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인이 받는 노벨상’이라면 단연 퓰리처상을 이야기할 수 있다. 올해 퓰리처상은 요즘 한창 주가가 올라가는 온라인 매체에게 돌아갔다. 뉴욕의 컬럼비아대 퓰리처상 위원회가 14개 보도 분야 가운데 탐사보도와 시사만화 2개 부문에서 온라인 매체를 수상작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1917년에 퓰리처상이 만들어졌는데, 온라인 매체에서 수상작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탐사보도 2개 수상작 가운데 하나는 탐사보도 온라인 매체인 <프로퍼블리카>(www.propublica.org)의 셰리 핑크가 받았다. 셰리 핑크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뒤 생과 사의 절박한 선택에 직면한 뉴올리언스 병원을 심층적으로 다뤘으며 이 기사는 <뉴욕타임스 매거진>에도 게재됐다. <프로퍼블리카>는 2008년 6월 뉴욕에서 32명의 저널리스트들이 모여 만든 공익적인 탐사보도 위주의 온라인 매체이다. 또한 시사만화 분야에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온라인판(www.sfgate.com)의 시사만화가 마크 피오레에게 돌아갔다.

여기서 잠깐. 탐사보도란 무엇인지 짚고 가자. 통상 뉴스에는 스트레이트 뉴스라는 게 있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사고를 만났다’는 사실 전달의 기능을 수행하는 기사지? 하지만 탐사보도는 언론사가 특정 아이템을 기획해 집중적으로 취재하는 경우라 하겠다. 당연히 남들이 안 하는 보도를 하게 될 것이며, 특종이 많을 수밖에 없다.

언제부터 온라인 뉴스도 퓰리처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일까. 2008년 인터넷에서만 뉴스를 발행하는 문자 매체가 주 1회 이상 뉴스 발행 같은 일정 조건을 갖출 경우 퓰리처상 보도 분야 전 부문에 출품할 수 있도록 수상 규정을 개정했다.

퓰리처는 기자 이름이다. 1847년 헝가리에서 유태계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조지프 퓰리처는 17살 때 미국으로 이민한 뒤 24세 때 세인트루이스에서 발행되던 독일어신문 ‘베스틀리헤 포스트’의 기자가 되었다. 그후 신문사 경영인, 하원의원을 거쳐 37세 때 ‘뉴욕 월드’를 사들이면서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선정주의에 호소함으로써 황색 저널리즘을 탄생시켰다. 게다가 라이벌 매체와 선정성 경쟁을 벌이는데다 사실을 과장·왜곡하고 군국주의를 부추겨 1898년 미국과 스페인 전쟁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과 마찬가지로 황색 저널리즘의 원조인 퓰리처가 오늘날 가장 권위 있는 언론상을 제정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신문은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가르치는 교사’라던 믿음 이런 것이 탐사 저널리즘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퓰리처상은 퓰리처의 유산 50만 달러를 기금으로 해서 수여한다. 다만 언론 분야에서는 미국 신문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문학과 드라마, 음악분야는 반드시 미국 시민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상금은 만 달러 정도이다. 천 만 원 좀 넘는 돈이지?

1917년 퓰리처상 제정 이래 가장 많은 수상 기록을 갖고 있지? 워싱턴포스트도 쌍벽을 이룬다. 그러니까 세계에서 알아주는 신문이 아니겠나? 요즘 뉴욕타임스가 무척 어렵다는 보도가 있다. 기록적인 광고 수입 감소가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건 사실 신문업계 전체가 겪는 문제기도 하다. 이 같은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가 퓰리처상에서 압도적인 승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미국의 대다수 신문사가 모두 비슷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뉴욕타임스가 양질의 보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정적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이 받을 수 있는 상이라고 하는데 미국 언론에 취직한 한국인 기자도 있겠지? 있었다. AP통신 서울지국의 최상훈 기자였다. 우리나라 언론인으로는 처음으로 1999년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6.25전쟁 당시 미군이 저지른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을 특종 보도한 AP통신 본사기자 3명과 함께 받았다. 한국전 개전 초기 미군들이 무고한 노근리 양민을 대거 학살했다는 지시명령서를 발굴해 보도했지? 이런 최상훈 기자가 “도대체 한국 문화인들은 왜 자기 나라 문제에 관심이 없나”라고 일갈했고, 그게 발단이 돼서 최근 개봉한 영화 ‘작은 연못’ 제작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하지?

1981년, 워싱턴포스트의 여기자 사네트 쿠크양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1980년 헤로인에 중독된 8세짜리 아이의 생활에 관한 기사였고, 이듬해에 국내보도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지만 신문사측에서 확인해봤더니 사실이 아닌 날조기사였던 것이다. 신문사는 대충 덮지 않았다. 그리고 퓰리처상 심사위원회에 통고해서 취소시켰다. 좋은 게 좋은 게 아니었던 것이다.

퓰리처상을 통해 한국 언론을 돌아보게 된다. 신문사 논조에 따라 같은 사실도 전혀 다르게 해석되고 그로 인해 독자에게 혼란을 주는, 여론의 다양성이라는 의미 보다는 나아가 국론분열의 우려만 잔뜩 키우는 우리 언론. 퓰리처는 비난 받은 사람이었지만, 퓰리처상은 수상작을 통해 권위를 세워갔다. 언론사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기사이고, 그 기사는 진실에 근접할 때 권위가 선다. 권위 있는 언론이 많아지는 것, 우리 사회가 바르게 서는 길이다. 퓰리처상을 통해 생각해 본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