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리라고 하나
털이라고 하나
아무튼
넥타이를 다 내놨다.
30년 가까이 목회하며
이러저러하게 받았던
넥타이들,
애용하던 것,
예의상 한번 하고는
내 취향이 아니어서
새 것으로 있던 것,
그렇게 있던
모든 넥타이들을
지난주일 털었다.
물론 몇 개는 남겨두었다.
당장에 해야 하니까.

그동안
부목사, 전도사님들의
넥타이를 보고
늘 맘에 걸리는 게 있었는데
결단을 했다.
싸놓고 있어서 뭐하랴 싶어
모두 싸가지고 와서
교역자 회의가 끝난 후,
휴게실에 걸어놓고
원하는대로, 취향대로 가져가도록 했다.
순식간에 모두 다 사라졌다.
아무래도 넥타이가 절실히
필요했던 분들이 아닌가 싶다.
5분의 교역자들이
밝은 얼굴로 가지고들 갔다.
나 역시 맘이 한결 가볍다.

그런데 문득
찾아드는 생각.
내가 이 분들의 목을
조이는 것은 아닌가?
넥타이(neck-tie)가 목을 조이는 건데
내 목을 조이던 것들을
이 분들에게 주어
이 분들 목이 조이도록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

하기야 이런 이야기도 있는데...

우리나라 초대교회 시절,
경상북도 어느 산골 교회,
어두침침한 등잔불 아래,
두터운 돋보기를 끼고
띄어쓰기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한글 성경을,
한글 실력이 부족한 한 조사가
시편 23편을 읽고 설교하게 되었다.
“여..호와는 나...의...목자이시니...내가 부...
족...함이 없으리로...다...”
겨우겨우 성경봉독을 마친 조사님은
이 본문을 이렇게 이해하였다.
“여호와는 나의 목 자르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래서 이렇게 비장한 얼굴로 설교했다.
“여호와가 내 모가지를 자른다캐도
나는 부족함이 없습니데이!“
그러자 여기저기서 교우들이
두손을 들고 함께 외쳤단다.
“저도라예! 저도예!”

주님께서 내 목을 자른다해도
내가 부족함이 없다고
초대교회 교인들은 선포했는데
주님께서 말씀과 사명감으로 목을 조인다고
두려울 것이 뭐가 있겠는가!
앞서간 선배 목회자 목을 조이던
넥타이를 매고
선배 보다 더 뛰어난
사명자들, 하나님의 사자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