형편과 사정을 배려한 새벽교회 이승영목사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8층 10호에 30여평 남짓한 방하나를 거금을 들여 보증금을 부담하고 매달 적지 않은 월세를 부담하여 서울은퇴목사회 <은혜의 집>이라고 명명하고 서울과 수도권목사들의 대화의 장소로 만들었다. 서울 은퇴목사회 임원들이 한주일씩 방을 지키고 누구든지 언제든지 와서 쉬고 갈 수 있도록 해서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와서 동료들을 만나고 선후배간에 담소도하고 성경공부 하모니카 연습 등 취미생활 등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월 1회 예배를 드리고(연동교회 소예배실), 월 1회씩 유명한 강사를 초대해서 특강 모임(은혜의 집)도 있다.

그리고 라면을 끓일 수 있도록 해서 요기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 은퇴목사들의 사정과 형편을 십분 이해하고 배려한 새벽교회의 갸륵한 선행임이 틀림없다. 특강시에는 새벽교회 권사님들이 친히 다과와 차등을 준비해가지고 와서 사랑의 봉사를 하기도 한다. 참으로 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은퇴목사회에서는 자립의 일환으로 은퇴목사회관 건립을 위한 위원회를 조직하고 건립자금을 후원받을 계획을 하고 있으나 중이 제머리 깎겠다는 것같아 모양새가 안좋다.

차제에 필자가 제안하고 호소하고 싶은 것은 지금과 같이 우후 죽순격으로 소위 은퇴목사회가 난립을 해서 교회에 부담을 준다던가 은퇴목사들의 품위를 손상함으로 평생을 목회로 쌓아 올린 목회자의 자랑스러운 명예를 부끄럽게 할 것이 아니라 이제 더 이상 은퇴목사들은 중구난방의 임의적인 모임을 자제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노회나 총회는 은퇴후 여러 가지로 심신이 병들어 있고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은퇴목사들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서 은퇴목사들의 품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한다. 현재 각 노회별로 있는 은퇴목사회는 현재 모범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 서울노회처럼 노회나 교회에 무리가 없게 자연스럽고 덕수럽게 운영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쉬운일은 아니나 장기적인 계획을 해서라도 노회나 총회는 각 지역마다 지역단위로 몇 개의 노회가 연합해서 명실공히 제대로 된 은퇴목사회관을 설립하여 사회복지 차원에서 은퇴목사들의 여러 가지 심신의 문제를 치유하고 그들의 노후를 즐길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총회적인 관심이 시급하다. 단순한 사회복지 차원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교적 차원의 총회적인 관심과 적절한 프로그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총회 은퇴목사 문제는 교회청소년문제보다 더 절실하다. 점점 늘어나는 은퇴목사들을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앞으로 어떤 수치스러운 일이 일어날지 염려스럽다. 

                               예장 통합 서울노회 은퇴목사회 총무 김종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