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날씨도 참 좋았습니다. 임직식 날 말입니다. 교회 구석구석이 여러 이웃교회들로부터 답지한 화분이나 화환으로 아름답게 장식되고 축하객들로 가득찬 성전에서 여러분을 나의 동역자로 기름 부어 세우는 임직식은 나에게도 큰 감동이었고 남다른 기쁨이었습니다. 사실 나는 그날 너무 마음이 들떠서 평정심(平靜心)을 잃어버린 듯 했습니다. 사람을 살리고 세우는 것이 나의 목회의 최종 목표요 목회의 비전인데 이렇게 귀한 분들을 나의 동역자로 세우고 함께 이루어 나갈 새역사를 생각하면 당연지사였을 것입니다. 아마 임직자 여러분들은 어쩌면 나보다 더 큰 감동으로 자신을 하나님께 드리고 정말 순교라도 할 각오와 결단으로 충성을 다짐하셨을 것입니다. 안수 후 여러분들의 눈가에 맺힌 눈물들을 보면서 하나님을 향한 여러분들의 사랑을 확인했고 죽도록 충성하겠다는 여러분들의 각오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을 축복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그러면서 저는 여러분들의 그 헌신의 결단을 존중하고 그 귀한 마음들이 열매로 드려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행사는 끝났지만 헌신과 봉사의 잔치는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임직을 받고 자신이 항존직분자가 되었다는 기쁨과 함께 마음 한구석 책임과 부담을 갖기도 하셨을 것입니다. 더 좋은 집사가 되고 더 좋은 권사가 되어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 말입니다. 달려갈 길을 마치고 직분을 내려놓은 날, 하나님의 칭찬과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을 수 있는 착하고 충성된 종으로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 말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그건 사실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간단한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우리에게 쉽고 가벼운 멍에를 주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아주 쉬운 비결이 있습니다. 아주 간단하지만 그러나 최고의 방법입니다. “말”입니다. 말에만 실수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최고의 봉사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안수 후 축복기도로 여러분을 위해 기도할 때 내가 가장 힘주어 기도한 것이 말에 실수가 없는 헌신자가 되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말은 하나님이 인간에게만 주신 최고의 특권입니다.

말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말로 하나님께 기도하고, 말로 사랑을 전하고, 말로 남을 격려하고, 말로 복음을 전하고, 말로 남을 교훈하고, 말로 사람을 세웁니다. 우리 인간에게 주신 최고로 중요한 봉사의 도구는 말입니다. 좋은 말보다 더 큰 봉사는 없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말이 바로 인생의 키(Key)라고 했습니다.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봉사는 말로 하는 봉사입니다. 동시에 말처럼 오용되기 쉬운 도구도 없습니다. 말로 인한 상처는 칼로 인한 상처 보다 훨씬 더 깊고 크게 사람을 상하게 합니다. 칼은 육체만 상하게 하지만 말은 마음을 상하게 하여서 결국 육체를 무너뜨리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가장 좋은 봉사도 말이지만 가장 위험한 실수도 말입니다. 교회의 불상사는 물리적인 가해(加害)이기보다는 말로 하는 가해가 훨씬 더 많습니다. 악의를 가진 의도적 말도 무섭지만 생각 없이 하는 무책임 한 말도 무섭습니다. 의미를 실어서 하는 말도 무섭지만 생각 없이 하는 말이 때로는 더 큰 위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좋은 말은 시답잖은 행동보다 훨씬 더 유익합니다. 뛰어난 업적이 없어도 말의 실수만 없다면 큰 봉사를 한 것입니다. 최소한 말의 실수만 없어도 무난한 청지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봉사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 말을 조심하는 것입니다. 진실이 담긴 말, 사랑과 격려의 말만 하면 됩니다. 칭찬하는 말, 세워주는 말만 하면 됩니다. 자기감정의 배설물처럼 하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祭物)처럼 말할 수 있다면 가장 큰 봉사를 하는 것입니다. 교회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고 가장 좋은 사람은 남을 세워주는 말을 하는 사람입니다. 집사가 되고 권사가 되었으니 어떻게 하면 직분을 잘 감당할 것인가를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말을 잘하면 됩니다. 미사여구(美辭麗句)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언어의 마술사가 되라는 것이 아니라 진실과 사랑 섬김과 헌신이 담겨 있는 말, 사람을 살리고 세우는 말을 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비결입니다. 잘하는 말, 사랑으로 남을 세워주는 말을 하는 것 그것이 직분자의 최고의 덕목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