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콧펙 박사는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 사랑을 이렇게 정의한다. 사랑이란 자신과 타인의 성장을 위해 자기 자신을 최대한 넓혀가는 것이다. 우리는 너나없이 평생을 걸쳐 이 사랑의 과업을 수행해 나간다. 자기 계발과 훈련을 통해 성숙하고 하고 지성을 최대한 넓혀 자신의 우주를 키워나간다. 그러다 종국에는 자신만의 우주를 깨고 나와 무한한 우주인 ‘영성의 세계’에까지 이르라는 부름을 받는다.

이 부름은 사랑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하나님의 절대적 사랑을 아는 경지까지 넓혀가라는 부름인 것이다. 여기 ‘지금에서야’ 그 영성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림이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이라고 불리던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무신론자 미신 신봉자라고 자처하던 그가 75세에 ‘세례’라는 것을 통해 그 세계에 들어선 것은 가히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사건이었다. 큰 날개를 퍼덕이며 가장 높이까지 오른 독수리의 기상을 연상케 하던 그였지 않은가?

독수리가 자기의 날개 짓을 멈추고 기류에 몸을 맡긴 채 활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기파괴라는 극적인 경험이 없이는 절대로 영성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빛 뿐 아니라 어둠까지 알아야 인간 한계를 초월해 영성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최근 외동딸의 암투병과 실명, 그리고 사랑하는 손자의 중증 자폐에 아버지로서 할아버지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을 깊이 통감했다.

그것은 어쩌면 그가 어릴 적 감기에 걸렸을 때 기다리던 어머니가 돌아와 그의 이마를 짚 어주시던 기억을 떠오르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눈물의 간구로 그가 비로소 깨달은 것, 그것은 바로 초월의 힘이요 영성의 힘이라는 것이었다. 딸을 통해 많은 기적을 보았지만 그 는 다시 죽을 수 밖에 없는 육체가 치유되는 기적보다 더 큰 기적은 자신이 영원한 생명인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지성에서 영성’으로 책 제목은 대담하게 붙였지만 나는 아직도 지성과 영성의 문지방위에 서 있다”고 말하는 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그의 행보에 모두가 주목하는 것은 지성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 본 거대한 독수리의 활강이 우리가 여태 본 적이 없는 장엄한 비상으로 이어지는 장관을 보고 싶기 때문이리라.

/조양교회 장로, 한국장로신문 주간