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악세 도입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술·담배·도박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에 세금을 물리는 거, 이걸 Sin Tax라고 하지? 미국에서 불러서 직역을 하는 바람에 죄악세로 옮긴 건데, 듣기 유쾌하지는 않지. 죄악세가 도입되면 담배에 세금이 더 붙게 돼서 가격이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언제부터 담배에 이렇게 세금을 붙였을까. 1653년 우리나라에 표류했던 하멜은 "조선인들 사이에는 담배가 성행하여 4,5세 때 이미 배우기 시작하여 남녀노소가 피우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은의 중량과 같은 값으로 무역하였다"고 썼다. 담뱃값이 은값이었다는 얘기이다. 담배에 세금 붙인 정부는 일제였다. 1909년 연초세법을 만들어 담배 생산자와 상인에게 세금을 부과했고, 1921년에 와서는 전매제도를 시행했다.

당시 담배 때문에 거둔 세금이 전체 세금수입의 20%에 이르렀다고 한다. 조선을 통치하는 재원의 1/5을 이룬 것이다. 물론 반발이 없을 수 없었다. 몰래 담배를 심고 거래하다 적발된 전매령 위반자가 매년 2만 명에 이르고, 당시 감옥에 갇힌 형사범의 3분의 1에 달했다고 한다.

요즘 세금 더 붙여 담뱃값 올리는 것은, 정부의 세금수입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국가적으로는 금연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일석다조라 하겠다. 정부의 예산도 확충하게 되고, 금연율도 높이고, 청소년의 흡연 억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 담뱃값 올리면 금연율이 높아진다. 지난해 12월 담뱃값을 올린 뒤로 금연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세계은행은 가격정책이 비가격정책에 비해 같은 비용을 투입하고서 7.8배에서 155.8배의 금연효과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흡연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담뱃값을 높이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경제지표에서도 담배가격과 수요의 상관관계를 다룬 내용이 있다. 이걸 확인할 수 있는 경제지표가 담배수요의 자기가격탄력성(own price elasticity)이다. 우리나라 담배수요의 자기가격탄력성은 -0.3 에서 -0.7 사이로 추정되고 있다. 이걸 풀어보겠다. 담배가격을 두 배 즉 100%로 인상하면 담배소비량은 30% 에서 70%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연은 사실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 같다. 담배에는 무려 4000여 가지의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걸 피우면 자신은 물론 연기를 맡아야 할 상대도 안 좋은 것은 당연하다. 흡연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엄청나다. 5조6천억 원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진료비 1조4천억 원, 담배로 인한 화재 78억 원이다.

담배에 붙은 세금, 어떤 게 얼마나 붙을까. 담배 소비량이 많을수록 세금이 더 많이 붙는 구조다. 예를 들어 2500 원짜리 담배 한 갑에 붙은 세금은 1549.6원이다. 대략 61.9%가 세금인 것이다.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기금, 폐기물 부담금, 부가가치세이다. 담배 소비 억제에 쓰이는 게 아니다. 우리만 이런 게 아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 정부에서 담뱃세로 거두는 돈이 연간 2천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담배를 억제하는 데 쓰는 돈은 그중 0.2%도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담배 많이 피우면 교육에 기여하는 셈이 되는 거다. 그런데 저가 담배일수록 세금 부담이 더 세다는 점은 많이들 알고 있을까. 매일 하루 한 갑의 담배 2500 원 짜리를 피우면 연간 56만5750 원의 세금을 납부하는 셈이다. 이 같은 세금 체계는 지난 2005년 정해진 뒤 바뀌지 않고 있다. 하지만 4000 원 짜리는 42%, 1900 원 짜리는 78.7%가 세금이다. 저가 담배일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셈이다. 담뱃값이 올라도 담배 안 끊는 서민들, 애국하는 바가 더 클 수 있다 이런 얘기인데. 이런 애국은 안 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